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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사건 보도의 피해자 비난 경향 연구’ 발표 / 홍주현·나은경(언론정보학부) 교수

세월호 참사 2주기인 2016년 4월 16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세타(Θ)의 경고! 경고!-세월호와 205호 그리고 비밀문서’ 편에서 제작진이 지난 2년간의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시간이 흐르면서 세월호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증가했다. 제작진은 이 같은 인식 변화에는 일부 언론의 편파·왜곡보도가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그리고 실제로 지난해 세월호 유가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부정적으로 변화한 이유가 보수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이 세월호 유가족을 ‘폭력집단’, ‘반정부 집단’ 등으로 묘사하는 등 ‘피해자’를 비난하는 보도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가 있다.

홍주현・나은경 국민대 조교수(언론정보학부)는 지난해 12월 발표한 ‘세월호 사건 보도의 피해자 비난 경향 연구: 보수 종편 채널 뉴스의 피해자 범주화 및 단어 네트워크 프레임 분석’을 통해 대표적 보수 성향의 종편 채널인 TV조선과 채널A 메인뉴스가 세월호 참사 발생 직후인 2014년 4월 16일부터 세월호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을 위한 특별법안(이하 세월호 특별법)이 통과된 2014년 9월 30일까지 보도한 218건의 리포트를 분석한 결과 이들 종편이 세월호 피해자 가족을 두 분류로 나눠 ‘유가족 차별화 프레임’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연구자들은 5개월여 간의 조사 시기를 다시 △1기 ‘유가족 정부 안전대책 촉구’(2014년 4월 30일~5월 15일): 2014년 4월 30일 대통령이 사과하고 유가족이 청와대를 방문한 시기 △2기 ‘세월호 특별법 제정・진상 규명 요구 촛불집회’(2014년 5월 16일~7월 1일): 세월호 특별법 제정 논란이 시작된 시기 △3기 ‘세월호 국조특위 활동’(2014년 7월 2일~7월 11일): 세월호 국정조사특별위원회(이하 국조특위) 활동이 이뤄진 시기 △4기 ‘세월호 특별법 제정 논란’(2014년 7월 12일~8월 31일):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둘러싼 정치적 대립이 극단으로 치달은 시기 △5기 ‘세월호 유가족 폭행 논란’(2014년 9월 1일~9월 30일): 세월호 유가족과의 3차 면담이 결렬된 때부터 여야, 유가족이 세월호 특별법을 타결한 시기 등 총 5시기로 나눴다.

분석 대상 매체는 TV조선과 채널A 두 개 채널인데, 해당 채널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연구자들은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을 포함한 진보 단체가 세월호 유가족의 입장을 대변하면서 세월호 유가족이 정부에 반대하는 입장을 취했기 때문에 언론이 피해자를 어떻게 낙인하는지 밝히고자 한 연구의 목적에 부합했으며, 세월호 유가족과 정치적 입장이 다른 보수 종편이 피해자의 행동에 따라 어떻게 다른 태도를 취하는지 규명하고자 했기에 비슷한 성격의 매체 두 개를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해당 기간 동안 TV조선과 채널A 메인 뉴스의 보도 건수를 살펴보면 TV조선 △1기 17건 △2기 14건 △3기 3건 △4기 52건 △5기 44건 등 총 130건, 채널A △1기 14건 △2기 16건 △3기 3건 △4기 35건 △5기 20건 등 총 88건으로 두 채널 합계 보도 건수는 총 218건으로 조사됐다. 두 채널 모두 보도량이 가장 많은 4기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는 유가족의 단식 농성과 여야가 합의한 세월호 특별법 수용을 거부한 시기다.

종편의 피해자 비난 경향을 살피기 위해 연구에서는 세월호 피해자를 목적 달성을 위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표출하는 ‘행동하는 피해자’와 상황을 인식하지만 적극적으로 주장을 밝히지 않는 ‘지각하는 피해자’로 구분했다. 해당 분류에 따라 행동하는 피해자는 ‘세월호 유가족(단원고 유가족)’, 지각하는 피해자는 ‘일반인 유가족’으로 구분된다. 그리고 종편은 이들을 다른 프레임으로 바라보며 편파적인 보도 태도를 보였다.

 

 

종편, 세월호 유가족 보도할 때 ‘불법적’・‘정치적’ 강조

TV조선과 채널A이 세월호 관련 보도에 사용한 단어만 봐도 이들이 세월호 유가족을 ‘불법적’인 ‘정치 세력화’ 집단으로 묘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일단 해당 기간 행동하는 피해자인 세월호 유가족에 대한 보도는 116건, 지각하는 피해자인 일반인 유가족에 대한 보도는 12건으로 보도 건수에서부터 차이를 보인다. 내용에서도 차별적 태도가 드러난다.

세월호 유가족 관련 보도에서는 ‘민노총’, ‘전교조’, ‘범민련’, ‘야당’ 등 반정부 세력이 등장하고 ‘박근혜’, ‘대통령’, ‘퇴진’ 등의 단어가 언급된다. 또 유족들의 정치적・집합적 행위로 ‘침묵시위’, ‘선동’, ‘항의’, ‘촛불집회’가 있었고 ‘좌파’, ‘진보연대’가 등장해 유가족을 정치 세력과 동일시하는 현상을 보였다. 반면 일반인 유가족에 대한 보도에서는 세월호 집회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 것을 강조하는 등 정치적 해석을 경계하면서도 ‘세월호 유가족’과 구분하려 하는 태도가 보였다.

이 같은 경향은 일부 유가족이 촛불 집회에 참가한 2기 때 강해지는데, 세월호 유가족에 대한 보도에서 ‘주말’, ‘충돌’, ‘진보’, ‘좌파’, ‘민주노총’, ‘한총련’, ‘진보단체’ 등이 주로 언급됐다. 단원고 학생의 특례 입학 논의가 이뤄진 시기(3기)에는 ‘단원고’, ‘특례’, ‘입학’, ‘3학년’, ‘학생들이’라는 단어가 여러 번 등장하는데, 당시 언론에서는 세월호 특별법의 본질이 ‘특례입학’이 아님에도 마치 해당 사안이 중점적인 내용인 것처럼 보도해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종편의 구분 짓기·부정적 보도 태도, 시청자의 ‘부정적 인식’ 확산에 기여

이처럼 종편이 세월호 유가족과 일반인 유가족을 차별화하는 현상은 시기별로 종편의 피해자 보도를 네트워크 분석(언론에서 자주 사용된 단어 간의 관계를 분석하는 방법)한 결과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난다. TV조선과 채널A는 일반인 유가족과 세월호 유가족을 구분 지으며 세월호 유가족의 집회 참가, 농성, 폭력 행위를 강조했다.

피해자 유형에 따른 종편의 피해자 프레임을 비교해도 세월호 유가족과 일반인 유가족을 구분 짓는 보도 태도가 드러난다.

세월호 유가족 보도와 관련해 시기별로 반정부 세력 프레임, 집회 불법성 강조 프레임, 갈등-불법성 강조 프레임, 유가족 폭행 프레임이 나타났으며, 이들의 집회나 농성을 ‘불법 행위’로 간주하고 ‘반정부 세력’과 동일시했다. 이 같은 프레임을 바탕으로 종편은 이들의 행동이 정상에서 벗어났다는 점을 강조했다.

연구자들은 시간이 흐르며 세월호 유가족의 행위가 과격해지고 폭력성을 띠는 등 원인을 제공한 측면도 있으나, 근본적인 문제는 종편이 두 피해자 유형이 다르다는 것을 강조하고 끊임없이 차별화한 점이라고 지적했다.

연구자들은 “보수 종편은 일탈 행위를 하는 집단들의 행위의 ‘원인’보다는 ‘결과’에 주목하고 이들(세월호 유가족)로 인한 피해를 강조했다”며 “세월호 유가족은 세월호 참사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반정부 투쟁 세력’으로 낙인 했고 대조적으로 일반인 유가족은 순수한, 정치적 의도가 없는 ‘희생자’로 명명해 동정심을 유발했다”고 말했다.

결국 이 같은 종편의 구분 짓기 보도 태도는 언론의 현실을 반영하는 결과이기도 하다. 힘이 있는 집단이나 국가가 아닌 힘없는 피해자가 언론을 통해 한 번이라도 목소리를 내려면 ‘일탈적 행동’으로서 주목받을 수밖에 없다. 그나마 이 같은 행동은 ‘부정적 프레임’으로 기사화되면서 일탈적 행동을 한 피해자는 사회의 부정적인 시선을 받게 된다.

정부여당의 압박 속에서 세월호 유가족이 자신의 주장을 언론에 알리고 국민의 동의를 얻기 위해 시위, 농성 등 일탈적 행위를 하고, 언론은 이에 주목했다. 그러나 이 같은 시위나 농성은 바로 ‘불법’, ‘반정부’, ‘정치 세력’ 등으로 불리게 됐다. 특히 종편이 이 같은 보도 태도에 앞장선 것이 이번 연구를 통해 드러난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지속적인 차별화 보도, 부정적 보도는 TV를 본 시청자들이 세월호 유가족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데 기여를 했다는 게 연구자들의 분석이다.

 

 

언론, 사건・사고의 원인 밝히고 책임 소재 규명하는 역할해야 해

연구자들은 종편이 보여준 것과 같은 언론의 태도는 세월호 참사와 같은 사건・사고의 근본적 문제를 짚지 못해 비슷한 사건・사고를 방지하는 데 도움이 못 된다고 지적했다. 언론이 제 역할을 하려면 사건・사고의 원인을 밝히고 책임 소재가 누구에게 있는지 규명해야 하고 이는 사건의 재발을 방지하고 개인 차원이 아닌 정부 차원에서 사건에 접근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연구자들은 설명했다.

연구자들은 “각종 사건・사고의 피해자에 대해 보도할 때 개인적 차원에서 피해자의 행위에 문제가 있다고 묘사한다면, 문제가 사회적으로 해결되지 못하고 유사한 사건이 반복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며 “언론은 사건・사고의 원인이 사회 시스템의 문제에 있지 않은지 여러 차원에서 사건에 접근하고 책임 소재를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연구자들은 “세월호 유가족에 대해서 일탈적 행동에 주목하는 한편, 정치적 입장에 따라 이들의 행동을 부정적으로 프레임하는 것은 시청자의 현실 인식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라며 “무엇보다 피해자 보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본적으로 ‘피해자의 인권’을 존중하고 ‘피해자 중심의 보도’를 해야 할 것이다. 피해자와 관련된 이슈에 대해 서로의 정치적 입장을 고려하기 보다는 피해자의 입장에서 사건을 바라보고 해결하려는 언론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원문보기 : http://www.pdjournal.com/news/articleView.html?idxno=58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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