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對日 외교, 안보·경제도 챙겨야 한다 / 이원덕(국제학부) 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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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발(發) 독도 공세가 거칠고 집요해졌다. 마치 작심이라도 한 듯 쏟아지는 독도 총공세는 예견된 수순이기도 하지만 한·일 수교 50주년을 맞아 어떻게든 관계 개선의 물꼬를 터보려는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지는 않을까 우려된다. 최근 아베 정부의 대(對)한국 정책을 보면 '가장 중요한 이웃 국가'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조차 사라진 것 같다. 아베 총리는 "대화의 문은 활짝 열려 있다"고 하지만 진정으로 관계 정상화를 원하는지 의심스럽다. 일본이 집단자위권 행사나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가입을 매개로 대미 동맹을 강화하고 물밑 협상을 통해 중국과의 관계를 개선시키기만 하면 한국은 제풀에 꺾이게 될 것이라는 오만한 인식에 사로잡혀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일본의 대한국 정책이 이렇게 바뀐 데는 구조적 변화가 자리 잡고 있다. 동북아가 급격한 세력 전이(轉移)를 겪는 가운데 센카쿠 문제를 비롯한 안보·경제·역사 문제 등에서 중국의 거센 압박에 떠밀리고 있는 일본으로서는 동북아의 세력 균형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최근 아베노믹스로 다소 활기를 되찾고 있다고는 하지만 일본은 1990년대 이후 경제의 장기 불황과 침체로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인구 구조의 변화, 재정 적자 심화, 산업 경쟁력의 상대적 저하 등 사회·경제적 여건도 녹록하지 않다. 일본의 정치권은 아베 1인만 우뚝 서 있고 자민당의 여타 라이벌 세력이나 야당이 전혀 힘을 못 쓰는 '일강(一强) 다약(多弱)' 체제로 재편되어 아베 총리가 내정과 외교를 독주하고 호령하는 형세다. 사회심리적인 동요와 위축을 경험하고 있는 일본 국민으로서도 아베 이외의 다른 선택지를 갖지 못한 채 '전후(戰後) 체제의 탈피'와 '주장하는 외교'를 외치는 아베 노선을 비판하고 견제하기보다는 묵묵히 수긍하는 자세로 바뀌고 있다. 이는 근린 외교에서 전향적인 모습을 보였던 3년 민주당 정권에 대한 반동(反動) 현상으로 볼 수도 있지만 일종의 트렌드로 정착되어 쉽사리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의 독도 도발에 대해서 주권 수호의 의지로 단호하게 대응한다는 명제를 잊어서는 안 되지만 한편으로 독도 문제에 우리의 대일 외교 전체가 매몰되는 우(愚)를 범해서도 안 된다. 또 헌법·영토·안보·역사 문제를 '일본 우경화 담론'의 패키지로 묶어 아베 정권 위험론·경계론만으로 사태를 몰아세우기보다는 각 이슈에 대한 정밀하고도 섬세한 분석에 근거한 처방과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그러한 맥락에서 볼 때 역사·영토 문제와 안보·경제·문화 등 여타 이슈를 분리해 대응해 나간다는 대일 외교에서의 투 트랙 접근은 불가피하고도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심각하게 일그러진 한·일 관계를 고려할 때 대일(對日) 외교에서 무엇보다 요구되는 것은 3중의 의미에서 '균형과 절제'의 지혜가 아닐까 생각된다. 첫째, 우리의 대일 외교는 급변하는 동북아 질서의 지각변동 과정을 치밀하게 고려하면서 설계되어야 한다. 둘째, 대일 정책의 당면한 각 이슈의 비중과 우선순위를 철저하게 계산하면서 추진되어야 한다. 셋째, 우리를 거북하게 하는 영토·역사·헌법·안보의 일본 측 동향에 대해서도 총론적인 반발보다는 각론적이고 디테일한 맞춤식 대응을 추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원문보기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5/04/10/2015041004189.htm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