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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33주년 기획 희망현장]국민대 SW 교육 혁신, 현장을 가다

#11일 오후 3시 국민대학교 7호관 무한상상실. 3학년 학생을 위한 임베디드시스템 디자인 수업은 여타 컴퓨터 공학수업 분위기과 사뭇 달랐다. 학생은 딱딱한 책상과 의자에 앉아 칠판과 프레젠테이션을 바라보지 않았다. 삼삼오오 모여 유선형 테이블에서 노트북을 사용하거나 편안한 쇼파에 앉아 수업을 들었다. 자유로움을 강조하는 구글 개발 현장과 닮았다. 

이 날 수업은 임베디드 시스템 디자인이 주제다. 지난 시간까지 임베디드 애플리케이션을 배운 학생은 하드웨어(HW) 설계에서 소프트웨어(SW) 적용까지 최근 산업에서 주목받는 임베디드 전반을 공부한다. 다음 단계는 직접 라즈베리파이로 실습에 들어갔다. 교육용으로 많이 사용하는 초소형 PC 격인 라즈베리파이에 실제 리눅스 커널을 올려보는 작업이다. 스마트폰처럼 필요한 기능을 만들어볼 수도, 네트워크 게이트웨이 장치로도 활용 가능하다.

국민대학교가 새로운 SW 교육을 시도하고 있다. 단순한 이론 교육보다는 개발 현장에 적합한 실습 위주 수업이 핵심이다. 무엇보다 SW에 친숙해지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엿보인다.

국민대 7호관 무한상상실은 최근 구조 변경을 거쳐 새롭게 꾸민 강의실이다. 천편일률식 강의실 디자인을 개선해 카페에서 수업을 듣는 듯 한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국민대는 무한상상실 뿐 아니라 상호 소통이 가능한 다양한 공간을 만든다. 라이브 코딩 룸이 대표적이다. 라이브 코딩 룸은 학생이 모여 서로 토론하며 코딩 공부와 실습을 진행한다. 교수가 학생에게 일방적으로 가르치는 방식에서 탈피해 참여할 수 있는 문화를 강조한다. 아이디어 공유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자는 것이 목적이다. 임성수 국민대 전자정보통신대학 컴퓨터공학부 교수는 “핵심은 서로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라며 “실습을 도입하고 SW 교육 전반에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오픈소스, 기존 SW 교육에 개방성을 더하다 

국민대 컴퓨터 공학부는 2학년이 되면 오픈소스 SW를 배운다. 세계적으로 SW가 발전하는데 큰 영향을 미친 오픈소스 SW 영향 덕분이다. 오픈소스 SW 철학에 맞게 모두가 참여하는 교육 프로그램이 골자다. 국민대는 컴퓨터공학부 학생이 오픈소스 SW 생태계에 기여해야한다고 강조한다. 세계 수많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직접 소스코드와 SW 기능을 배우는 셈이다. 

학생 모두는 ‘깃허브(Github)’ 계정을 가지고 있다. 오픈소스 코드 저장소로 다양한 오픈소스 관련 프로젝트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 직접 코딩 결과물을 커뮤니티에 올린다. 다름 사람이 써도 좋다고 생각되는 좋은 프로젝트는 외부에 발표한다. 

학교는 컴퓨터공학부 학생에게 노트북을 전체 배포한다는 계획이다. 학년 별로 단계적으로 적용한다. 그러나 마이크로소프트(MS) 윈도가 설치된 노트북이 아니다. 노트북은 모두 리눅스 운용체계(OS)를 설치해 오픈소스 SW 환경에 좀 더 친숙하도록 지원한다. 오픈소스 교육과 개발을 통해 세계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인재를 육성하는 것이 목표다. 

◇글로벌 인재 양성, SW라면 가능하다 

국민대가 지난해부터 역점을 두는 프로그램이 있다. 4학년 1학기가 끝나면 10주 동안 캘리포니아주립대학 어바인캠퍼스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올해까지 15명의 학생이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학생들은 캘리포니아주립대학에서 지도교수와 팀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현지 학생들과도 소통하며 SW 능력을 기른다. 넓은 세상을 경험하라는 취지다. 그러나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학생 가운데 4명이 아직 미국에 머무르고 있다. 신지웅 학생(4학년)이 대표적이다. 

그는 캘리포니아 주립대학에서 공부하며 새로운 사실을 하나 알아챘다. 우리나라와 달리 캠퍼스가 넓고 그만큼 전기 콘센트를 찾기가 어려웠다. 지금처럼 스마트폰을 많이 쓰는 학생에게 배터리를 충전하기 어렵다는 점은 여간 골칫거리가 아니다. 신지웅 학생은 캘리포니아 날씨가 대체적으로 맑다는 것에서 착안, 태양열 충전소를 만들면 어떨까 생각했다. 

태양열 발전은 효율을 극대화시키는 것이 핵심이다. 그러나 위치별로 태양열을 전기로 전환하는 효율이 다르다. 그는 팀을 이뤄 위치별로 전기 전환 효율도를 확인하고 스마트폰에서 관리할 수 있는 앱을 개발했다. 캘리포니안 주립대학은 실제 캠퍼스에 태양열 충전소를 설치하는 것을 검토한다. 담당 교수가 신지웅 학생을 포함해 프로젝트를 좀 더 진행하고 싶은 다른 학생들이 현지에 머물도록 했다.

현지에서 공부를 하다 실리콘밸리 정보기술(IT) 업체에 정규직으로 취업한 학생도 2명이나 있다. 현재 3명정도는 취업 관련 과정을 밟기 위해 비자 신청 중이다. 

◇SW 교육 혁신, 희생 없이는 성공하지 못했다 

정부에서 SW 교육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마뜩치 않은 경우가 있다. 지방에 한 대학에서 겸임 교수로 활동하는 A씨는 자신이 가르칠 학과 커리큘럼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이미 수십 년 전에 사용하던 교재를 그대로 활용했던 것이다. 그는 “많은 교수들이 철 지난 SW 교육을 학생에게 주입식으로 가르치고 있다”며 “이미 기득권이 된 교수의 입김에서 벗어나지 못해 최신 트렌드는 논의하기도 힘든 상황”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국민대도 비슷한 상황에 직면했다. 오픈소스 SW를 교육에 적용하기에는 기존 커리큘럼과 차이가 컸다. 모두 윈도 기반 교육을 진행했던 터라 리눅스 관련 SW를 가르치기 힘들었다. 국민대는 희생을 택했다.

일부 교수는 기존 자신이 가르치던 과목을 없애고 새로운 과목을 만들었다. 과목 내용 전체가 바뀌었다. 그만큼 교수진 스스로가 공부해야할 분야도 많았다. 신임 교수를 뽑을 때도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급 논문을 잘쓰는 사람이 아닌 정말 SW를 잘 이해하고 가르칠 수 있는 사람을 채용했다. 무엇보다 실무 교육이 관건이다. 최근 국민대 교수로 활동 중인 이민석 전 NHN 넥스트 학장도 마찬가지다.

학생들도 변했다. 이제 국민대 1학년생은 누구나 코딩을 배워야한다. 이공계가 아니라도 말이다. 첼로를 치는 학생, 그림을 그리는 학생도 예외는 없다. 불만도 많았다. “내가 살아가는데 SW 코딩이 왜 필요한가” 의문을 가지는 학생도 있었다. 그러나 국민대가 강조하는 것은 단순한 코딩 기술이 아닌 SW적 사고가 가능한 학생이다. 컴퓨팅 사고가 가능하다면 앞으로 어떤 분야에서 활동하는 인재라도 융합을 통한 혁신이 가능하다.

 

원문보기 : http://www.etnews.com/201509110002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