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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사시존치를 위한 공청회에서 또 하나 주목해야 할 것 / 이호선(법학부) 교수

사법시험 존치를 위한 국회 공청회가 오는 18일로 예정되어 있다. 그간 이 문제와 관련하여 이해 당사자들과 국민들 사이에서 수많은 논의가 오갔고 관련 법안들을 비롯한 구체적인 해법도 적잖게 제시되었다. 이번 공청회에서는 이를 바탕으로 이성적이며 차분하고 합리적인 공론이 모아지길 기대한다. 이를 위해 필자는 관련 당사자들은 물론 일반 국민들도 이 사안에 대하여 판단할 수 있는 객관적인 조사 자료 하나를 제시하고자 한다.  

사법시험 존치론자인 필자가 객관적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이 글에서 다루는 내용은 필자가 연구한 것이 아니라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에 재직 중인 이재협 교수가 금년도에 발표한 논문 “로스쿨 출신 법률가, 그들은 누구인가?-사법연수원 출신 법률가와의 비교를 중심으로”에 기초한 것이기 때문이다.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이재협 교수와 동 대학 언론정보학과 이준웅 교수 등에 의해 수행된 연구 결과는 이미 수차에 걸쳐 언론에 그 내용 중 일부가 공개되었고 특히 사법시험 폐지와 로스쿨 존치를 주장하는 분들이 즐겨 인용하는 논문이라 필자의 주관이나 편견이 개입되었다는 불필요한 오해는 충분히 불식되리라 생각한다. 논문 저자들이 아닌 제3자가 위 논문을 소개하는 이유는 아래에서 다루는 내용들은 사법시험존치 문제에 관한 판단을 돕는 자료로서 매우 중요함에도 그간 위 논문들 중 일부만이 언론 매체를 통해 공개되었고, 이 부분은 어떤 연유에서인지 그렇게 주목의 대상이 되지 못한 채 사장되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가 원문과 달리 한 것이라고는 위 논문에서 7점 척도로 소수점 두 자리까지 산정하여 표시한 것을 독자들의 비교를 보다 용이하게 하기 위하여 백분위를 통해 표현한 것뿐이다. 즉, 어느 한 쪽을 100으로 놓고 다른 한쪽이 어느 정도의 비율로 초과하거나 부족한지 따져 보았는데, 편의상 사법시험 출신들에 대한 평가점수를 분모인 100으로 놓고, 로스쿨 출신 법조인들에 대한 평가 점수를 분자로 두었다. 이런 방식으로 위 연구에 나타난 점수들을 상대적으로 계량 하였는 바, 먼저 각 집단이 자기를 교육시킨 기관, 즉 로스쿨 혹은 사법연수원에서의 교육 만족도를 측정한 결과치를 보면 다음과 같다. 

로스쿨 출신들이 연수원 출신보다 교육 만족도가 높았던 항목은 전체 11개 항목 중에서  협상력 (101/100),  국제적 역량을 키울 기회 (109/100), 이상 두 개였고, 나머지 9개 항목, 즉 예절(77/100), 변론 능력(86/100), 법적인 글쓰기 능력(89/100), 판례 기타 법률 지식(92/100), 법률적 분석, 추론 능력(92/100), 문제해결능력(92/100), 팀워크 역량과 협동심(92/100), 직업윤리관 및 윤리적 판단력(95/100), 계약관련 업무에 대한 친숙도(97/100)에서는 모두 사법시험 출신에 비하여 자기 교육기관에 대한 만족도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 이러한 자기 교육에 대한 만족도가 현실적인 직무역량에서의 차이로 나타나는가? 이 점에 관하여도 이재협 교수 등의 선행연구를 바탕으로 백분위 기준으로 환산하여 다음과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총 13개 항목에 걸쳐 이뤄진 양 집단에 대한 비교 평가에서  국제적 업무 수행능력(105/100)에 있어서만 로스쿨 출신이 사법시험 출신들 보다 높은 평가를 받았을 뿐 나머지 12개 항목에 있어서는 사법시험 출신들이 더 우위에 있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사법시험 출신들이 보다 우월하다고 평가된 항목들은 판례 기타 법률 지식(66/100), 법문서 작성을 통한 의사소통능력(66/100), 법률적 분석과 추론능력(68/100), 재판준비(진행) 또는 수사능력(68/100), 말하기를 통한 의사소통능력(70/100), 문제해결 및 대안제시 능력(71/100), 변론능력(73/100), 협상력(80/100), 의뢰인 섭외능력(83/100), 윤리적 판단력(84/100), 정보수집 능력(87/100), 팀워크 역량과 협동심(87/100)이었다. 

위 결과가 말해주는 건 현재의 로스쿨 교육이 사법시험 합격자들에 대한 사법연수원 제도에 의한 교육 보다 전반적으로 뒤처지고 있으며, 로스쿨을 통해 배출된 법조인들에 대한 현장에서의 비교 평가는 그보다 더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그 동안 사법시험이 폐지될 경우에 예상되는 기회균등, 공정성, 국민의 기본권인 공무담임권 침해라는 주된 쟁점 외에 법률소비자의 선택권 보장이 매우 중요한 판단 기준의 하나로 충분히 고려되어야 함을 뜻한다. 이번 국회 공청회에서는 사법시험 출신들이 갖고 있는 직무역량의 66~87퍼센트 가량의 법조인들을 양성해 내는 로스쿨들이 과연 독점체제로 가도록 놔두는 것이 옳은지도 엄밀히 따져봐야 한다. 사법시험 존치에 대한 찬반 입장을 떠나 위 수치가 보여주는 현실은 사법시험이 폐지될 경우 국민들이 받게 되는 법률서비스는 사법시험이 있었을 때와 비교하여 현저하게 떨어질 개연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국가의 사법 시스템이 어느 한 집단의 직역 이기주의와 현실 안주를 위해 농단되어서는 안 될 것이고, 그 일차적인 책임은 이러한 제반 자료들과 국민 여론을 충분히 듣고 있을 정치권과 관료들에게 있다. 

 

원문보기 : http://www.lec.co.kr/news/articleView.html?idxno=385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