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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와 김연아가 PT면접을 보게 되었다면? / 김세준(교양대학) 겸임교수

대기업의 면접관인 A씨. 신입사원 공채 면접으로 쓰러지기 일보 직전입니다. 아침 9시부터 시작해서 저녁 6시에 끝나는 일정에다 면접이 끝나면 처리해야 하는 본연의 업무가 산적해 있습니다. 업무가 끝나면 거의 하루의 끝자락입니다. 회식에다 접대도 두 번 치렀습니다. 새벽에 눈을 뜨면 천근만근 무거운 몸뚱이를 이끌고 면접장으로 향합니다. 이러기를 벌써 5일째. 다행히도 오늘은 마지막 관문인 프리젠테이션 면접입니다. 제시 주제는 ‘본인의 SWOT 분석’입니다.

오전 9시부터 11시 사이에는 지원자들의 발표에 집중하려고 노력합니다. 오전이라서 그런지 컨디션이 괜찮습니다. 그런데 11시가 넘어가니 슬슬 집중력이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하품은 어찌나 나는지 피로감이 쌓이기 시작합니다. 내용도 거기서 거기. 어쩜 이리 살아온 과정도 보유하고 있는 강점도 발표 내용도 비슷할까요? 이토록 비슷하고 같은 내용들은 귀에 잘 들어오지 않습니다. 

오전 일정이 끝나고 점심 식사를 합니다. 오후 1시부터 면접이 다시 진행됩니다. 5일간의 피로가 한꺼번에 몰려오고, 식곤증까지 더해져 고개가 자꾸 아래로 처집니다. 다른 면접관들도 마찬가지인 듯 보입니다. 발표자들의 발표는 오전과 크게 다를 바가 없습니다. 오후 4시가 다 되어 마지막 발표자의 순서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A씨는 자기도 모르게 발표자를 향해 고개를 들었습니다. 다른 면접관들과 함께, 그것도 동시에. 그리고는 이 지원자의 발표 내용이 끝날 때까지 잠시도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거나 다른 생각을 한 적이 없습니다. 다른 지원자들이 발표를 끝냈을 때와는 달리, 추가 압박 질문들이 던져졌습니다. 물론 추가 질문에 대해 완벽한 답변을 하지는 못했습니다. 결과는 만장일치로 마지막 지원자 한 명만 합격.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이었일까요?

이날 프리젠테이션 면접을 치른 B군. 긴장된 마음으로 아침 일찍 면접장에 도착했습니다. 다른 지원자들과 함께 대기하고 있는데 주제가 제시됐습니다. 커다란 전지 한 장이 주어졌습니다. 발표 순서를 정했는데 제일 마지막이었습니다. 

B군은 한숨을 쉬면서 다른 지원자들이 발표 자료를 준비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하나같이 전지에 커다란 사각형을 그리고, 네 등분 한 뒤 각각의 작은 사각형 안에 SWOT를 각각 기재하고 딱딱한 내용들을 나열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딱딱하고 비슷한 내용들을 계속 듣게 되면 면접관들이 지루하고 피곤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 마지막인 자신의 순서가 돌아왔을 때 면접관들은 고개도 들지 않을 것이라는 걱정이 엄습했습니다. B군은 이를 극복하기 위한 비책을 쓰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리고는 발표 자료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자료 준비가 끝나고 본격적인 발표가 시작됐습니다. B군의 예상대로 발표 내용은 똑같았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지원자 OOO입니다. 저의 SWOT을 발표하겠습니다. 먼저 강점입니다. 첫 번째… (중략) 이상 발표를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면접관들은 지원자를 쳐다보지 않았습니다. 점심 시간 이후에는 더 지쳐 보였습니다. 드디어 마지막으로 B군의 차례, 목소리를 있는 힘껏 내질렀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아이스크림을 이용해서 저의 SWOT 분석을 해보겠습니다” 이 말이 떨어지자 면접관들은 동시에 고개를 들었습니다. B군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습니다. B군의 발표 자료에는 네모난 박스들이나 논리 정연한 글들이 없었습니다. 대신 아이스크림 콘 위에 네 덩어리의 아이스크림이 얹어져 있었고, 콘 밑으로 녹아서 떨어지는 방울 두 개, 방울 밑에는 지원자의 이름표가 있었습니다. 면접관들은 자료를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바라보았습니다. 발표는 계속 됐습니다.

“면접관님들께서 면접 평가하시느라 피곤하실 텐데, 아이스크림이라도 사드리고 싶은 마음에 이렇게 아이스크림으로 발표 자료를 구성해 보았습니다. 첫 번째 아이스크림 덩어리는 제 강점입니다…. (중략) 이상으로 발표를 마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한 말씀 더 드리고 싶습니다. 발표를 마치면 저에게 이런 좋은 아이디어를 준 아이스크림 가게에 들러서 패밀리 사이즈를 구입하겠습니다. 가족들과 함께 맛있게 나누어 먹으면서, 즐거운 마음으로 합격자 발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이상 □□기업의 막내가 되고 싶은 OOO이었습니다.”

B군을 제외한 다른 지원자들이 부족했음을 지적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들 역시 훌륭했습니다.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발표했을 것입니다. 다만, 이들의 자료와 발표 내용에는 한 가지 없는 것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감성’입니다. 이들은 ‘논리적이고, 심각한' 내용 중심의 설명과 주장만을 했습니다. 그러나 B군은 이들이 한 내용의 앞뒤에 ‘감성’을 끼워 넣었습니다. 듣는 사람의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서였고 보기 좋게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B군의 ‘감성’은 바로 ‘자신의 개인 스토리’였습니다.

세상에는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설명과 주장’이 많습니다. 상대방을 설득하는데 효과적입니다. 그러나 이것만 가지고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이는 ‘스토리’가 있어야 합니다. 그것도 '재미있거나, 섹시하거나, 감동적인’ 스토리 말입니다. 사방에 너무나도 비슷한 제품들이 널려 있는데 단순히 이에 대해 ‘논리적으로 설명’만 한다면 사람들은 관심을 갖지 않을 것입니다. 카메라를 팔려면 유명 연예인을 앞세워 러브 스토리를 찍어야 합니다. 

김연아는 평창 올림픽 유치를 위한 프리젠테이션에서 ‘감성’을 앞세웠습니다. 처음부터 떨린다는 표현과 함께 이런 자리에, 이런 나이에 서는 것에 대한 심정과 느낌을 개인적인 차원에서 표현하는 것으로부터 프리젠테이션을 시작했습니다. 본론에서도 ‘평창에 대한 객관적인 팩트나, 올림픽 유치에 대한 논리적인 당위성’에 대한 언급은 거의 없고, 어렸을 때부터 겨울 스포츠 약소국인 곳에서 비인기 종목 선수로서 겪었던 어려움 등을 이야기 했습니다. 마무리 단계에서도 바로 발표를 끝내는 것이 아니라 IOC 위원들에 대해 개인적인 감사를 드리면서 호감을 사려고 노력했습니다. 모두가 치밀하게 구성된 ‘감성’ 전략이었습니다. 싸이도 ‘재미와 섹시’를 내세운 감성 코드로 ‘강남스타일’을 통해 세계를 평정하였습니다.

바야흐로 ‘감성’의 시대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인문학적 소양’이 필요합니다. 최근 기업들이 왜 ‘인문학 서적을 몇 권 읽었느냐’, ‘관심 있는 역사적 인물이나 사건에 대해 말해보라’ 등을 물어보고, 고전 소설을 가지고 토론 면접을 하는지 잘 생각해보셨으면 합니다.

2015년 하반기 공채의 막바지 면접들이 한창 치러지고 있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할 말 있냐’는 질문에 천편일률적으로 ‘최선, 최고, 초일류’ 등의 이성적인 답변보다는 ‘최근에 아버지와 대화를 나누면서 철이 든 이야기, 아버지의 흰 머리를 보면서 느낀 감정’, ‘면접을 보러 가는데 무뚝뚝하기만 하신 아버지가 어깨를 두드려주시거나 문자를 보내주셔서 마음이 움직인’ 이야기를 하는 것은 어떨까요? 

◇김세준 국민대학교 경력개발센터 겸임교수는… 아시아나항공 인사팀 근무, YBM 컨설턴트로 활동중이며 저서로는 ‘뽑고 싶어 안달나게 하는 자기소개서’, ‘뽑고 싶어 안달나게 하는 면접 답변법’, ‘자기소개서 비법 노트’, ‘대기업 합격 자기소개서 사례 및 해설집’, ‘당신이 취업에 실패한 33가지 이유’, ‘고졸 취업’, ‘로스쿨 자기소개서와 면접’, ‘내 이름이 뭐예요?’, ‘신입사원 3개월 핵심인력 30년을 좌우한다’, ‘슈퍼 신입사원’, ‘매직잡 - 한미FTA 이후 유망 직업 100선’ 등 총 20권이 있다.

 

원문보기 : http://www.mt.co.kr/view/mtview.php?type=1&no=2015112708134040522&outlink=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