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브라운’ ‘코니’ 캐릭터 아닌 연예인처럼 관리 / 주재우(경영학부) 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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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se Study: 모바일 메신저 라인 자회사 ‘라인프렌즈’ 급성장 비결 2015년 12월 25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V리그 올스타전은 경기장 정원을 넘긴 5100여 명이 입장했다. 선수들만큼이나 눈길을 끌었던 건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 라인의 대표 캐릭터인 곰돌이 ‘브라운’과 토끼 ‘코니’였다. 이들은 교체 멤버로 들어와 뒤뚱거리며 공을 받고 스파이크를 날려 5000여 관객의 웃음보를 터뜨렸다. 나중에 드러난 곰 ‘브라운’의 정체는 남자부 현대캐피탈의 여오현 선수였고 토끼 ‘코니’의 정체는 여자부 GS칼텍스의 이소영 선수였다. 귀여운 탈인형을 경기에 투입하자는 아이디어는 라인 캐릭터 사업을 담당하는 라인프렌즈와 한국배구연맹이 함께 낸 것이다. 라인프렌즈는 이날 TV로 방송된 올스타전을 통해 홍보효과를 톡톡히 거뒀지만 스폰서비는 한 푼도 내지 않았다. 배구연맹 역시 젊은층에 인기가 많은 라인프렌즈 캐릭터 덕에 예년보다 더 재미있는 행사를 치를 수 있었기에 서로 ‘윈윈’ 했다는 평가다. 사실 한국에서 라인 메신저는 인기가 별로 없다. 일본과 대만, 태국 등에서는 널리 쓰이지만 한국에서는 카카오톡에 밀렸다. 하지만 캐릭터 사업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회사 측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에 있는 3층 규모의 매장은 성수기 월 매출이 10억 원 이상이다. 배구 올스타전에서도 3만9000원짜리 인형이 500여 개 팔렸다. 라인프렌즈는 애초에 모바일 메신저의 부가 기능인 ‘이모티콘’으로 출발했지만 이젠 ‘한국의 디즈니’를 꿈꿀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 사례를 분석한 DBR(동아비즈니스리뷰) 192호(2016년 1월 1일 자) 기사를 요약해 소개한다. ○ 계획 없이 시작한 캐릭터 사업 라인(LINE)은 2011년 네이버의 일본 자회사였던 NHN재팬에서 출시한 메신저 서비스다. 애초에 캐릭터 사업을 하려는 의도는 없었다. 곰, 토끼, 개구리 등 9가지 캐릭터가 들어간 이모티콘 기능을 넣었을 뿐이었다. 사용자들의 반응이 좋아서 이런 그림이 들어간 볼펜, 노트, 봉제인형 등의 사은품과 기념품도 만들었다. 기념품이 매번 동나고 제작 물량도 많아지다 보니 기왕 만들 것 제대로 만들어서 독자적인 사업으로 키워보자는 의견이 나왔다. 2014년 여름 베이징 팝업스토어(임시매장) 개장이 결정적이었다. 이전까지 라인은 글로벌 마케팅의 일환으로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반년 정도까지 대도시 요지에 점포를 내고, 방문자가 스마트폰에 라인 앱을 설치하면 인형 등을 10%씩 할인해줬다. 미끼상품이었다. 그런데 개장을 일주일 앞두고 중국 정부가 라인과 카카오톡, 페이스북 등 해외 온라인 서비스 다수를 차단했다. 테러조직이 정보 교환에 사용할 수 있다는 이유였다. 메신저 앱 자체가 무용지물이 됐으니 프로모션 행사도 의미가 없어졌다. 난감했다. 고민하던 캐릭터팀은 ‘그냥 팔자’고 의견을 모았다. 메신저 앱에 대한 홍보는 포기했는데, 베이징 시민들은 개의치 않고 곰돌이와 토끼 인형들을 샀다. 라인 직원들은 사람들이 원했던 게 캐릭터 그 자체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2014년 말 뉴욕 타임스스퀘어 앞에 팝업스토어를 열면서 사업에 대한 확신이 더욱 강해졌다. 미국인들이 라인이라는 서비스를 알 턱이 없었지만 그래도 기념사진을 찍어댔다. 결국 2015년 3월 라인프렌즈는 라인의 자회사로 독립해나갔다. 가로수길 외에도 명동과 이태원에도 3층 규모의 대형 매장을 열어 내국인은 물론이고 외국인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영업에 들어갔다. 경쟁사인 카카오 역시 석 달 후 카카오프렌즈를 출범시켰다. 2015년 12월 말 기준으로 라인프렌즈는 한국 일본 중국 대만 홍콩 등 5개국에 정규 매장 15개를 운영 중이다. 회사 측이 집계한 매장당 일평균 방문객은 약 6000명이다. 캐릭터 사업에서만큼은 카카오를 멀찍이 앞서가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히트상품인 ‘브라운’ 인형은 무려 25만 개가 팔렸다.
디자이너 출신인 라인프렌즈의 김성훈 대표가 추구하는 것 중 하나는 해외 유명 브랜드와의 협업이다. 실제 매장 방문객들이 사는 것은 지갑에 부담 없는 봉제인형과 문구류라고 하더라도 일단 매장으로 사람들을 모으기 위해서는 입소문을 탈 수 있는 마니아 취향의 고급 아이템을 내놓아야 한다고 본 것이다. 이에 따라 스웨덴의 수제 그릇 제조사인 구스타프베리, 독일의 문구 브랜드 라미, 네덜란드의 조명 브랜드 미스터마리아 등과의 협업이 이뤄졌다. 콧대 높은 해외 브랜드를 설득하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열 개 브랜드에 제안서를 보내면 아홉 곳에선 답이 없고 한 곳에서 ‘얘기나 한 번 해보자’는 미지근한 답이 오는 정도였다. 하지만 참을성을 갖고 기다렸다. 담당자가 아시아지역으로 출장을 올 때 홍콩이나 중국에 있는 라인프렌즈 매장으로 초대해 구경시켜 주면 상대방의 태도도 달라졌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라미 만년필의 경우 하루 만에 1만 개 가까이 팔렸다. 중국 보따리상이 싹쓸이해가서 1인당 구매 수량에 제한을 둬야 했다.
라인프렌즈에서 신제품을 기획해 상품으로 내기까지는 3, 4개월이면 충분하다. 디자이너부터 마케터, 물류 담당자까지 모두 스마트폰 ‘밴드’ 서비스로 의견을 주고받으며 신속하게 일을 진행한다. 김 대표는 “내가 이게 좋으니 이렇게 결정한다고 하는 것보다는, 나는 이렇게 하고 싶은데 너희는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어본다. 그리고 반응을 본다. 좋을 것 같다는 반응이 많으면 따로 지시를 내리지 않아도 그 일은 자연스럽게 진행된다”고 말한다. 사무실 배치도 직원들의 신속한 정보 교환에 중점을 뒀다. 이태원 사옥에 근무하는 120여 명의 직원들은 적당히 느슨하게 섞여 앉는다. 같은 팀이 같은 층에는 근무하지만 바로 옆자리에는 연관 업무를 하는 다른 팀 동료들이 앉는 식이다. 팀장급 직원은 창가 쪽이 아닌 복도 쪽, 이른바 ‘택배 받는 자리’에 앉는다. 팀별 이해관계가 충돌할 때 팀장들끼리 쉽게 만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자신들의 비즈니스모델을 캐릭터 사업이 아닌 ‘연예기획사’라고 생각하는 점도 이 회사의 독특한 점이다. 브랜드매니지먼트팀의 심상아 매니저는 “우리는 9명의 캐릭터를 관리하는 엔터테인먼트 회사”라고 말한다. 싸이 같은 연예인이 인기를 끌기 시작하면 그를 잘 포장해서 해외시장으로 진출시킬 수 있는 연예기획사가 필요하듯이 라인프렌즈 역시 캐릭터들을 잘 포장해서 가치를 극대화하는 회사라는 설명이다. 주재우 국민대 경영대 교수 designmarketinglab@gmail.com
원문보기 : http://news.donga.com/3/all/20160104/75706504/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