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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GDP 대안, `일자리 계정`서 찾자 / 김현수(경영학부) 교수

봄이다. 우리 모두에게 희망의 봄이 돼야 한다. 모두가 건강하고 행복해야 한다. 행복하려면 양호한 건강과 좋은 관계와 충분한 돈과 여유시간과 일자리 등이 있어야 한다. 이 중에서 우선 돈이 국민 행복의 중심이라는 생각이 GDP 중심의 경제 정책 및 국정 운영을 당연시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GDP 성장 중심으로 경제운용을 하다 보니 불균형과 불평등이 심화됐고, 사회 복지 정책으로 이 문제를 완화하려는 것이 우리나라를 포함한 많은 나라들의 국정운영 기조라고 할 수 있다. 

20세기 전반 대공황시기에 개발돼 지금까지도 널리 사용되고 있는 GDP는 국가가 경제를 관리하는 주요 수단이기는 하지만, 생산에서 소비로 힘의 중심이 이전된 현대 경제에서는 그 효용 가치가 매우 낮아지고 있다. 자산적 생산과 부채적 생산을 모두 동일하게 계상하는 GDP 중시 방식은 사회적 자본의 축적과 공동체의 가치 제고에 반대 방향의 힘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국민계정체계 개발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사이먼 쿠즈네츠도 한 국가의 부는 국가수입의 측정만으로는 추산할 수 없다고 했다. 경제적 이익을 중시하는 기업에서도 기업의 순가치를 측정하는 개념으로 공유가치가 제시되고 있다. 즉 경제와 사회, 환경의 세 가지 측면을 동시 측정해야 한다는 트리플 바텀라인 회계를 제안하고 있다. 그러면, GDP의 대안은 무엇인가. 현대 경제에서는 일자리라고 할 수 있다. 

개인의 삶의 중심이 가족에서 기업으로 이동된 현대 사회에서 일자리는 행복의 중심이라 할 수 있다. 나 자신에게 좋은 일자리여야 하고 나에게 필요한 일자리여야 한다. 내게 자아실현 기회를 갖게 해주고, 경제적 여유도 주고, 건강관리와 여가생활을 위해 필요한 적절한 시간적 여유도 주는 일자리여야 한다. 과거에 GDP의 성장을 정밀하게 측정하고 관리하였듯이, 이제 일자리계정의 성장을 정밀하게 측정하고 관리해야 한다. 이것이 국정운영의 중심이 돼야 한다.

과거에 GDP를 정교하게 개발했듯이, 일자리계정도 현대적 관점에서 정교하게 개발해야 한다. 일자리의 수, 취업률, 실업률, 평균임금 등으로 단순하게 정량 관리되는 수준을 넘어서 진정한 국민계정이 되도록 새로이 일자리계정을 개발해야 한다. 양적인 지표와 질적인 역량이 균형돼야 하며, 현재 지표와 미래 역량이 균형돼야 한다. 개별지표와 공동체지표가 포괄적으로 반영돼야 한다. 미시적으로는 일하기 좋은 직장(GWP)지표와 최고 대비 최저 급여 차이 비율을 포함하고 거시적으로는 권력구조와 재무구조의 수평성 수준을 반영해야 할 것이다. 현재 일자리 수준은 물론이고 미래의 일자리 창출 역량 수준을 반영해야 할 것이다. 제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일자리의 변화, 일자리 공급자와 일자리 수요자의 역량 변화, 일자리 관련 각종 법 제도의 역량 변화를 미래 일자리 창출 역량지수에 담아내야 할 것이다. 

일자리중심 국정운영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조직 신설 또는 기능 조정과 강화가 필요하다. 일자리중심 국정운영센터가 있어야 한다. 국가의 경제사회 씽크탱크이기도 하면서 발전전략을 실행하는 구심점 센터기능을 수행하는 조직이 있어야 한다. 또한 연구소도 많이 필요하다. 미래 예측이 어렵고 정성적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하기 때문에 많은 기관들이 다양한 차원의 연구를 수행하도록 해야 한다. 

정부의 목표가 매년 GDP 몇 % 성장으로 발표되는 것이 아니라, 일자리계정에 적절한 명명을 하여 그 계정의 몇 % 성장으로 발표될 필요가 있다. 그 계정이 측정되고 분석되고 성장해야 한다. 각 부처에서는 일자리계정 세부지표들의 목표를 설정하고 관리해야 한다.

오래전에 몬드라곤협동조합 설립자 돈호세 신부는 자본을 지키려고 일자리를 위태롭게 하지 말고,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자본을 위태롭게 하자는 철학을 구현하였다. 요즘처럼 국가 공동체의 가치가 뼈에 사무치게 중요하게 느껴지는 때에는, 우리 경제정책과 사회정책의 중심을 GDP에서 일자리로, 자본에서 공동체로 전환해야한다는 생각이 더 간절하게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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