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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자세로 오래 있으면 근육 굳어 통증 생겨 / 홍정기(체육학부) 교수

최근 발표된 보건복지부 통계에 의하면 60세 이상 여성 중 87.7%, 남자중 73%가 만성 통증에 시달린다고 한다. 적지 않은 숫자다. 만성 통증은 주로 신진대사성 질환 때문이라기 보다는 근골격계 질환에 의해 일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스포츠 의학협회 자료를 근거로 부위별로 자세히 들여다 보면 통증을 경험하는 사람 중 약 60% 정도가 허리, 40%가 무릎과 어깨, 30%가 발과 발목, 목에서 이를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놀라운 것은 이 통계치에 20대도 포함됐다는 것이다. 사실 필자가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는 수업에서 목이나 어깨, 또는 허리가 아픈 사람들이 있느냐고 물어보면 학생들 중 절반 정도가 손을 든다. 노화로 인해 근골경계의 통증을 느끼는 것은 근육과 관절을 많이 사용한데다 퇴화가 오면서 생기는 자연스런 현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10∼20대나 30대 초반의 젊은 세대들이 벌써부터 이러한 근골격계 만성 통증에 시달린다는 것은 안타까운 점이다.

 

젊은 세대들이 경험하는 통증의 원인
왜 젊은 세대들이 관절의 불편함이나 통증들을 벌써부터 경험하고 있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우선 학업이나 회사 일로 오랜 시간 앉은 자세로 지내는 라이프 스타일을 원인으로 든다. 최근엔 앉은 자세로 스마트폰을 오래 사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는 게 더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통계에 의하면 스마트폰 사용자들은 하루 평균 3시간∼3 시간 30분 정도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는데 이 중 대부분이 앉은 자세라고 한다. 한 달이면 약 90시간, 1년이면 약 110시간 정도다. 즉 1년에 45∼50일, 거의 두 달 가까이를 스마트폰을 보는 데 쓰고 있는 것이다.

스마트폰을 오래 사용하는 사람들은 주로 허리를 곧추 세운 앉은 자세보다는 고개가 약간 앞으로 구부러진 채 엉덩이가 의자 등받이에서 약간 멀어진 상태의 구부정한 자세를 취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자세로 오래 있을 수록 정상적이던 관절의 위치에 변화가 오게 된다. 장시간 긴장하다 보니 관절 주변의 근육들은 짧아지게 되는데, 짧아진 근육 반대편의 근육들은 오히려 원래보다 늘어나면서 관절 위치가 제 자리에서 벗어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을 전문적인 용어로 ‘부정렬(malalignment)’이라고 부른다. 관절의 부정렬은 관절 주변 근육의 근력을 떨어 뜨리고 더 나아가 자세를 변형시켜 거북목이나 척추 측만(scoliosis)· 전만 (lordosis)등을 일으킬 수 있다. 임상연구들에 의하면 근육의 약화와 자세의 변형은 통증과 아주 높은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뼈나 근육·인대 등이 멀쩡하더라도 관절 주변의 근육이 약해지거나 자세가 변형되는 것만으로도 통증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간단한 자세 자가 진단법
자세 변형이 일어나는 부위는 주로 목과 허리·고관절·무릎 등이다. 자세 변형으로 인한 통증을 감소시키기 위해서는 근력을 강화하고 자세를 바로 잡는 것이 중요하다. 나쁜 자세를 교정하기 위해서는 내가 현재 어떤 자세를 유지하고 있는지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집이나 직장에서 스스로 간단하게 해 볼 수 있는 아래의 자세 자가 진단법을 통해 문제를 확인한 뒤 제대로 된 자세 기능 회복 운동을 실시해 바른 자세를 회복해보자.

첫 번째 동작<사진 1>은 목의 근력과 자세를 평가하는 동작이다, 사진처럼 벽에 등을 대고 선다. 이 때 양 발은 벽에서 약 10㎝ 정도 떨어진 상태를 유지하고 머리는 벽에 닿도록 한다. 시선은 앞을 보고 그대로 턱을 목 쪽으로 끌어 당겨 본다. 이 때 머리 뒷부분이 벽에 닿은 상태에서 목이 끌어 당기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턱을 목 쪽으로 잡아 당기는 데 뒷머리가 벽에서 떨어져 앞으로 구부려 진다면 목 주변 근육들에 불균형이 있는 거북목과 같은 자세라고 진단할 수 있다.

 

두 번째 동작도 벽에 등을 댄 자세에서 해 볼 수 있다. <사진 2>와 같이 오른손을 허리 뒤쪽으로 넣어 본다. 이 때 손을 편 상태로 집어 넣는데 정상적인 허리 자세라면 손가락 관절(knuckle)에 걸려서 더 이상 손이 들어가지 않아야 한다. 만약 처음부터 손이 아예 들어가지 않는다면 허리가 구부러져 있는 자세이고, 손이 손가락 관절에서 걸리지 않고 통과해서 반대편 쪽으로 나오게 되면 허리나 너무 펴져 있는 전만(lordosis)자세다.

 

세 번 째 동작<사진 3>은 고관절과 골반의 자세를 평가하는 동작이다. 등을 바닥에 대고 누워서 한쪽 손은 허리와 바닥 사이에 대고 발목을 90도로 잡아 당긴 상태에서 한쪽 다리를 천천히 몸통 쪽으로 들어 올린다. 이때 무릎을 구부려 지지 않게 최대한 편 상태로 그대로 끝까지 천천히 들어 올리는 것이 중요하다. 다리를 들어 올릴 때 허리와 바닥 사이에 있는 손이 눌려지는 것이 느껴지면 동작을 정지한다. 손이 눌리지 않은 상태에서 한쪽 다리가 올라 오는 각도가 약 80∼90도 정도 되는 것이 정상이다. 이 각도에 도달하기 전에 손이 눌려지는 것을 느낀다면 고관절 앞·뒤의 근육들이 경직되어 있고 골반도 뒤쪽으로 이동했을 수 있다. 고관절과 골반의 움직임은 허리의 통증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고관절과 골반이 유연해져야 허리가 편안해진다.

 

마지막 동작<사진 4>은 양손으로 허리를 잡고 한 발로 서서 무릎을 살짝 구부렸다 펴는 동작이다. 한 발로 서서 약 45도 정도만 무릎을 구부렸다 펴는 동작을 3회 실시하다. 거울을 보며 무릎과 발목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확인해 본다. 정상적인 자세라면 무릎이 구부려질 때 직선으로 내려오거나 약간 바깥 쪽으로 움직여야 한다. 만약 무릎이 안쪽으로 움직이면서 발바닥도 안쪽으로 같이 움직인다면 고관절이 경직되고 무릎 주변의 근육이 약해진데다 발 관절도 안정되지 않은 상태라고 보면 된다. 하체의 이러한 부정렬 동작은 x-레이나 MRI를 찍어보면 정상으로 나타나는데도 이상하게 통증이 느껴지는 사람들에게 많이 나타난다.

 

“앉으면 죽는다!”
현대인들의 오래 앉아 있는 습관이 건강을 해친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미국과 유럽에서는 “Sitting is killing”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30분 정도 앉고 나선 일어나 2∼3분간 움직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연부조직 생체역학 연구에 의하면 한 자세로 1시간 정도 움직이지 않을 경우 수축되고 경직된 근육을 풀기 위해 적어도 20분 정도의 스트레칭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일상 생활 속에서 앉은 상태로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보는 자세를 계속 유지한다면 근육들이 경직되고 시간이 지나면서 탄력을 잃어 더 약해지게 된다는 점을 명심하자. 다음 회에는 각 자세별 회복 운동법을 알아본다.

 

홍정기 국민대 교수 hongjunggi@gmail.com
한국체육대에서 학사와 석사를 마친 뒤 미 국 오레곤주립대에서 운동과학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국민대 체육대학 교수, 리복 크로스 핏 센티넬 자문교수를 맡고 있다. 『운동상해』, 『임상 정형의학 검사』(역서) 등의 저서가 있다

 

 

원문보기 : http://sunday.joins.com/archives/1280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