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포커스-이원덕] 오바마의 히로시마 방문 의미 / 이원덕(국제학부) 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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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이 결정되었다. 미·일 양 정부는 오바마 대통령이 이세지마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 직후 피폭 도시인 히로시마를 방문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오바마의 히로시마 방문을 바라보는 미·일의 시각에는 큰 차이가 존재한다. 더욱이 식민 통치와 무고한 원폭 피해라는 쓰라린 이중적 희생 경험을 지닌 한국 입장에서 보면 오바마의 히로시마행은 착잡하고 복잡하다. 이후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을 위한 여건 조성은 착착 진행되었다. 캐럴라인 케네디 주일대사는 부임 후 줄곧 히로시마 평화기념관을 방문했다. 그녀는 핵군축을 주창했던 아버지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레거시를 오바마 대통령이 이어가길 바라는 마음에서 히로시마행을 강권한 것으로 알려졌다. 존 케리 국무장관은 올 4월 히로시마에서 열린 G7 외무장관회의에 참석한 뒤 미 국무장관으로서는 처음 평화기념관을 찾아 분위기를 띄웠다. 미국 조야에서도 더욱 강화된 미·일동맹 영향인지 오바마의 히로시마행에 대한 반대 목소리는 훨씬 줄었다. 일본은 오바마의 히로시마 방문에 환영 일색으로 크게 반색하고 있는 분위기다. 아베 신조 총리는 오바마와 함께 히로시마 추도 대열에 나란히 서게 됨으로써 침략전쟁의 가해자 이미지를 희석하고 피해자 코스프레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G7 의장국으로서 7개국 외무장관회의를 히로시마에 초치한 것도 이러한 치밀한 의도와 무관하지 않다. 아베 총리는 지난해 미 상하원 합동 연설과 미·일 방위협력지침 개정으로 중간 성과를 낸 뒤 이어서 집단자위권 행사를 용인하는 안보법제를 통과시킴으로써 미국이 추진하는 재균형 정책에 충실하게 화답해 왔다. 더 나아가 아베 총리는 히로시마에서의 미·일 정상회담을 통해 미·일동맹을 한층 더 업그레이드시키는 계기로 활용코자 의도하고 있다.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있는 아베 총리로선 이번 G7 정상회담과 오바마의 히로시마 방문을 최대한 국내 정치에 유리하도록 활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서는 무려 7만명의 조선인이 무고하게 원자폭탄으로 희생됐다. 원폭 피해국이 일본만이 아니며 한국인 피해자도 적지 않다는 사실이 이번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을 계기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버려서는 안 될 것이다. 한국과 중국의 우려 섞인 시선과 미국 내 비판을 의식해서인지 미 백악관 당국자들은 “오바마가 히로시마 방문에서 원폭 투하 결정을 사과하지는 않을 것이며 이번 방문은 원폭으로 희생된 모든 무고한 사람들을 기리기 위한 것”이라고 함으로써 한국인 피해자를 염두에 둔 발언을 했다. 오바마의 핵무기 없는 세계의 평화 호소가 일본의 침략 역사의 기억을 희석시키는 데 악용돼서는 결코 안 될 것이다. 더 나아가 이번 오바마의 히로시마 방문을 계기로 한반도 평화를 송두리째 흔들고 있는 북한의 집요한 핵 개발 시도에 제동을 걸 구체적 방안을 마련하는 데 지혜를 모아주기 바란다. 이원덕(국민대 교수·국제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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