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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기고]구글 지도 반출과 스마트카 지도 전쟁 / 정구민(전자공학부) 교수

스마트카의 미래 진화에서 지도 정보의 중요성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 지도를 장악하기 위한 경쟁도 치열해지고, 협력 관계도 복잡하게 전개된다. 멀리 돌이켜 볼 필요 없이 지난해부터 벌어진 일만 봐도 치열한 지도 경쟁을 엿볼 수 있다.

지난해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 주요 자동차업체는 안드로이드오토와 카플레이를 전시하면서 대규모 상용화를 예고했다. 하지만 현재 상황을 보면 상용화는 조금씩 이뤄지고 있다. 자동차업계가 구글과 애플에 사용자 정보와 지도·주행 등 중요한 정보를 내주는 것을 경계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에는 독일 자동차 3사(벤츠, BMW, 아우디폭스바겐)가 노키아 지도 회사 `히어`를 공동 인수했다. 동시에 주요 자동차사에 투자를 권유했다. 자동차업계의 공동 지도 플랫폼을 만들어 구글과 애플에 대항하자는 의도가 깔려 있다. 자율주행 정밀 지도에 소요되는 막대한 비용을 공동 부담, 빠른 시일 안에 상용화하자는 의도도 담겼다.

올해 CES에서는 도요타가 포드의 스마트디바이스링크 솔루션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스마트디바이스링크는 안드로이드오토, 카플레이와 유사하게 스마트폰 화면을 헤드유닛에 뿌려 주는 기술이다. 일본과 프랑스 업체가 가세하면서 미국 시장 기준으로 약 70%에 이르는 또 하나의 사실상 표준을 만들어 냈다. 도요타는 이 결정이 구글과 애플에 대항하기 위한 것임을 분명히 했다. 스마트폰을 연결하면서도 자사의 내비게이션을 그대로 사용자가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일부 차종에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오토를 상용화한 벤츠는 여전히 고민거리를 안고 있다. 스마트폰을 연결해 이들을 실행하면 벤츠 내비게이션이 어려운 탓이다. 벤츠 관계자는 벤츠 내비게이션이 가능하도록 소프트웨어(SW) 업그레이드를 고려한다고 밝혔지만 구글·애플과 협력이 쉽지 않다.

히어의 행보는 이곳저곳에서 주목 받았다. 국내에 히어의 정밀 지도용 차량이 운행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우버는 이달 초 구글 지도 독립을 선언했다. 우버는 지난해 8월 자율주행 자동차 비전을 발표하고 주문형 교통 서비스로 진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올해 8월에는 약 5000억원을 투자, 세계 지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앞으로는 자율주행 시장을 위한 정밀 지도 구축에도 힘쓸 전망이다.

최근 구글은 한국 정부에 지도 반출을 신청했다. 반출 신청에는 스마트카 지도 전쟁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각국의 히어 인수 승인이 마무리되고 여러 자동차업체가 가세하면 공동 지도 플랫폼의 파워는 더욱 커진다.

국내 경쟁도 치열하다. 고속도로 자율주행에 정밀지도를 연동하는 현대, 지도 문제를 해결하고 한국 서비스를 하는 애플 카플레이, 한국 정밀 지도 구축에 나선 것으로 보이는 히어코리아, 한국 지도 서비스를 중국 관광객 위주로 제공하는 바이두 등 경쟁업체들의 행보가 빠르다. 세계 지도와 자율 주행 정밀 지도를 꿈꾸고 있을 구글도 서두를 수밖에 없다.

아쉬운 점은 구글의 행보에 국내 사용자에 대한 고려는 없었다는 점이다. 뒤처진 국내 커넥티드카 환경을 생각할 때 구글이 자동차사와 협력해 안드로이드오토를 국내에서 빨리 상용화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구글 지도는 연결할 수 없지만 지도 반출 시점에 서비스가 개시되도록 해 놓고 국내 자동차에서 안드로이폰 사용이 가능하도록 배려했으면 어땠을까. 국내 대다수를 차지하는 안드로이드폰 사용자를 위해, 구글의 소비자를 위해 조금 희생하면서 지도가 없는 상태로라도 안드로이드폰을 국내 자동차에서 사용하도록 했으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지도 반출에 대한 지금의 반구글 여론은 정반대가 되지 않았을까. 이런 상황은 이미 국내에서 애플 카플레이가 확대되는 것과도 대비된다. 지금까지 구글 행보에 국내 사용자에 대한 배려는 없다고 볼 수 있다.

결국 구글의 지도 반출 요청은 스마트카 지도 전쟁의 연장선상에서 구글의 사업상 이익을 위한 선택으로 생각된다. 국내 사업 활성화나 스타트업 해외 진출 이슈는 부차 이유일 뿐이다. 관련 부처의 냉정한 판단이 필요한 부분이다. 이와 더불어 구글은 국내 소비자나 사용자에게 더 많이 신경 쓸 필요가 있다. 구글의 한국 사업을 위해서라도 앞으로 우리나라 소비자를 배려하는 것이 더 필요하다. 어느 기업이든지 소비자의 마음을 얻지 못하는 기업은 성공할 수 없는 법이다.

정구민 국민대 교수 gm1004@kookmin.ac.kr

 

원문보기 : http://www.etnews.com/201608190003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