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과 대학, 어느 쪽이 평생교육의 중심이 되어야 하나? / 김병준(행정정책학부) 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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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청와대 정책실장 지난번 칼럼에서 대학을 바꾸려면 대학의 내부 사정을 제대로 알고 하라고 했다. 그렇지 않으면 누르고 어르고 해 봐야 대학 내 갈등만 유발할 뿐, 시간이 지나면 용수철처럼 되돌아가 버린다고 했다. 이화여대의 미래라이프대학 설립이 무산되는 것을 보면서 쓴 글이었다. 답을 했다. 우선 첫째, 대학이 ‘돈값’을 못하는 게 맞다. 실제로 대학은 이미 지식과 기술의 생산거점과 유통거점으로서의 지위를 잃어가고 있다. 사회적 적실성이나 실용성이 높은 지식과 기술에는 더욱 그렇다. 그러한 지식과 기술은 이미 대학이 아닌 현장에서 생산되고, 또 유통되고 있다. 물론 잘하는 대학도 있다. 또 의학과 같이 대학 그 자체가 현장인 분야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대학, 대부분의 분야는 그렇지 않다. 일례로 어느 대학의 전자공학과가 삼성전자의 지식과 기술, 생산능력과 유통 역량을 따라가겠나? 둘째, 대학이 평생교육기관이 되어야 하는 것도 맞다. 하버드대학도 평생교육대학(Extension School)을 두고, 나이와 관계없이 학생을 받아 정식 학위를 수여하고 있다. 옥스퍼드를 비롯한 다른 많은 대학도 마찬가지이다. 이화여대라 하여 그리 만들지 못할 이유가 없다. 셋째, 하지만 문제가 있다. 우리의 대학이 과연 이런 교육, 즉 적실성과 실용성이 높은 평생교육을 할 수 있느냐이다. 다소 극단적이라 할지 모르겠으나 실용적 자동차 기술은 대학이 아닌 자동차 공장에서 배우면 된다. 등록금을 내는 게 아니라 돈을 받으면서 말이다. 자동차 만드는 데에도 이론이 있고 철학과 미학이 있다고? 당연히 있겠지. 하지만 이걸 꼭 대학에서 가르치고 배워야 하나? 오히려 현장, 즉 자동차 공장이나 그 협력회사들이 일반 대학과 제휴해 가르칠 수 있도록 하면 더 좋지 않겠나? 자동차 공장은 왜 이런 프로그램을 운영하지 않고, 또 자동차를 배우겠다는 학생들은 왜 모두 대학에 가고 있을까? 이유는 하나이다. 대학이 독점하고 있는 학위수여권이다. 대학에 가야 학위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제대로 배웠건 말았건 말이다. 이제 심각하게 물을 때가 되었다. 현장으로부터 떨어진 대학을 사회적 적실성과 실용성이 높은 지식과 기술을 가르치는 교육기관으로 만드는 게 옳은지, 아니면 실용적일 수밖에 없는 현장을 학위를 줄 수 있는 평생학습 대학으로 만드는 것이 옳은지, 또 아니면 이 두 길을 같이 열어 서로 경쟁하게 해야 하는지. 맥도날드가 ‘햄버거 대학(Hamburger University)’을 열고, IT 기업 애플이 ‘애플 대학(Apple University)’을 열고 있다. 아직 학위를 주는 단계는 아니지만 일반 대학의 학위과정과 연계하며 그 위상을 높여 가고 있기도 하다. 실질이 점점 더 중요해지는 상황 속에서 꼭 학위를 줄 이유도 없다는 주장도 있다. 맥도날드와 애플이 증명해 주면 그걸로 된다는 거다. 우리는 왜 이런 길을 생각하지 않는 것인가? 왜 결코 쉽게 실용적일 수 없는 대학에 목을 매는 것인가? 이화여대 미래라이프대학 사태와 같은 것을 겪으면서 말이다.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는 교육부, 즉 학교만을 생각할 수밖에 없는 부처가 이 모든 것을 주도하기 때문이다. 교육부에 부총리 타이틀을 부여한 것은 여러 관련부처를 이끌며 더욱 큰 구상을 하라는 뜻이었다. 하지만 교육부 장관은 늘 교육부 장관, 부총리 역할을 한 적이 없다. 또 할 수도 없다. 무슨 이야기냐? 큰 구상을 하고, 또 그 구상을 실현할 수 있는 제도적 메커니즘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아니면 대통령과 청와대가 직접 제대로 끌고 가든가. 그렇지 않으면 대학은 억지 개혁으로 멍들고, 국가의 인적자원 정책은 계속 길을 잃고 헤매게 될 것이다. 김병준 국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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