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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핵추진 잠수함 도입 / 박휘락(정치대학원장)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위협에 대비하기 위한 핵추진 잠수함 도입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북한 잠수함이 남해로 돌아 내려와 SLBM을 발사하면 현재 미사일 방어망으로는 탐지 및 요격이 제한된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정치권 일각에서 핵잠수함을 자체적으로 보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도입 찬성 쪽은 한반도 전력 상황에서 한국의 비대칭적 취약성을 다소나마 보완할 수 있는 핵잠수함을 하루 빨리 건조, 보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신중론을 펼치는 측은 핵추진 잠수함 개발·운용 과정에서 동맹국과의 갈등과 막대한 비용 문제에 봉착할 수 있고 핵잠수함이 북한 SLBM을 막을 유일한 수단도 아니라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 양측의 견해를 싣는다.

북한의 핵위협이 가속화되면서 한국 사회에서 가열되고 있는 논쟁의 두 가지 초점은 핵무기 개발과 핵연료를 사용해 기동하는 잠수함(원자력 또는 핵추진 잠수함)의 건조다. 이들의 공통점은 비전과 현실의 차이가 크다는 것이고 그 배경이 북핵에 대한 단방약(單方藥) 희구 심리와 자주의 열망이라는 사실이다.

실망스럽겠지만 현실의 북핵 위협은 백약(百藥)을 써도 해결을 장담하기 어려울 정도로 복잡한 처방이 필요하고 한미동맹은 물론이고 모든 우방국들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난제다. 지난 8월24일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성공 이후 특효약처럼 거론되고 있는 핵추진 잠수함 건조에 대한 냉정과 신중을 촉구하는 것은 이 같은 이유에서다.

우선 핵추진 잠수함이 건조됐다고 해도 북한의 SLBM 위협을 해소할 수 없다. 1982년 4월 포클랜드 해전에서 영국은 제해권을 장악한 상태에서 5척의 핵추진 잠수함과 1척의 디젤 잠수함, 다수의 대잠전(對潛戰) 수상함과 헬기를 동원했지만 아르헨티나의 디젤 잠수함 1척도 격침시키지 못했다. 그만큼 잠수함의 탐지와 격침은 어렵고 북한 해역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핵추진 잠수함은 수면으로 부상할 필요없이 핵무기를 장착한 북한의 잠수함을 24시간 감시할 수 있다는 것인데 이를 위해서는 3~4척의 교대가 보장돼야 한다. 북한도 다양한 회피 방책을 강구할 것이라서 발견했다고 해서 계속 추적할 수 있거나 필요시 즉각 파괴시킬 수 없다. 북한이 수척의 핵잠수함을 보유할 경우 수 개의 항구를 모두 감시해야 하고 블라디보스토크 등 러시아 해역으로 피신했다가 공격하는 등 기습적 방법을 사용할 경우 대응은 더욱 어렵다.

둘째, 핵추진 잠수함의 건조과 운영을 위해 극복해야 할 장애가 너무 많고 비용도 엄청나다. 핵연료를 확보한 후 소형 원자로를 제작해야 하고 미국을 비롯한 주변국들의 협조나 묵인을 얻어내야 한다. 개발과 건조에 성공할지, 어느 정도의 비용과 시간이 소요될지 불확실하고 건조해도 운영에 엄청난 비용을 각오해야 한다. 이런 이유로 핵잠수함을 운영하는 국가는 미국·러시아·중국·영국·프랑스 등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 5개국뿐이며 이를 시도한 인도와 브라질은 난관에 봉착해 있다.



셋째, 북한의 SLBM에 대한 방어는 잠수함·수상함·항공기·헬기 등 다양한 플랫폼으로 ‘사냥팀(Hunter Killer)’을 구성해 복합적인 작전을 전개해야 하는데 그중 어떤 것에 우선순위를 둘 것인지는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플랫폼마다 장단점이 있고 국가별 상황과 여건이 다르며 비용 대비 효과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핵추진 잠수함 1척 운영비로 디젤 잠수함 10척을 운영할 수 있다면 전자를 쉽게 선택할 수 없다. 자항식(自航式) 기뢰나 대잠 무인잠수정과 같이 한국의 기술적 장점을 극대화하면서 저비용·고효율과 창의성을 보장하는 다양한 수단과 방법을 모색하려는 노력이 더욱 절실할 수 있다.

넷째, SLBM 위협은 한국만으로는 방어할 수 없다. 동해라는 해역이 한국만의 공간이 아니고 미국과 일본도 매우 심각하게 생각해 대응할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미국·일본 간의 연합 대잠작전이 필수적이며 또한 효과적이고 그러한 노력들을 제도화하거나 강화해나가는 것이 우선이다. 분업 개념에 따라 한미일 대잠전태세 중에서 한국이 담당해야 할 분야를 집중적으로 증강한 후 3개국이 연합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핵추진 잠수함의 영역은 미국이, 디젤잠수함의 영역은 한국이 담당하는 방식이 무난할 것이다.

다섯째, 북한의 핵위협 중 SLBM이 가장 위험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핵무기를 장착한 스커드·노동·무수단 등 지대지(地對地)탄도미사일이 더욱 위협적이다. 북한의 SLBM 개발 목적이 미국을 위협해 한국에 대한 지원을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되는 이유다. 국방 예산 제한으로 우선순위를 설정해야 한다면 도시 거주 국민들을 보호할 수 있도록 패트리엇지대공미사일(PAC-3)을 추가로 도입하거나 장거리 및 중거리 대탄도탄미사일을 조기에 개발하는 것보다 핵추진 잠수함이 우선되기 어렵다.

북핵에 대한 백약 중에는 당연히 핵추진 잠수함도 포함돼야 한다. 그러나 도입 추진이나 우선순위를 성급하게 결정해서는 곤란하다. 인도가 러시아의 핵추진 잠수함을 대여해 사용하는 방식을 미국과 협의할 수도 있을 것이다. 국민들의 열망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국방에는 감정보다는 이성, 의욕보다는 현실이 더욱 중요시되지 않을 수 없다.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장

 

원문보기 : http://www.sedaily.com/NewsView/1L2OF0AKD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