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대학교 국민대학교

언론속의 국민
[시론] 저금리정책 고집할 때 아니다 / 윤정선(파이낸스·회계학부) 교수

최근 수년간 세계 경제를 가장 잘 대표하는 단어 중 하나는 아마 '저금리 정책'이 아닐까 싶다. 유럽의 몇몇 국가에서는 마이너스 기준금리 정책을 채택한 지 수년이 지났고, 이웃 일본에서도 마이너스 기준금리를 채택한지 1년여가 지났다. 세계 1위의 경제대국인 미국만이 최근 금리인상을 고려하고 있지만 여전히 1% 미만의 초저금리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우리나라 또한 저금리 정책에서 예외가 아니다. 금융위기 이전인 2006년도만 하더라도 우리나라의 기준금리는 4.5% 수준이었지만 금융위기 이후 지속적으로 하향 조정됨에 따라 금년에는 1.25%의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의 금리인상이 임박했다는 전망만 없다면 추가적인 금리인하까지 단행될 가능성도 없지 않을 것이다.

이처럼 저금리 기조가 오랜 기간 지속되면서 우리 경제의 부채규모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계부문의 부채증가속도는 우려할 만한 수준이다. 낮은 차입비용에 기대어 부동산 등에 투자하기 위한 주택담보대출이 크게 증가하고 이로 인해 일부 지역의 부동산 시장이 과열양상을 보이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주택담보대출 이외에도 신용대출 및 제 2금융권의 대출 또한 급격한 증가세를 보이면서 가계부채의 질이 점차 악화되고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이처럼 가계부채가 급증하면서 부작용이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정부는 한번 낮춘 금리를 조만간 인상하려고 들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최근 국제교역량이 감소한데다 금년 들어서는 한진해운의 법정관리에 따르는 해운물류사태 등 수출에 악영향을 미치는 악재들이 잇달아 발생하면서 그동안 우리 경제를 이끌어 왔던 수출의 경제성장 기여도가 크게 하락했다. 반면 저금리에 기초한 부동산 시장의 활성화로 인해 건설경기의 경제성장 기여도는 크게 높아진 상황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금리인상이 자칫 건설경기 침체로 이어질 경우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사정이 더욱 악화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경기가 좀처럼 회복세를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금리를 인상할 경우 금융비용이 급격하게 증가함으로써 이미 부채비율이 높은 가계의 소비여력이 낮아지고 기업의 투자의욕마저 위축될 수도 있을 것이다.

국내 사정과는 무관하게 대외 여건은 저금리 기조가 느리게나마 종료될 가능성도 없지는 않아 보인다. 최근 한 차례 금리를 인상한 미국은 연내 한 차례 추가적으로 금리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점쳐지는 등 저금리 기조에서 탈피하고자 하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유럽에서도 오랜 기간 동안의 저금리 정책으로 일부 대형은행의 부실화 문제가 불거지면서 점차 저금리 기조에서 벗어나고자 할 수 있다는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저금리 정책의 이면에는 소비 및 투자의 활성화에 힘입어 소득이 증가하고 이로 인해 일시적으로 증가했던 부채규모가 장기적으로는 감소하거나 최소한 높아졌던 부채비율이 다시 낮아질 것이라는 선순환에 대한 기대가 전제되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세계 경제는 장기간에 걸친 저금리 정책에도 불구하고 기대했던 선순환의 기미는 보이지 않고 저성장이 일상화되는 시기를 맞고 있는 듯하다.

특히 우리 경제는 저금리 정책의 결과로 부채의 규모만이 크게 증가해 경제정책 운용에 부담을 주고 있는 상황이 됐다. 이제는 추가적으로 금리를 인하하거나 현재와 같은 저금리 기조를 장기적으로 유지하는 정책을 통해 정말로 경기회복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인지 다시 한 번 점검해야 할 시기인 것으로 판단된다.

본격적인 경기회복을 위해서는 저금리 정책만을 고집하기 보다는 재정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견해가 점차 대두되고 있는 이유다.

 

원문보기 : http://www.dt.co.kr/contents.html?article_no=2016102002102351607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