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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옥 1만2000채…창의적 변신 허용해야 / 이창현(언론정보학부) 교수

서울의 도시형 한옥은 1920년대에 4대문 안 북촌 지역에 집중적으로 건축되었고, 1930년대에는 4대문 바깥인 창신동, 서대문, 성북동 등으로 확대되었다. 이 시기에 공급된 북촌의 한옥은 서울 최초의 주택개발업자였던 정세권의 건양사가 지은 한옥들로서, 전통 한옥과 다른 단순한 평면구조와 유리, 함석 등 근대적 건축 소재를 쓰는 새로운 양식이 많았다고 한다.
서울연구원의 자료를 보면, 2014년 현재 서울시의 한옥은 1만1766채라고 한다. 1961년 서울 주택현황조사에는 한옥이 12만8766채로 나와 있는 것을 참고해보면, 50여 년 만에 10분의 1 이하로 줄어든 셈이다. 최근 한옥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지만, 지난 10년 사이에도 한옥은 계속 줄어들었다. 2006년과 비교해서 2014년에 종로구에서는 35%가 줄었고, 성북구에서는 44%, 그리고 동대문구에서는 56%, 마포구에서는 67%가 줄었다.

서울의 한옥이 있는 곳을 구청별로 나누어보면 종로구에 4143채(35.18%), 성북구에 2749채(23.34%)가 있어서 58%가 몰려 있다. 그리고 동대문구에 1643채(13.95%), 마포구에 884채(7.51%), 중구에 743채(6.31%)가 있다. 동별로 나누어보면 종로구에서는 숭인동, 가회동, 창신동에 한옥이 많고, 성북구에서는 보문동, 동소문동, 성북동에 한옥이 많다.

며칠 전에 성북예술창작터에서 열리는 <안감내 한옥 이야기> 전시에 가보았다. 안감내는 성북천을 주변으로 형성된 성북동, 삼선동, 동소문동, 보문동 등의 지역을 말하는데, 1930~1940년대 한옥이 대량으로 건축되었던 돈암 지구에 해당하는 곳이다. 그곳도 2013년을 기준으로 1618채의 한옥이 있는데, 지난 2~3년 사이에 100여 채의 한옥이 또 사라졌다고 한다.

그러나 전시에는 새로운 한옥의 변신이 눈에 띈다. 동소문동 치과 ‘이해박는집’, 커피숍 ‘어반노마드’, 그리고 성북동 식당 ‘밥 짓고 티 우림’, 성북동 갤러리 ‘오뉴월 이주헌’, 삼선동 카페 ‘비너스맨션’, ‘노크노크’ 등이 한옥의 변신을 잘 보여주고 있다. 한옥을 보존하기 위해 이제까지 서울시가 벌여온 북촌 가꾸기(2001), 한옥지원조례(2002), 서울한옥선언(2008), 은평한옥마을 (2010) 등의 정책이 의미 있었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시민들이 생활 속에서 한옥의 매력을 느끼게 하느냐는 것이다. 서울의 한옥 1만2000채를 박물관에 가두기보다는 창의적 변신을 하도록 허용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창현 국민대 교수ㆍ전 서울연구원장

 

원문보기 : http://www.seouland.com/arti/society/society_general/1104.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