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질리언스(Resilience)가 필요한 대한민국 / 하정우(행정정책학부) 겸임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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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주말, 그날은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많은 시민들이 거리에 나와 세계가 놀랄 만한 ‘질서 있는 분노’를 표현하던 날이었다. 당일 조간신문의 인터뷰가 필자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 주인공은 대한민국 여성이라면 누구나 가고 싶어 하는 이화여대생이었다. 지금으로부터 16년 전 어느 날, 기억에도 떠올리고 싶지 않은 교통사고가 아름다운 여대생을 3도 화상에 전신 55% 살점을 녹여 놓았다. 푸른 풀잎보다 깨끗하고 분홍 잎보다 아름다운 스물 두 살 꽃 여학생에 청춘은 그렇게 불길에 녹아 버린 것이다. 그가 바로 「지선아 사랑해」의 주인공, 이지선이다. 사고가 있기 전 그의 인생에서 좌절이란 다른 사람에게나 있는 것이지 직접 체험하리라곤 상상도 못했을 텐데, 좌절과 절망의 고통 속에 피부 신경세포 하나하나를 건드리는 이식수술을 40여 차례를 받았다니 힘든 과정은 말로 표현하지 못했을 것이다. 인간으로서 통증은 감내하고라도 여자로서 얼굴과 손, 피부는 어떡하나? 생명을 포함한 모든 것을 버리고 싶은 생각이 매순간 가득했을 것이다. 그랬던 그녀가 우리 앞에 당당히 섰다. 그것도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 (UCLA) 사회복지학 박사학위를 받아 교단에 선단다. 장애인을 비롯해 절망과 좌절에 신음하는 국민에게 특별한 치유를 전달하려는 목표를 갖고 새로운 출발을 다짐했다. 아름답고 숭고하고 용감한 그녀에게 박수를 보낸다. 그를 다시 일어서게 한 것이 바로 회복탄력성, 영어로 리질리언스(Resilience)라고 생각한다. 개념적으로는 충격에 의한 피해를 극복하고 시스템 기능을 회복하는 능력인데 공학적 용어로 많이 사용된다. 특히 재난·안전분야에서 회복력, 복원력, 탄력성으로 리질리언스(Resilience)를 자주 사용한다. 국제기구 및 각국 정부에서는 대응전략으로 활발하게 쓰이는 용어로서 지진, 태풍, 해일, 등 자연재난과 화재, 교통사고 등 인간 재난에서도 회복력과 복원탄력성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다. 언제나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충격과 고통, 좌절을 어떻게 지혜롭게 회복하고 복원하느냐가 주요 관심과 치유방법이 됐다. 미국 심리학자인 에밀리 워너(Emily Werner)에 의한 하와이 연구에서 탄력적 회복력을 사용하면서 사회과학에서도 리질리언스에 대한 개념이 확장됐는데 새로운 질서와 규범을 모색하려는 노력과 능력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이해하기 시작했다. 에밀리 워너는 40년 가까운 종단연구를 통해 인간의 회복력과 탄력성을 관찰했다. 하와이 8개 섬 중 하나인 카우아이섬 대부분 사람들은 알코올 중독과 결손가정, 폭력적인 가정으로 매우 좋지 않은 환경에 노출된 상황이었다. 그런 환경에서 태어난 어린 아이들을 성인이 될 때까지 관찰하면서 그들이 어떤 어른으로 성장하는가에 대한 연구에서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일반적인 연구 대상보다도 많은 ⅓ 정도의 아이들이 건강과 동시에 건전하고 사회적으로 활동적이며, 학교성적과 사회생활에 모범적인 성인으로 발전하는 것을 확인했다. 그 이유를 그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첫째, 자신이 힘들 때 가족 중에 진심으로 이해하는 누군가가 있었다. 둘째, 가족이 없을 땐 친구, 동료 중 자신을 이해하는 누군가가 있었다. 셋째, 주변 지인과 사회적 관계에서 자신을 이해하는 누군가가 있던 사람들이 있었다. 희망이 없는 절망과 고통에서 모든 것을 낙담하고 괴로워 해도 자신을 이해하는 그 누군가만 있어도 인간은 회복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바로 ‘회복 탄력성’ 리질리언스(Resilience)를 의미하는 것이다. 지금 우리 국민은 분노와 배신, 그리고 절망에 구름이 온 하늘을 덮고 있다. 검은 구름을 걷어내기 위해 초등학생부터 팔순 노인에 이르기까지 올바른 ‘대한민국’을 외치고 있다. 매주 시민들이 만드는 감동의 드라마는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질서 있는 분노 표현과 독창성 있는 창발력이야 말로 한국적 시민의식이다. 그것이 서로를 위로하는 리질리언스가 아닌가 싶다. 암울했던 공권력시대에서 민주화시대로 변화를 이끈 우리 세대가 다음 세대에 주려는 회복 탄력적인 시대. 바로 희망이 실현되는 시대를 아이들에게 주고 싶다. 희망을 전달하려는 이지선 씨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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