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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속의 국민
[글로벌포커스] 日 자민당 정치 감상법 / 이원덕(국제학부) 교수

압도적인 지지율을 자랑하며 2021년까지 집권 티켓을 거머쥔 것처럼 보였던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 악재가 잇따라 겹치면서 장기 정권에 빨간불이 켜졌다. 아베 총리 부부가 측근 인사들에게 초법적인 이권과 특혜를 제공했다는 사학 스캔들이 터져 나오면서 아베 정권 지지율은 급전직하했다. 우익계인 모리토모 학원에는 공유지를 헐값에 매입하도록 관료들에게 압박을 가했고 친구가 경영하는 가케 학원에는 수의과대학 설립인가를 편법으로 내줬다는 사실이 폭로되면서 아베 총리는 최대 위기를 맞이했다.

스캔들 자체도 심각한 사태지만 언론과 국회의 날선 비판과 폭로에 대해 아베 총리와 측근들은 낮은 자세로 책임을 인정하기보다는 오만하고 고압적인 태도로 회피와 변명을 거듭했다. 일본 국민은 아베 정권의 행태를 더 이상 묵과하지 않고 지지를 철회하고 있다. 60% 이상으로 고공행진을 거듭해 오던 지지율이 마침내 20%대로 떨어지고 7월 치러진 도쿄 도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은 참패를 당했다. 스캔들에 더해 4년 이상 지속된 아베 정권의 독선적인 정권 운영에 대한 피로감도 한몫했다.

아베 총리는 위기를 수습하고 국면 전환을 꾀할 목적으로 전격적인 개각을 단행했다. 지지율이 20% 미만이 될 경우 사퇴 압력을 받을 수 있다는 압박에 시달렸다. 아베는 개각에 앞서 이념적 동지이자 차기 총리로 점찍어 두었던 이나다 도모미가 자위대 문건 은폐 사건으로 수세에 몰리자 방위상직을 사퇴시켰다. 이어 단행한 개각에서 아베에게 사사건건 쓴 말을 쏟아내 왔던 노다 세이코를 총무성에 입각시키는 깜짝 인사를 했고 외무상에는 고노 다로를 전격 등용했다. 그는 위안부 강제성을 인정하고 사죄했던 고노 담화의 주인공 고노 요헤이 전 총재의 아들로 아베와는 이념과 정책을 달리해 온 정치인이다. 이번 개각은 각료 19명 중 13명을 갈아치우는 대폭 인사로 기록되었다.

차기 자민당 총재선거의 잠재적 경쟁자인 기시다 후미오 외상은 자파 세력 4명을 입각시키고 본인은 자민당 정조회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 때문에 아베가 다음 총리감으로 기시다를 밀어주기로 했다는 밀약설이 나돌기도 했다. 입각 후 노다는 내년 자민당 총재선거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한편 이시바 시게루는 이번 개각과 당직 개편에서 철저하게 배제되었다. 그는 2012년 자민당 총재 선거 1차 투표에서 1위를 기록했으나 2, 3위 연대로 맞선 아베에게 총재직을 내주었던 인물로 내년 총재선거에서 아베에게 설욕을 꿈꾸며 와신상담하고 있다. 또한 개각 직후 자민당은 2020년부터 신헌법이 시행되도록 하겠다는 아베 총리의 야심찬 계획을 걷어차고 사실상 개헌 연기 결정을 내림으로써 향후 개헌 일정은 표류하게 되었다.

이 모든 일들은 4년 반 동안 아베 1인만이 독주하고 여타 세력이 꼼짝달싹 못하던 `1강 다약` 시대가 막을 내리고 당내 노선과 정책 경쟁이 본격 가동되기 시작했다는 징표와 다름이 없다. 자민당은 장기적인 1당 지배 체제를 누려왔지만 복수의 파벌과 잠룡들이 권력과 정책을 놓고 치열한 당내 경쟁을 벌임으로써 건강성을 담보해 왔다. 내년 자민당 총재선거는 아베의 총재 3선을 재가하는 행사가 아니라 복수 후보가 치열하게 경합하는 구도로 진행될 가능성이 커졌다.

2000년대 이후 자민당 내 3대 파벌 중 하나였던 세이와카이(淸和會)는 급속히 세력을 확장하면서 총리직을 독식해 왔다.

모리 요시로, 고이즈미 준이치로, 아베, 후쿠다 야스오가 그들이다. 상대적으로 리버럴 세력인 고치카이(宏池會)와 옛 게이세이카이(經世會)는 우파적인 세이와카이에 밀려 자기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했다. 2012년 단명한 민주당 정권이 몰락한 이후 야당은 지리멸렬하고 약체화되어 제 구실을 못하고 있다. 그런 마당에 자민당 내부 파벌, 세력 간 경쟁이 제대로 이뤄져 정책과 이념이 치우치지 못하도록 견제와 균형 원리가 복원되었으면 한다.

 

원문보기 : http://opinion.mk.co.kr/view.php?year=2017&no=5295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