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별 감성 묻어나는 디자인…美·獨·日 SUV 삼국지 / 구상(자동차·운송디자인학과) 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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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자동차 업계의 대세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다. SUV 시장이 뜨거워지면서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SUV가 잇달아 출시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출시된 미국·독일·일본 브랜드의 SUV는 비슷한 형태를 지녀 자동차에 관심 있는 사람이 아닌 이상 한눈에 차이점을 파악하기 어렵다. 요즘 SUV의 디자인 트렌드인 '도시적 특성의 스포티함'이라는 공통점을 지닌 것도 차이점을 알아내기 어렵게 만든다. 그러나 조금만 눈여겨보면 나라별로 추구하는 디자인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차이점을 잘 보여주는 차종으로는 중형 SUV를 꼽을 수 있다. 미국 브랜드들은 독일·일본 브랜드보다 딱딱한 상자형태에 안락한 이미지를 추구하는 보수적인 성향을 보여 왔다. 최근 들어 보수적인 이미지에서 벗어나 세련미를 가미하고 있지만 느긋하면서 안락한 맛은 여전히 남아있다. GM의 최고급 브랜드인 캐딜락도 과거에는 매우 보수적인 디자인을 적용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미국에서 '할아버지의 차'라고 불릴 정도였다. 그러나 2000년대부터 시도하기 시작한 '아트&사이언스(art & Science)'라는 새로운 디자인 슬로건을 앞세워 샤프한 모서리를 강조한 기하학적 조형의 첨단적 이미지를 적용하고 있다.
캐딜락 XT5의 디자인 특징은 실내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수평적 이미지를 강조한 인스트루먼트 패널은 목재와 가죽의 천연 재료 색채와 질감으로 마무리한 상부, 어두운 톤의 인공적 질감과 색채를 지닌 하부 트림으로 구성됐다. 실내 가죽과 직물 등에는 '낙타색' 계열의 온화한 색채를 적용해 미국 차량 특유의 느긋함과 안락함을 풍긴다. 그러면서도 전자식 변속 레버와 같은 감각적인 첨단 전자장비들을 탑재해 미래지향적인 느낌도 제공한다.
독일 중형 SUV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모델은 벤츠 GLE와 GLE 쿠페다. GLE는 왜건 형태인 크로스오버 SUV이고 GLE 쿠페는 승용차 지향적인 패스트 백 SUV다. GLE 쿠페는 E클래스 쿠페와 비슷한 테일 램프로 마무리해 SUV보다는 키가 큰 패스트 백 쿠페처럼 보인다. 독일 브랜드 SUV는 공통적으로 주행성을 중시하는 특성을 지녔다. 쿠페형 차체를 가진 GLE 역시 주행성에 초점을 맞춘 기술 특성을 차체 형태를 통해 나타낸다. SUV 특성을 충실히 따른 GLE와 함께 GLE 쿠페로 스포티함을 강조한다. 쿠페형 SUV들은 덩치 큰 SUV는 부담스럽지만 승용차로만 만족할 수 없는 소비자들을 타깃으로 삼았다. 까다로워진 소비자들을 위해 세분화된 SUV인 셈이다. GLE 쿠페도 세분화된 소비자들의 욕구를 만족시키면서도 벤츠 전체 볼륨을 키우는 역할을 하고 있다. 독일 SUV는 미국 SUV보다 실내 품질에 더 많은 공을 들인다. GLE 쿠페의 인스트루먼트 패널 디자인도 가죽과 원목을 사용, 풍성한 질감을 강조했다. 우드 패널 아래쪽과 도어 트림 패널 우드 트림 아래쪽에 적용한 무드 조명도 높은 품질감을 대변한다.
렉서스 RX의 차체 디자인은 일본 메이커 특유의 샤프한 감성과 함께 물리적인 품질에서는 빈틈을 찾기 어려운 완성도로 무장했다. 렉서스 특유의 스핀들 그릴로 강렬한 앞모습을 표현하면서 샤프한 조형 요소로 첨단 이미지를 풍기는 감각적 디자인을 적용했다. 차체 내·외장에서는 금속의 사용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어느 브랜드나 금속을 사용하는 것은 마찬가지지만 렉서스 RX는 금속을 실내·외 곳곳에 풍부하게 적용했다. 무엇보다 라디에이터 그릴의 외곽과 실내의 인스트루먼트 패널을 중심으로 하는 운전석에서 많이 사용한 것이 눈에 띈다. 인스트루먼트 패널과 스티어링휠, 센터 콘솔, 페달 등의 부위에 사용된 스테인리스 패널의 질감은 흡사 일본 전통의 은 공예품 질감을 떠올리게 한다. 여기에 매치된 가죽과 재봉선의 조합은 디지털 기술의 이미지가 적용된 조작 패널과 대조를 이루는 아날로그적 감성이다.
비슷비슷한 형태를 지닌 SUV이고 도시적 특성의 스포티함을 추구하는 점도 유사하지만 조금만 눈여겨보면 내·외부 곳곳에서 나라별로 선호하는 디자인 특징과 브랜드 정체성을 발견할 수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구상 국민대 조형대학 자동차운송디자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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