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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의 상징, 그 기호의 아이덴티티와 인터랙션 / 이동기(법학부) 교수

전 세계를 순회하며 열리는 올림픽에는 각국의 정체성을 담은 다양한 상징들이 사용된다. 개최지의 문화와 역사, 자연 등이 담긴 이 상징들은 고유의 정체성을 기반으로 세계인들과 소통하는 중요한 매개체가 된다. 상징과 기호가 보여주는 브랜드 이미지는 우리의 의식과 행동에 분명한 시그널을 준다. 1988년 서울올림픽과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은 우리에겐 서로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세계 각국의 모든 민족이 이번 올림픽의 엠블럼과 마스코트 등에서 얻게 되는 인터랙티브한 경험이 한국의 도약을 앞당길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터닝포인트가 되기를 기대한다.

 

다양한 의미가 담긴 올림픽 상징물

올림픽에서 사용되는 상징은 오륜, 오륜기, 성화뿐만 아니라 엠블럼, 마스코트, 픽토그램 등처럼 다양하다. 특히 올림픽 엠블럼은 개최지의 문화와 자연, 그리고 시의성을 내포한 함축적인 의미의 문화적, 상징적 기호이다. 이를 통해 올림픽 개최국은 자신들이 구현하고자 하는 올림픽의 아이덴티티 요소를 표현하고 국민의 자부심을 고취시킴과 동시에 세계인과 함께 상징적 상호작용을 만들어낸다.

엠블럼은 본래 전쟁에서 피아, 적군과 아군을 구분, 식별하는 표시로 사용된 것에서 기원되었다고 한다. 역사적으로는 출판업자의 표식을 나타내는 기능을 하기도 하였지만, 요즘은 자동차 회사의 브랜드 이미지를 표현하는 수단으로 널리 사용된다. 영리적 본질을 지닌 상표인 마크(Mark)와 달리, 엠블럼이라는 용어는 공공성을 함축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사용된다. 또한 행운을 가져오는 물건이나 동물, 사람 등을 뜻하는 마스코트는 캐릭터 이미지와 유사하지만, 그 자체 이미지에 머물지 않고 공공 브랜드가 지닌 메시지를 전달하는 기능을 가진다는 점에서 캐릭터와는 차이가 있다. 올림픽의 상징물인 엠블럼은 1924년 제8회 파리올림픽에서 도입된 이래 개최지마다 고유한 이미지로 만들어져 왔다. 동계올림픽을 살펴보면 1924년 제1회 샤모니동계올림픽의 포스터에서 겨울 스포츠의 이미지를 구현한 이래로 1932년 미국 레이크플래시드동계올림픽에서 엠블럼을 처음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각 대회의 고유한 올림픽 상징물인 엠블럼과 마스코트는 응용미술 저작물로서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다. 올림픽 상징물의 저작권은 올림픽조직위원회와 국제올림픽위원회에 귀속된다.

 

올림픽 엠블럼의 아이덴티티

엠블럼 도안은 올림픽의 개최 시기에 따라 그래픽 디자인의 시대적 사조와 밀접한 연관을 지닌다. 동계 올림픽에서 사용된 초기 엠블럼 도입 단계에서는 설산 등을 배경으로 하는 자연적인 소재를 배경으로 표현하였고, 미술공예운동과도 관련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1960년대 이후 1980년대까지는 그 시대를 풍미한 모더니즘과 간결한 상징성을 표현한 미니멀리즘의 영향을 받았다. 1990년대 이후 현재까지는 이미지가 지닌 상징과 아울러 독특한 감성을 표현하고자 하는 경향을 보이며 포스트모더니즘의 영향을 받고 있다.

이번에 평창에서 개최되는 제23회 동계올림픽대회는 아시아라는 잠재력이 큰 새로운 무대에서 젊은 세대들이 함께 동계스포츠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평창과 대한민국에 지속가능한 유산을 남기는 순간이 될 것으로 기대되는데, 엠블럼이 상징하는 바도 이와 같다. 즉 현재의 엠블럼이 지니는 특징 중의 하나로 꼽히는 다원적인 포스트모더니즘 경향이 평창동계올림픽의 엠블럼처럼 스포츠가 한국 고유의 예술과 문화를 하나로 결합하는 형태로 나타나는 것이다. 

평창동계올림픽의 엠블럼은 개최국의 문화유산인 한글을 이미지화해 그 초성을 기반으로 형상을 만들었다. 한글 초성을 그래픽 모티브로 활용했다는 점도 그렇거니와, 개최지 ‘평창’에서 각각 따온 초성 ‘ㅍ’이 동양의 천지인(天地人) 사상을 기반으로 하늘과 땅 그리고 사람이 한데 어울리는 열린 광장이라는 의미를, ‘ㅊ’이 눈과 얼음, 그리고 동계올림픽 스타를 상징한다는 점은 실험적인 시도이면서 참신한 발상이다. 역대 동계올림픽 엠블럼이 주로 그림이나 사물을 형상화한 것과 다르게 올림픽의 오륜기 색과 개최국의 전통 색상을 어우러지게 해 개최국의 이미지를 상징화하면서도 텍스트와 이미지를 함께 표현한 엠블럼은 이전 올림픽에서는 볼 수 없었다.

현대 기호학의 창시자로 불리는 소쉬르(Ferdinand de Saussure)는 언어가 가지는 특질에 관하여, 언어의 부분과 전체 사이에서의 구조주의적 상호관계를 강조하면서, 언어 기호는 개별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공존하는 다른 기호와의 상호관계에 의해서 그 가치를 발휘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처럼 평창동계올림픽의 엠블럼이 지닌 한글 초성은 단순한 한글의 그래픽 모티브로 형상화된 것이 아니다. 이것은 세계인과의 상호작용을 염두에 둔 시도이며 이를 통한 공존을 표방한 것이다. 또한, 올림픽 엠블럼 역사에 우리나라의 문화유산인 한글을 새겼다는 새로운 의미를 지닌다.
 

마스코트를 통한 인터랙션

동계올림픽 마스코트는 1968년 그레노블동계올림픽 당시 자금 모집을 위한 복권의 판매 증진용으로 만들어졌다는 점이 흥미롭다. 당시 마스코트는 스키를 타는 사람을 형상화해 ‘슈스’라는 이름으로 나타났지만 이는 비공식적인 데뷔였다. 공식적으로 인정된 올림픽 마스코트는 1972년 뮌헨하계올림픽에서 사용된 ‘왈디’라는 이름의 닥스훈트다. 1976년 인스부르크동계올림픽의 빨간 모자에 당근 코를 지닌 ‘슈네만’이나 1980년 모스크바하계올림픽의 ‘미샤’는 지금도 올림픽 마스코트 역사에서 인상적인 마스코트로 평가받고 있다.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개최되었던 1998년 일본의 나가노동계올림픽에서는 ‘스키, 노키, 레키, 트키’라는 4마리의 올빼미가 서로를 바라보면서 웃으며 앉아있는 모습의 마스코트가 사용되었다.

국제화된 스포츠 축제에서 사용됨에도 불구하고 지역적, 정서적인 느낌을 대중에게 어필해야 하는 숙제를 지닌 올림픽 마스코트는 이제 개최지의 올림픽을 세계인의 마음속에 오래도록 기억하게 하는 매개체라는 중요한 상징적 표현물이 되었다. 현실적 이미지에 기반을 두면서도 판타지 세계를 관중의 머릿속에 각인시키는 역할을 하는 인터렉티브한 디자인의 결정체가 바로 이 올림픽 마스코트다. 특히 동계올림픽 마스코트는 유연하고 부드러우면서도 그 행태적 상징성이 눈과 얼음 위에서 몸동작을 표현할 수 있는 조형미를 갖춘 것이어야 한다. 또한, 이는 그 자체로 개최지의 문화적 성숙도를 표현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 마스코트는 수호랑으로 백호를 모티프로 하고 있다. 선수와 참가자 그리고 관중을 보호한다는 뜻의 ‘수호’와 호랑이와 강원도 정선 아리랑을 상징하는 ‘랑’ 음절을 조합한 것이다. 평창패럴림픽 마스코트 반다비는 강한 의지와 용기를 가진 반달가슴곰을 모티프로 했는데, ‘반다’는 반달을, ‘비’는 대회를 의미한다. 또한, 동시에 평등과 화합의 뜻을 품고 있다. 패럴림픽 특유의 한계를 뛰어넘는 열정과 이를 응원하는 따뜻함이 함께 하는 역설적인 상징성을 지닌 것이다.

평창동계올림픽의 마스코트 수호랑과 반다비는 우리 고유의 정서적 상징을 지닌 동물을 기본으로 하였다는 점에서 지역적, 정서적 느낌을 충분하게 만들어 낸다. 스키를 시원하게 타고 내려오기도 하고, 빙판을 빙그르르 돌기도 하면서 단연코 최고의 동작 정보를 제공할 것이다. 올림픽 표어인 “더 빨리, 더 높게, 더 힘차게”를 섬세하게 표현하면서도 한국인의 정서에 들어맞는 이미지와 전통, 신화를 반영하였다는 점에서 평창의 마스코트는 우리뿐만 아니라 세계인에게 사랑받게 될 것으로 확신한다.
 

세계인의 소통채널로 거듭나는 엠블럼과 마스코트

우리가 올림픽을 느끼는 미디어가 그때와는 달라졌고, 우리는 이미 쌍방향에 익숙해졌다. 우리의 표현은 더 섬세해졌고 인터랙션 경험은 그 자체로 머무는 것이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의미소가 되었다. 올림픽은 우리에게 엠블럼으로, 마스코트의 움직임으로 각인될 것이고, 그것은 나와 별개의 상징작용이 아니라, 손 안에 지닌 통신기기를 통하여 우리의 감성을 자극하고, 세계인의 공감을 불러일으키게 될 것이다. 따라서 평창동계올림픽은 문화 올림픽으로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지구인들의 소셜 미디어에 평창동계올림픽의 브랜드를 확실하게 각인시키는 효과적인 채널이 될 수 있도록 저작권 등 기술적인 부문에서도 치밀하게 준비하여야 한다. 저작권 문제없는 이번 올림픽을 통해 세계 각국의 모든 민족이 인터랙티브한 경험을 함으로써 한국의 도약을 앞당길 수 있기를 기대한다.

 

* 본 저작물은 한국저작권위원회에서 2017년 10월 작성하여 공공누리 제4유형(출처표시+상업적 이용금지+변경금지)으로 개방한 월간 <저작권 문화>를 이용하였으며, 해당 저작물은 한국저작권위원회(https://www.copyright.or.kr)에서 무료로 다운받으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