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대학교 국민대학교

언론속의 국민
[시론] 최저임금, 현행법으로 가능한 것부터 해야 / 이호선(법학부) 교수

자본주의 발전의 동인(動因)을 면밀히 관찰한 막스 베버는 저임금은 이윤을 창출하는 것이 아니라 의도한 바와 정반대의 결과를 가져온다고 봤다. 특히 고도의 주의력과 창의력이 요구되는 분야일수록 더 그렇다는 것이다. 근로자의 생활 안정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꾀함으로써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최저임금제도는 그런 면에서 노동자뿐 아니라 사업주까지 포함한 모두를 위한 자유시장경제적 정책이다.  

그런데 당장 시행을 앞두고 있는 2018년 최저임금제도가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을 가져오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가파른 임금 상승을 견디지 못한 산업계에서 기존의 고용 규모를 줄이거나 신규 채용을 하지 않음으로써 근로자의 생활 안정에 도움을 주지 못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그 원인은 근로의 성격과 사업주의 부담 능력을 고려하지 않은 획일적 최저임금 결정에 있다. 지난번 서울경제신문 칼럼에서 비슷한 법제를 갖고 있는 일본의 경우를 소개한 적이 있는데 좀 더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서 우리의 문제점과 나가야 할 방향을 모색해봤으면 한다.

지난 2016년 일본 후생성 자료에 따르면 일본의 최저임금은 47개 지역 단위로 지방마다 다르게 책정돼 있다. 가장 높은 도쿄가 시간당 958엔인 반면 가장 낮은 곳은 737엔으로 나가사키를 비롯해 8개 지역이다. 전국 평균을 기준으로 하면 도쿄는 평균보다 13%가량 높은 편이고 나가사키 등은 13% 낮다. 최저임금의 수준이 지역에 따라 최고 26%가량 차이를 보이는 셈이다.

그렇다고 최저임금 수준이 낮은 동네는 노동자가 살 곳이 못 되느냐 하면 절대 그렇지 않다. 산업별로 가중·감경이 있기 때문에 최저임금 수준이 가장 낮은 지역에 사는 노동자라고 해도 종사하는 업종에 따라서는 도쿄의 다른 노동자 수입보다 높은 수준의 최저임금을 보장받는다. 예컨대 나가노의 지역 최저임금은 795엔에 불과하지만 만일 그가 범용 기계기구 및 생산용 기계기구 분야의 노동자라면 시간당 865엔을 최저임금으로 보장받는다. 반면 도쿄에서 같은 분야에 종사하면 832엔에 그친다. 지역별 최저임금을 둔다는 말이 지역별로 획일적 차등을 둔다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지역과 산업을 적정히 배합해 최저임금을 정하는 것이다.  

이는 최저임금제를 잘만 활용하면 노동 법제로 추구하는 이상의 국가 정책, 즉 수도권 인구 과밀화, 지방경제 활성화, 국토의 균형 발전이라는 직간접적 정책 효과도 유도해낼 수 있다는 말이 된다. 우리 법은 지역별 차등의 여지를 남기고 있지 않기 때문에 당장 시행은 어렵다.

하지만 산업별 가중·감경은 현행법으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최저임금법은 최저임금은 근로자의 생계비, 유사 근로자의 임금, 노동생산성 및 소득분배율 등을 고려해 정하되 사업의 종류별로 구분해 정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다. 그런데 이를 하지 않고 모든 산업·업종을 불문하고 하나의 최저임금을 정해 밀어붙이는 데서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두 명의 상임위원에 사무국까지 두고 있고 필요하면 전문위원회까지 둬 역량을 보충할 수 있는 최저임금위원회가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고밖에 볼 수 없다. 단기적으로 법 개정 없이도 할 수 있는 이 일에 고용노동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물론 입법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우선 지방자치단체가 참여하는 지역별 최저임금제를 도입하고 중앙최저임금위원회는 고용부 산하가 아닌 총리실 산하에 두고 위원장을 총리가 겸하거나 상임위원 중에서 맡도록 해 최저임금이 거시경제적 관점에서 면밀하게 결정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사실상 청년층의 취업 기회를 박탈하는 융통성 없는 법률, 그리고 서민 경제의 뿌리인 중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존립 기반을 위태롭게 해놓고 이를 완화하겠다며 임금 직접 보전에 나섬으로써 국민 세금으로 민간 사업주의 월급 부담을 대신해주는 비정상적 정책은 조속히 시정돼야 한다.  

원문보기: http://www.sedaily.com/NewsView/1OOUP4G8M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