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umyoun
과학과 기술이 점점 더 발전해갈수록 사람들은 역으로 음악과 같은 예술 안에서 위안을 찾곤 한다. 때문에 사회 내에서 음악의 역할은 날로 커지고 있다. 이에 국민대의 음악학부는 지난해 사단법인 이노비(EnoB)와 MOU를 체결하고 힘을 모으기로 결정했다. 이 협약을 통해 이들은 문화예술로부터 소외되었지만 가장 그것이 필요한 이들의 곁에서 음악으로 마음의 위로를 건넨다. 더 나아가서는 음악 전공생이 스스로 진정한 음악의 가치와 역할을 찾을 수 있도록 유도하는 교육을 실천하고 있다.
글·심세나 편집장 | 인터뷰 사진·김동현
학생 스스로 음악인으로서의 가치를 새롭게 발견하는 교육
국민대 음악학부 변승욱, 우지연, 피경선 교수와의 인터뷰
이노비와 함께 진정한 음악의 가치를 찾아 나선 국민대학교 국민대의 예술대학 음악학부 또한 변화하는 사회의 흐름에 발맞추어 더 나은 음악 교육을 위해 새로운 시도를 거듭하고 있다. 이노비와의 MOU 체결이 그것을 고스란히 방증한다. 이에 대한 더 자세한 내막을 알아보기 위해 국민대의 교수, 변승욱(음악학부장, 성악전공 주임교수), 우지연(관현악 첼로전공 주임교수), 피경선(피아노전공 주임교수)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좌부터 변승욱, 우지연, 피경선 교수 ⓒ Eumyoun
가장 먼저 국민대 예술대학 음악학부에 대해서 간략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피경선 : 국민대는 올해로 설립 20주년을 맞이하여 이제 청년의 나이에 들어서게 되었습니다. 음악학부는 예술대학 소속으로 성악, 피아노, 관현악, 작곡 전공까지 총 400여 명의 학생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21명의 전임교수들과 21명의 겸임교수님들이 재직 중입니다.
지난 가을, 국민대는 사단법인 이노비와 협약을 맺고 음악학부 학생들을 대상으로 수업을 진행하기 시작했습니다. 음대로서는 굉장히 고무적인 일인데, 이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무엇이었나요?
변승욱 : 작년에 한창 사회와 연계될 수 있는 Civic Engagement 과목을 구상하던 차에 이노비의 이사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계신 박유리 겸임교수님께서 이노비를 소개해주셨습니다. 저희 음악학부의 교수로 계시는 신윤경, 황순빈 교수님께서도 이미 이노비와 활동을 하셨다고 하더군요. 음악인과 사회 양쪽 모두로부터 실적이 검증된 비영리 사단법인 이노비였기에 믿고 편안하게 협약을 맺을 수 있었습니다.
이노비와 함께하는 수업의 이름이 '사제동행 세미나'라고 알고 있습니다. 사제동행 세미나 수업은 무엇을 위한 수업이며, 이 수업에서 교수님들과 학생들은 각각 어떤 역할을 하게 되나요?
변승욱 : 사제동행 세미나는 국민대만의 독특한 과목입니다. 대학 내의 모든 교수님들의 재량 하에 학점(1~2학점)을 부여하는 과목이고, 수업 방식과 주제 또한 매우 자유롭습니다. 다양한 주제로 세미나를 진행할 수도 있고, 학생들과 이곳저곳을 답사하며 현장 경험을 쌓을 수도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저희 음악학부에서 이노비와 협동으로 진행하고 있는 사제동행 세미나는 'Civic Engagement'를 토대로 하여 더욱 특별하다고 자부합니다. 뜻을 함께한 저희 세 교수가 함께 진행하는 수업이며, 음대생들에게는 정말 더 큰 도움이 되는 과목입니다.
우지연 : 이 과목에서 학생들은 이노비에서 주로 하는 활동인 아웃리치 콘서트에 자발적으로 참여하게 됩니다. 이 수업에서 학생들은 팀을 이루는 것부터 콘서트에서 연주할 곡 선정, 연습 스케줄 등을 모두 직접 기획하지요. 그리고 마지막에는 병원에 직접 찾아가 자신들이 기획한 콘서트를 선보입니다. 이노비으 아웃리치 콘서트 형식 그대로요. 그 과정에서 저희 교수들은 학생들의 기획이나 연주에 대한 피드백을 주거나 학생들이 병원에서 연주할 때 함께 참석하여 진행을 돕는 정도의 역할만을 합니다. 이 수업의 의의는 학생이 직접 콘서트의 모든 것을 기획하고 참여하는 것에 있기 때문이지요. 이번 학기에는 성악 전공 학생 16명, 관현악 전공 학생 20명, 피아노 전공 학생 24명으로 총 60명의 인원이 이 세미나 수업을 수강중입니다.
수업을 진행하기 이전에도 이노비에 대해서 알고 계셨는지요. 사단법인 이노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우지연 : 이전에는 이노비에 대해 잘 몰랐습니다. 세미나 수업 오리엔테이션이 있던 날, 이노비의 강태욱 대표님과 이노비의 실장님이 함께 방문하셨고, 그동안이 활동상이 담긴 영상을 보여주셨지요. 병원에서 음악이 연주되는 것을 보고 매우 감동적이었고, 그 분위기가 따뜻하고 하사해 보여서 다시 한번 놀랐습니다.
피경선 : 저도 세미나 수업을 하기 전에는 이노비에 대해서 잘 몰랐지만 굉장히 뜻깊고 의미 있는 일을 하는 단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음악을 통해 이렇게 사회에 공헌하는 단체를 만나게 되어 음악인으로서 매우 감사하고 자랑스럽습니다.
이 수업을 진행하면서 느낀 좋은 점이 있다면 무엇인지요?
피경선 : 교수이기 이전에 저도 한 사람의 음악인으로서 예전에는 클래식 음악을 통해 사회에 기여하고 싶었지만 구체적인 묘안이 없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음악인으로서 생활이 안정되면 언젠가 꼭 사회에 봉사하겠다는 막연한 생각만을 지니고 살아왔는데, 이렇게 음악을 통한 나눔을 구체적으로 실현하고 있는 이노비를 만나고 수업을 진행하게 되어 행운이라고 여깁니다. 이는 학생들도 마찬가지죠. 음악인으로서 사회에 봉사하겠다는 마음, 그리고 봉사라는 게 이렇게 접근하기 쉽다는 것을 학생들이 깨닫도록 교육하는 일은 그 무엇보다 중요하고 바람직한 일이라고 믿습니다.
학생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세미나 수업을 진행하면서 있었던 에피소드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피경선 : 사실 학생들이 연주회를 하게 되면 연주홀 무대 위에서 연주를 하는 일이 가장 많기 때문에 관객의 반응을 일일이 확인하기에는 제약이 따르지요. 그런데 아웃리치 콘서트에 참여하면서는 음악을 듣는 청중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으며, 특히 연주자들에게 "정말 좋은 연주였다,", "매우 감동적이다."와 같은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는 청중이 많습니다. 어느 학생은 자신의 연주를 듣고 감동받은 사람을 이 연주를 통해 처음 만났다고 하면서, 음악인으로서의 자부심을 얻었고 동시에 동기부여도 됐다고 이야기하더군요. 지켜보는 교수들의 입장에서는 무척 뿌듯합니다.
우지연 : 학생들이 매우 좋아합니다. 특히 관현악 전공 학생들은 병동의 로비에서 연주를 하기도 했지만 악기를 들고 직접 병실 하나, 하나를 찾아가 환자 및 보호자와 가장 가까운 곳에서 연주를 하기도 했는데요, 그만큼 학생들의 보람도 매우 커지는 것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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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봉사와 나눔의 체험이 학생들에게 필요한 활동이라고 판단했던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변승욱 : 국민대에서는 혁신적 교육 방법을 고민하여 사제동행세미나 나눔 콘서트를 기획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네요. 그냥 봉사 활동이 아니라 이 나눔 콘서트를 통해 학생들이 예술의 가치와 치유와 관련한 사회적 효용성을 발견하게 하는 기획이었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학생 스스로 사회 속에서 예술이 지니는 가치를 깨닫게 유도하여 학습의 동기부여를 한다는 거죠. 기능의 완성도를 평가하는 것이 지금까지의 예술 교육이었다면 이 수업은 예술의 가치를 스스로 확인하는 과정에 목표를 두고 있습니다. 국민대는 지금 지식 기반의 교육 플랫폼을 가치 중심의 교육 플랫폼으로 전환하고 있지요.
이 세미나 수업을 토대로 학생들이 어떤 음악인으로 성장하길 기대하는지요.
피경선 : 많은 분들이 공감하실 텐데, 음대를 졸업하는 학생 가운데 결국 음악인의 꿈을 포기하게 되는 학생의 비율이 낮지 않습니다. 앞서 이야기가 나왔듯, 수업을 통해 자신의 연주에 감동하는 사람을 처음 만났다는 학생이 있습니다. 음악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힘을 주려고 참여한 연주회였지만 오히려 학생 스스로가 더 큰 힘을 얻게 되었지요. 이런 과정에서 학생들이 성취감을 느끼고 사회에 한 발자국 더 다가가며 꿈을 잃지 않는 음악가로 성장하길 기대합니다.
한편으로는 학교 측 또한 이러한 수업을 진행하면서 얻는 효과가 있을 듯합니다. 학교 입장에서 이런 세미나 수업이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요?
변승욱 : 지난 학기에 처음 실시한 수업인데 그 수업을 들었던 학생들 중에는 이번 학기에도 다시 한번 참여하게 해달라고 요청한 학생이 있습니다. 심지어 학점이 인정되지 않아도 자신은 참여하겠다고 했지요. 이토록 학생이 자발적으로 수업에 참여하고 보람을 직접 경험하면서 스스로 음악의 큰 가치를 깨닫게 하는 것이 우리 수업의 목표입니다. 음악을 교육하는 입장에서 우리는 흔히 우수한 학생들에게 포커스를 맞추게 되고,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음대를 졸업하고 연주자로 성공하지 못하면 '루저'라고 여기는 사회적 관념에서 벗어날 때가 되었습니다. 학생 개개인이 스스로 음악인으로서 자신의 가치를 새롭게 부여하게 함으로써 서열식 교육에서 점차 벗어나는 것, 그것이 음악을 교육하는 입장에서 바라는 효과이기도 하죠. 사제동행 세미나가 바로 그것을 위한 시도이기도 하고요. 학교 입장에서는 무엇보다도 '교육의 정보'를 실천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 된다고 봅니다.
진정한 나눔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그리고 음악을 타인과 나누는 일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변승욱 : 음악을 통한 소통이 필요한 시대라고 생각합니다. 사회가 점점 고도화되고 분화되면서 사람이 자신을 돌아볼 여력이 없어지고 타인과의 소통도 어려워지고 개인의 상처가 깊어지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이 시대에 우리가 음악을 통해 무엇인가 만나고 느끼는 것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은 중요한 가치가 됩니다. 단절된 것들을 연결하는 고리, 그것이 음악의 힘으로 감당할 수 있는 일이라면 기꺼이 해야 합니다. 또한 그것을 할 수 있는 음악인들이 아낌없이 자신들의 음악적 힘을 나누어서 조금 더 나는 사회를 이룰 수 있다면 그것은 분명 의미 있는 일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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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대 음악학부는 최근 이 세미나 외에도 굉장히 혁신적인 프로젝트를 많이 시도하고 진행하고 있는 줄로 알고 있습니다. 또 어떤 프로젝트들이 있나요?
우지연 : 최근에는 성북문화재단과도 MOU를 맺었습니다. 국민대에서 학생을 지원하여 문화재단 측과 공동 수업이나 현장 교육을 실시하는 것입니다. 성북문화재단이나 이노비와 같은 곳은 생생한 사회 현장과 직결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국민대와 같은 대학들은 학생들이 계속 수급되기 때문에 지속적인 인프라를 갖추고 있지요. 이렇게 서로의 장점을 연계하면 시너지 효과가 대단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때문에 국민대 음악학부에서도 협약을 맺고 이렇게 학생들을 사회와 연결하는 작업을 계획하는 것입니다. 앞으로도 이런 시도는 더 많이 이루어질 예정입니다.
앞으로 국민대 음악학부, 나아가서는 대한민국의 음대 및 대한민국 음악계가 추구해야 하는 음악교육의 방향, 나아가야 하는 방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변승욱 : 학교가, 그리고 음대가 변화하고 있으며 또 변화해야 하는 시점에 이르렀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단순히 학생에게 지식을 입력하는 기능적 교육에서 벗어나 학생 스스로가 자신에게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가치적 교육을 실행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학교는 학생에게 스스로의 가치를 찾을 수 있는 방향을 알려줘야 하고 경험을 쌓도록 도와줘야 하는 것이지요. 특히 학생들이 학교를 졸업한 뒤 사회에 나가 잘 적응할 수 있는 플랫폼의 역할을 애햐 한다고 봅니다. 저희 국민대 음악학부가 이렇게 시도하고 있는 것들이 선례가 되고 한국의 음악교육이 더 좋은 방향으로 가는 데 초석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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