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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육계, 중복평가의 문제 / 류성창(교육학과) 교수


한국의 교육계는 중복평가의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여기서 ‘중복평가의 문제’란 같은 내용을 서로 다른 방식으로 여러 번 평가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한국교육에 있어서 대표적으로 중복평가의 문제를 보여주는 사례가 바로 대학입시다.  

본래 고등학교에서 받은 성적인 내신 성적과 학교 간 내신 성적의 비교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표준화 시험(한국의 대학수학능력시험, 미국의 SAT 등)이 서로 보완하는 방식으로 대학입시가 이뤄지게 되며, 이들 두 가지 방식의 평가는 사실 서로 다른 능력을 평가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학생을 가까이서 지속적으로 관찰하며 평가할 수 있는 교사가 학생의 수행능력, 학업열의, 탐구의 과정, 끈기, 협동력, 리더십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내신성적을 산출하고, 표준화 시험을 통해 인지적 능력을 양적으로 평가하는 등 질적 양적 평가가 이뤄질 때, 대학 지원자에 대한 가장 포괄적인 평가가 가능하다. 

그러나 우리나라 대학입시의 경우 평가 방식은 다른 것처럼 설정이 되어 있으나 사실상 같은 종류의 내용을 평가하고 있다.  

예를 들어 내신 성적의 경우 수능 문제과 비슷한 문항으로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를 실시하는 곳이 많다. 특히 수능을 대비해 EBS 교재를 활용한 중간고사와 기말고사가 실시되는 곳도 적지 않다. 평가 방식은 내신과 표준화 시험으로 나누어져 있으나, 둘 다 같은 평가를 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면접고사를 실시하지만 면접 문항이 내신과 수능과 유사한 인지적인 능력이나 시사 상식을 물어보는 경우가 있어 여전히 중복평가의 문제를 극복하지 못하는 상황도 어렵지 않게 발견된다.  

이러한 중복평가의 문제는 비단 교육계에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각종 선발과 채용을 위한 평가에서도 종종 발견된다. 예를 들어 서류평가, 지필시험, 면접고사 등 3단계 평가로 세분해 놓은 경우를 보자. 학벌을 보는 서류평가, 지식을 평가하는 지필시험, 지적 판단력을 요구하는 면접평가로 실행된다면, 3단계로 구분해 놓은 취지를 놓치게 된다. 인간의 다면적 능력과 특성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를 통해 사람을 가려내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능력 중 지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 정보 저장능력이나 문제풀이능력과 같은 협소한 인지능력을 여러가지의 방식으로 중복해서 평가하게 되는 셈이다.  


이러한 중복평가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능력과 특성이 복잡하고 풍부하여 종합적으로 평가할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어야 한다. 그러한 인식에 기초해 서로 다른 평가방식이 각각 고유의 평가영역에 적용되는 것이 필요하다.  

면접평가는 관찰을 통해 이루어지므로 태도, 인성, 성격 등 정의적이고 인성적인 측면에 대한 평가로 실시되어야 하며, 장기간 학생을 지도하는 교사만이 할 수 있는 종합적인 평가가 내신 평가에 반영되어야 하는 것이다.

중복평가는 대입정책의 실효성을 저해하는 원인이기도 하다. 수능 문제와 비슷한 문항으로 학교 내신 성적이 만들어지는 한, 대입 수시 전형 중 교과성적 전형은 사실상 수능으로만 입학사정이 되는 정시와 같은 종류의 능력을 평가해 결국 같은 전형이 된다.

대입정책의 실효성 제고하고 전인적 인간을 양성하는 교육으로 발전하기 위해 중복평가의 문제를 극복해야 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