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안드레이 란코프]기댈 건 그래도 트럼프다 / 안드레이 란코프(교양대학) 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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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의 CVID는 사실상 불가능한 일… 솔직해 말하면 필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반감이 많다. 부동산 사업가 출신 정치인인 그는 무지하고 침략적이고 무책임적인 포퓰리즘의 살아있는 상징 및 재현이기 때문이다. 또 그는 예측 불가능한 사람이다. 며칠 전의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의 사직 사건은 이를 다시 확인시켜 주었다. 그러나 어떤 것보다 한반도의 미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으로서 이 이상하고 예측 불가능한 대통령이 단기적으로 한반도 위기의 길을 가로막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또 그 대통령은 장기적으로 한반도의 안정에 많이 기여할 수 있는 사람으로 볼 수도 있다. 단기적으로 말하면 트럼프는 극히 위험할 수 있는 ‘최대 압박’ 정책으로의 복귀를 반대하는 거의 유일한 핵심 세력이다. 최근에 대한반도 정책을 결정하는 미국 엘리트 계층에서 강경파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강경파는 북한 비핵화가 아무 진전이 없다는 것을 잘 관찰했고, 따라서 2017년에 실시했던 최대 압박 정책으로 다시 돌아간다면 북한이 비핵화를 시작하도록 할 수 있을 줄 알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환상이다. 최대 압박의 재개이든, 매우 큰 보상이든 관계없이 북한 엘리트 계층은 ‘권력 유지와 생존의 보루’인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최대 압박이 초래할 수 있는 것은 한반도의 위기, 극한 경우에는 무력충돌과 전쟁이다. 다행히 트럼프는 최대 압박으로의 복귀를 희망하는 미국 관리 대다수의 압박을 굳게 무시하고, 북한은 핵을 포기할 의지가 있으며 북한 비핵화를 회담으로 이룰 수 있다는 주장을 믿거나 믿는 척한다. 이 주장은 당연히 사실과 거리가 멀다. 북한의 비핵화가 환상이 되어버린 지 벌써 10여 년이 되었다. 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러한 환상을 지지하고 있는 이유를 알 수 없다. 그래도 트럼프의 이러한 태도 때문에 서울 시내에서 포성이 들릴 가능성이 많이 낮아진 상황을 잘 알고 있다. 한반도의 장기적인 전망을 생각할 때도, 트럼프는 매우 중요한 변수이다. 미국 주류 엘리트들의 대북 입장은 ‘비핵화 이외에 다른 대안이 없다’이다. 그들에 따르면 미국의 유일한 목적은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뿐이다. 문제는 CVID가 불가능한 일이라는 점이다. 현 단계에서 가능한 것은 ‘북핵 문제 해결’이 아니라 ‘북핵 문제 관리’이다. 북한은 핵을 절대로 포기하지 않겠지만, 그래도 동결·감축에 동의할 조건이 있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없고 핵무기가 별로 많지 않을 경우에도 북한의 힘은 여전할 것이다. 그래서 북한은 양보하지 않으면 타격받을 위험이 매우 높으며, 양보할 때 많은 보상이 있다고 판단하는 상황에서 동결·감축이라는 타협을 받아들일 수 있다. 출처: http://news.donga.com/3/all/20181227/93457408/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