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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부족이 만든 ‘가격의 함정’… 나쁜 레슨‘逆선택’불러 / 최우열(체육학부) 겸임교수

훌륭한 티칭프로 찾기 힘든 이유 

주말골퍼 90% ‘교습 불만’  
내용·결과 등 좋지 않아도  
울며겨자먹기로 수업받아  

코치, 자격증으로 실력 입증  
서비스 마음에 안들면 환불  
양질의 레슨 보장장치 필요  

‘평생 티칭’자격제도 고치고  
선발과정·사후관리 보완을 

다수의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를 배출할 만큼 주목받는 경제학 분야는 행동경제학과 정보경제학이다. 사회학, 심리학 등 다양한 인접 학문의 연구 성과를 활용해 복잡한 경제 현상을 규명해 보려는 시도다. 

2001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이자 정보경제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조지 애컬로프 미국 버클리대 교수는 중고차 시장의 정보 비대칭 문제를 예리하게 파헤친 바 있다. 일반적으로 중고차 매매시장에서 차를 파는 딜러는 차의 상태나 성능에 대해 많은 정보를 갖고 있다. 반면 차를 사는 고객에겐 차에 대한 정보라고는 고작 딜러가 알려주는 것이 전부다. 

이처럼 거래 당사자 간 거래하는 제품의 정보량에 현격한 차이가 있을 때 이를 ‘정보의 비대칭’이라고 한다. 정보경제학 연구에 따르면 정보 비대칭이 존재하는 시장에서는 필연적으로 ‘역선택’이라는 문제가 발생한다. 역선택이란 거래 당사자 중 상대적으로 정보가 적은 쪽이 나름대로 합리적인 선택을 한다고 하지만, 결과적으로 오히려 바람직하지 못한 선택을 하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만약 자신의 차가 결점이 많다면 이미 정해진 중고차 시장가격이 만족스러워 자신의 차를 팔려고 내놓는다. 반면 질 좋은 차를 가진 사람은 평균적으로 책정된 시장가격이 만족스럽지 못하기에 자신의 차를 시장에 내놓지 않게 된다. 따라서 중고차 시장에는 질이 안 좋은 차만 점점 더 많아지게 되고 결과적으로 구매자는 품질이 좋은 차보다는 품질이 나쁜 차를 살 가능성이 커지는 역선택이 발생한다.

이런 정보의 비대칭과 역선택이라는 정보경제학 개념을 골프 레슨 시장에 적용해보면 어떨까? 한 골프전문지의 조사에 따르면 레슨을 받아본 주말골퍼 10명 중 9명이 교육 내용과 결과에 불만을 가질 만큼 국내 골프 레슨 시장의 서비스엔 문제가 많다. 수영, 테니스 등 입문과 동시에 레슨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타 종목과 달리 유독 골프만 체계적인 레슨 없이 혼자서 연습하는 골퍼가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프로골프협회를 비롯해 여러 단체에서 매년 수백 명의 티칭프로가 배출되고 심지어 미국으로 유학까지 가 어렵게 자격증을 따온 이도 적지 않은데 왜 국내 골프 레슨 시장에선 이처럼 좋은 티칭프로를 찾기 힘든 것일까?

골프 레슨 시장은 거래되는 상품이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서비스로 직접 레슨을 받아보기 전까지는 사전에 그 질을 쉽게 판단하기 어렵다. 중고차 시장과 마찬가지로 레슨 시장도 공급자인 티칭프로와 구매자인 주말골퍼 사이에 정보 비대칭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어 자신의 실력과 노력에 대한 대가로 최소 월 40만 원 정도의 레슨비는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좋은 티칭프로와, 반면 부족한 실력에 대충대충 가르치며 월 20만 원만 받아도 감지덕지하는 나쁜 티칭프로가 있다고 하자.

구매자인 주말골퍼는 훌륭한 레슨에 대해서는 월 40만 원 정도는 충분히 지급할 용의가 있지만, 불만족스러운 레슨에 대해서는 월 10만 원도 아깝다고 생각한다. 이때 주말골퍼는 누가 좋고 나쁜 티칭프로인지 판단할 정보가 부족하므로 지급 용의가 있는 최대 가격은 각 상황에서 무작위 선택확률인 50%를 곱한 25만 원(40만 원×0.5+10만 원×0.5)이 합리적이다. 하지만 40만 원을 적정 대가라고 생각하는 좋은 티칭프로는 아예 레슨을 포기하거나 서비스 수준을 낮추는 것이 합리적이다.

반면 나쁜 티칭프로에게 25만 원은 자신이 생각한 20만 원보다 높은 수준으로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교습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결과적으로 중고차 시장처럼 레슨 시장에서도 좋은 티칭프로보다는 나쁜 티칭프로가, 양질의 레슨보다 질 나쁜 레슨이 더 많아지는 역선택이 발생한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을 개선해 양질의 골프 레슨 서비스를 받을 방법은 영영 없는 것일까? 정보경제학은 품질 단서 제공, 품질 보증, 선별, 평판 등을 그 해답으로 제시한다. 먼저 품질 단서 제공은 판매자인 티칭프로가 사회적으로 널리 인정받는 자격증 등을 통해 자신의 실력과 능력을 객관적으로 입증하고 이를 알리는 것이다. 품질 보증은 말 그대로 서비스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 언제든 수업료를 되돌려주기로 약속하는 것이다. 구매자인 주말골퍼는 될 수 있으면 많은 정보를 수집하고 조금 더 비싸더라도 자격증이 있거나 입소문이 좋은 티칭프로에게 레슨을 받는 방법(선별과 평판)으로 역선택에 따른 위험을 줄일 수 있다. 한마디로 정확한 정보의 제공과 유통이 관건이다.

실기 위주의 선발과 한 번 따놓기만 하면 별다른 사후 관리 없이 평생 자격이 유지되는 현행 티칭프로 자격 제도의 보완도 필요하다. 최소 3년 이상의 이론 교육과 실무 연수 그리고 실기 테스트까지 거치는 외국과 비교하면 실기 시험과 1주일의 연수가 전부인 우리의 티칭프로 선발시스템은 문제가 있다. 골프를 잘 치는 것과 골프를 잘 가르치는 것은 별개다. 침체한 골프 레슨 시장을 활성화하고 관리해야 할 책임 있는 주체인 관련 협회와 경기단체의 제도 개선 노력을 기대해본다. 

국민대 골프 과학산업대학원 교수 

스포츠심리학 박사 

 

원문보기: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9010701032839000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