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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z Prism] 스펙·인터뷰 다 완벽했는데…人材의 배신, 왜? / 백기복(경영대학) 교수

최근 정보기술(IT) 업계의 한 대기업 사장을 만났다. 그는 완전한 스펙에 흠 없는 인터뷰, 거기에 남다른 경험까지 갖춰 인재라고 뽑았는데 1년이 채 안 가 기대에 못 미쳐 `배신감`을 느끼게 되는 경우가 너무 많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예컨대 글로벌 사업을 위해 구글·아마존 등 세계적인 기업을 다 뒤져 글로벌 인재라고 모셨는데, 첫해는 시장 탐색한다고 미국에 상주하다시피 하면서 엄청난 출장 비용을 쓰고, 다음 해에는 사업할 자금부터 달라고 떼를 쓰더니, 3년 차가 되니 다른 회사로 탈출할 준비를 한다는 것이다. 또 조직문화를 혁파하기 위해 업계의 스타 인재를 큰 기대를 걸고 뽑았는데 들어온 지 1년 만에 기존 인력보다 더 관료적으로 바뀌고 말더란다.

사장이란 언제 바뀔지 모르는 존재이므로 동료 집단에 스며들어 숨는 것이 자신의 조직생활 연명에 훨씬 더 가치 있다고 계산한 것이다. 이뿐만 아니다. 최고 대학 출신 인재가 간단한 기안 하나 못하는 경우, 박사라고 기업 연구소에 뽑았는데 학술 논문 작성에만 매달리는 답답이 등 `인재의 배신`은 끝이 없다. 기업은 도대체 인재의 배신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우선 `배신`이 무서워 외부 인재 영입 자체를 포기하는 것은 답이 아니다. 인재의 배신은 한국 기업만의 현상이 아니라 세계 어느 기업에서나 발생하는 문제다. 인재 유입 차단은 고인 물처럼 기업을 썩게 한다.

결국 해법은 정확한 예측 방법을 찾는 데 있다. 기업은 지원자의 각종 스펙, 인터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성격 검사, 역량 분석(talent analytics) 등 다양한 방법으로 배신의 오류를 줄이고자 노력한다. 역술인을 동원한 예도 있었다. 이처럼 인재 예측 방법은 매우 다양하다. 하지만 한국 기업들이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인재 예측 방법이 있다. 바로 인재의 `경험 분석`이다. 한국 기업들은 선발 과정에서 지원자가 어떤 경험을 얼마나 오래 했는가에만 관심을 둔다. 이 정도로는 경험 변수를 제대로 활용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 인재의 경험을 (1)넓이, (2)깊이, (3)강도(强度) 등 3차원에서 분석하면 미래 행동 예측의 정확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

우선 경험의 넓이란 직장 또는 직무를 몇 개 경험했는가를 말한다. 다다익선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최고경영자(CEO)가 되기 전 직무를 몇 개 경험하는 것이 바람직한가를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2~3개 직무를 깊이 경험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한다. 10년 동안 10개 직무를 수박 겉 핥기식으로 경험하기보다는 3개 직무를 하나씩 깊이 경험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둘째, 경험의 깊이란 관련 직무에서 얼마나 큰 권한을 행사해 봤는가를 뜻한다. 무엇보다도 입사 후 인재에게 기대하는 역할과 `관련한` 경험을 중시해야 한다. 또한 시키는 것만 하고 자기 주도 업무를 해보지 못한 인재는 피하는 것이 좋다. 예컨대 구글 임원으로 관리만 했던 사람보다는 작은 스타트업을 스스로 일으켜봤던 인재가 신사업 추진에 더 적합하다. 모건 맥콜 교수는 CEO가 되기 전에 갖춰야 하는 경험을 15가지로 제시한 바 있다. 생소한 직무 수행 경험, 물려받은 난제 해결 경험, 외부 압력 대처 경험, 통제 권한이 없는 사람들을 엮어 성과를 낸 경험 등과 같이 경험의 깊이와 관련한 지표를 고려해야 한다.

셋째, 경험의 강도란 특정 경험의 충격성이나 결정도를 의미한다. 필레머는 인생을 바꾸는 충격적 경험을 다음과 같이 구분하고 있다.

 △사고의 틀이나 행동 성향을 처음 형성하게 만든 기원형 경험 △인생에 전환점을 가져온 반전형 경험 △후에 판단이나 행동의 기준점으로 작용하는 이정표형 경험 △자주 반복해 강화된 되새김질형 경험 △모욕감이나 부끄러움을 준 모멸형 경험 등으로 구분하고 있다. 이들이 인재의 생각과 행동을 지배한다.

이처럼 인재의 경험을 넓이, 깊이, 강도 측면에서 깊이 분석하면 여러 상황에서 특정 인재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떻게 행동할지를 좀 더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 경영에 있어 인재의 배신은 치유 가능한 질병이다.

 

원문보기: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8&no=2197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