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과 노동의 미래 / 방하남(행정대학원) 석좌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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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가속화되고 있는 과학기술과 인공지능의 발전은 인류에게 축복일 것인가 저주일 것인가. 언젠가 윤리와 감정이 없는 인공지능이 인간을 지배하게 될 것이라는 비관론, 인공지능이 인간의 불가능한 영역에 대한 새로운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론이 공존하고 있다. 아울러 로봇과 인공지능이 발전하면서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아 갈 것이란 우려와 양질의 새로운 일자리를 새로 만들어낼 것이라는 기대감이 공존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는 일자리에 대한 우려가 더 큰 편이다. 우리가 원하든 원치 않든 지금 이미 진행 중인 4차 산업혁명은 전통적 일자리를 제공해오던 '회사' 혹은 '기업'의 존재 양태와 거래방식에서 예상보다 더 큰 변화를 맞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 3차원(3D) 프린팅으로 대표되는 프로슈머 경제의 도래와 1인기업 확산, 플랫폼 이코노미 부흥은 기존의 물리적 기업집단, 재벌의 독점력을 능가하는 공룡 비즈니스 탄생을 예상케 하고 있다. 아울러 새롭게 발현될 비즈니스 시스템에서는 전통적 고용주-피고용인의 관계가 아닌 작업(project) 혹은 비즈니스를 중심으로 하는 수평적 계약 관계로 무게중심이 이동할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많은 경우 사용·종속 관계를 확정키 어려워 전통적 '사용자·근로자'성 개념에 기초해 고용관계나 노동조건을 규율·감독하는 기존 근로기준이나 노동관계법의 실효 적용범위가 점점 축소되거나 유명무실해질 것이다. 새로운 경제시스템에 맞는 새로운 규범과 규율이 연구개발돼야 한다. 실제로 지금도 서비스, 유통 산업에서는 하루가 다르게 사용·종속 관계를 확정키 어려운 다양한 형태의 특수고용 혹은 비즈니스 관계가 생겨나고 있다. 이런 새로운 형태의 고용이나 고용관계를 기존 틀에 가둬 규율하기보다는 새로운 보호와 안전 규율체계를 기획하고 구축해내는 것이 막을 수 없는 미래변화에 대한 바른 대응방안일 것이다. 새로운 고용형태 및 비즈니스 관계에 대해 기존의 경직된 규율체계를 확대 연장해 적용하는 것은 기존 규율 및 법체계의 본질을 왜곡시킬 뿐만 아니라 새로운 형태의 고용관계도 제대로 규율하지 못하게 될 위험성이 존재한다. 로봇에 사람의 옷을 입히려 하면 안 되는 것이다. 새로운 고용관계 형태가 바람직하지 않다거나 배제와 차별의 위험성이 있다고 해서 이를 기존 규범과 규율의 틀로 규제·규율하려고 하면 미래를 과거의 틀에 자꾸 꾸겨넣으려는 시도와 흡사하다. 과학기술과 인공지능의 싱귤래리티(특이성)를 향한 급속한 진화와 동반되는 4차 산업혁명은 우리에게 이미 와있는 미래다. 이와 함께 질적으로 다른 양상과 질적 다름을 가지고 나타날 미래는 기존 가치와 규율의 단선적 연장을 통해서는 해석도, 대처도 불가능하다. 노동시장과 노동관계에 있어서도 패러다임 전환적 사고와 규율체계가 필요하다. 아직까지도 정보통신기술(ICT) 기반 인더스트리(Industry) 3.0에도 적응하지 못하고 여전히 경직된 사용·종속 관계의 이분법에 매달려 있는 우리의 근로기준과 노동관계 법·제도들이 낯설게만 느껴진다. 미래는 미리 준비하는 자들에게는 새로운 가능성이지만 기존 틀과 기득권에 매달려 변화를 거부하는 자들에게는 재앙이 될 수도 있다. 방하남 국민대학교 석좌교수·전 고용노동부 장관
출처 : http://www.fnnews.com/news/2018062117271853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