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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속의 국민
유지수 국민대 총장 "학제 융합에 학생들 '신선한 충격'…대학원 평가도 직무 중심으로 전환"

“지식을 삶으로 구현할 수 없는 인재는 점점 도태될 것입니다. 작은 대학일수록 독특한 프로그램으로 학생들의 잠재력을 끌어올려 줘야 합니다.”

최근 서울 성북구 국민대 캠퍼스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난 유지수(사진) 국민대 총장은 ‘기술 시대를 맞이한 국민대의 생존전략’에 대해 이같이 귀띔했다. 그는 특히 “중견 대학일수록 타성에 젖은 커리큘럼을 반복하는 대신 학생들에게 새로운 실험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대는 자동차공학과·바이오발효융합학과 등 개성 있는 학과와 국내 최초 비이공계 코딩교육으로 유명세를 탔다. 지난해부터는 미국 와그너대를 본떠 공대·예술대·법대 등 13개 단과대학 간 융합수업도 직접 개발해 교육계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역사학과와 연극학과 수업을 하나로 합쳐 독립운동가들의 구술사를 연극으로 재구성하거나 도자공예학과와 무기화학과가 만나 한국 도자기의 화학 성분을 연구하는 방식이다.

1년 전 좌충우돌했던 융·복합 교육은 이제 국민대의 대표적 자랑거리가 됐다. 학기 말 수강평에는 과제가 많아 벅차다면서도 “어디서도 할 수 없는 경험을 했다”는 자부심이 녹아 있다. 매 학기 2~3명씩은 수업을 듣고 “진로계획을 바꾸겠다”며 교수들을 찾는다. 유 총장은 “학생들에게 기술을 일일이 가르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신선한 충격’을 주는 게 목표”라며 “당장 기술을 응용하지 않더라도 새로운 접근으로 결과물을 내보면 그다음부터는 학생들이 알아서 하더라”고 했다.

지금은 세련된 학제를 갖췄지만 결과물을 만드는 과정은 대부분 대학본부와 총장실의 ‘막노동’이었다. 유 총장과 교무처가 직접 발로 뛰며 각 단과대 학장들을 만났고 수업계획서를 검토했다. 서로 관심 있는 학과는 매칭시켜주고 교수들의 아이디어도 들었다. 저학년 전공 부담이 적고 심화학습보다 직무경험이 중요한 과들을 엄선했다. 유 총장은 “일부 이공계 과목처럼 심화학습이나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 과목은 없는지 꼼꼼히 살펴야 한다”며 “융합이 추상적 총론이 아니라 구체적 각론으로 가야 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일선 교수들에게도 융합수업은 새로운 도전이었다. 한평생 한 가지 수업만 해온 교수 입장에서는 다른 교수와 2대2로 수업을 열고 커리큘럼을 구성하며 이끌어나가는 매 순간이 두렵기 마련이다. 각 과마다 학생들의 이해도가 너무 달라 고민에 빠지기도 한다. 유 총장은 “교수들이 수십년 가르쳐온 패턴을 깨야 해 부담을 느끼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기존 연구에서는 생각지 못했던 결과물들이 나올 때 차원이 다른 카타르시스를 맛보는 이들도 있다”고 말했다. 대학은 매 학기 5~6차례 문제 해결 간담회를 열고 교구를 전폭적으로 지원하며 교수들을 응원하고 있다. 학교의 지원 덕에 일부 과목은 세 학기 내내 연속 개설되는 신기록도 세웠다.

기업의 눈높이를 맞추려면 대학도 실용학문의 길을 열어둬야 한다고 유 총장은 보고 있다. 국민대도 최근 SW융합대학원을 중심으로 학생 평가 과제를 직무 중심 프로젝트로 전환했다. 대학원생의 70%가 졸업 후 취업을 택하는 현실을 고려했다. 학부생도 최대 9학점까지 동아리 활동을 수업으로 인정하고 보고서로 평가하기로 했다. 학생 자신이 동아리 활동에서 얻은 유·무형의 자산들을 보고서로 작성해 제출하는 방식이다. 유 총장은 “요새는 학생들이 자기 삶과 상관없는 지식을 너무 많이 배워야 한다”며 “이론적인 내용만 가르치다가 정작 취업은 책임을 못 진다고 하면 학생 입장에서 얼마나 절망스럽겠느냐”고 했다.

상상력을 현실로 구현해내는 능력은 미래 세대의 핵심 역량이다. 영어 단어를 암기하는 시대는 가고 인공지능에 번역을 시키는 시대가 왔다. 국민대의 미래 인재상을 묻는 질문에 유 총장은 한마디로 답했다. “온통 기술로 가득한 세상에서 당황하지 않을 수 있는 사람, 자신만의 창의력을 가지고 헤쳐나갈 수 있는 사람, 우린 그런 사람을 키우고 싶습니다.”

출처 : http://www.sedaily.com/NewsView/1S28H4BCZ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