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대학교 국민대학교

언론속의 국민
[첫 인터뷰] 전병준, 음표가 될 그만의 이야기 / 전병준(국제학부 07)

‘처음’이라는 생애 딱 한 번 주어지는 순간을 떠올립니다. 평범하면서도 일상적인 단어나 시간 앞에 ‘첫’이라는 관형사가 붙는 순간, 우리는 서로 다른 기억을 되짚겠지요. 풋풋한 설렘과 낯선 두려움의 경계에 선 이들을 만나보고 싶었습니다. [첫 인터뷰]는 생애 처음으로 인터뷰이로 나선 싱어송라이터들의 이야기를 담아갈 예정입니다.

우연처럼 싱어송라이터 전병준 ‘그게 잘 안돼’를 듣게 된 날이었다. 유튜브를 통해 듣고 포털 사이트에 그의 이름을 검색했는데 원하는 답을 찾지 못했다. 음원사이트에서 전병준을 검색하니, 그제야 그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었다. ‘도대체 누구지?’에서 시작된 호기심은 결국 인터뷰이와 인터뷰어로 만나게 됐다.

‘정신 차려보니 여기까지 왔다.’

1년 차 싱어송라이터 전병준의 첫마디였다. 국민대 국제학부에 재학 중인 그는 ‘춤추기 좋아했던’ 평범한 대학생이었다. 군시절 행정병이었던 전병준은 ‘아, 나중에 취업 하게 되면 이 지루한 생활을 평생 하겠구나’라는 생각이 떠나질 않아 취업 대신 무대를 선택하게 된다.

“이렇게 죽을 순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무대에 서는 걸 좋아하니 포기해도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도전해야 될 것 같았어요. 복학하고 뮤지컬 동아리에 들어가며 많은 것이 바뀌었죠. 이후 무대 위에서 심장이 뛰는 순간을 경험하고, 연기에 대한 갈증을 느꼈어요. 무작정 연극영화과 교수님을 찾아가 배우가 되고 싶다며 연기 레슨을 받기 시작했죠.”

2012년 뮤지컬 배우로 입봉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보이는 시장구조 문제에 지쳐갈 즈음이었다. 문득 내 목소리로 내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스쳤다. 지인의 제안으로 밴드 보컬에 지원하게 되며 ‘뮤지션 전병준’의 길에 들어섰다.
 
전병준은 그의 이름이자, 그와 함께 하는 밴드명이기도 하다. 베이시스트 손현정을 필두로 기타리스트 허윤제, 드러머 김현우와 보컬 전병준이 모여 음악을 시작한 지 3년째다.

“지금은 해체했지만 잠시 활동했던 밴드가 있었어요. 그 밴드에서 베이스 현정 누나를 만났죠. 코드랑 반주가 있는데 가사를 써보라고 하더라고요. 그때 쓴 곡이 올해 발매한 ‘그렇게’였어요. 작사작곡을 처음 한 거였어요. 정리하고 가사를 붙이고 불러보면 1절이 나와서 보내주면, 멤버들이 코드를 붙이고 음계를 정리하며 작업을 해왔습니다.”

실용음악을 배워본 적도 잘 다루는 악기도 없었다. 전병준의 작곡법은 떠오르는 멜로디를 몇 번씩 흥얼거리는 것이다. 마음에 드는 곡이 나올 때까지 말이다. 이렇게 해도 되나 싶었지만, 좋은 곡이 나올 거란 기대보다 노는 듯 해보자는 마음으로 한 곡 한 곡 만들었다. 소속사 없이 음원을 발매하기란 막막함의 연속이었다.

“음원을 발매하는데 해야 할 일이 많았어요. 유통사를 찾는 것부터가 일이었죠. 운 좋게도 현재 유통사와 일이 잘 풀려서 이후부터는 순조롭게 해나가고 있어요. 처음에는 재킷 사진도 찍고, 음원 소개 글도 직접 써야 하고, 가사 정리 등 혼자 하면서 시행착오가 많았지만 ‘내 것’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재밌게만 느껴져요.”

그리고 오랜 준비 끝에 지난 4월 첫 싱글 ‘그게 잘 안돼’를 발매했다. 뮤지션 전병준이 첫 출발을 알리는 신호탄과 같았다.

“첫 싱글 발매 전날엔 잠도 못 잤어요. 발매하고 나서는 부끄러워졌어요. 나의 창작물이 마음에 안 들면 어떡하지. 음정, 박자 이런 것들이 신경 쓰이기 시작했어요. ‘모두가 다 좋다고 해서 나온 결과물이야. 우리가 우리를 믿고, 그날의 전병준을 믿어줘야 해’ 하며 마음을 다잡았어요. 그때부터 자랑스럽고, 한발자국 더 나아갔구나 싶더라고요.”

 ‘그게 잘 안돼’는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이휘경(박해진 분)이 술에 취해 유세미(유인나 분)에게 천송이(전지현 분)를 향한 마음을 고백하며 “너는 그게 돼? 네 마음이 마음대로 돼?”라며 잠에 드는 장면을 보고 5분 만에 쓱, 써 내려간 곡이다.

“우연히 재방송하는 드라마를 보다가 ‘너는 마음대로 되냐. 나는 그게 잘 안 된다’는 대사를 듣고 가사와 멜로디를 썼어요. 처음 겪어보는 신기한 경험이었죠. 곡을 정리해 밴드 멤버들에게 보내고 탄생하게 된 곡이에요.”

 ‘그게 잘 안돼’는 드라마에서 영감을 얻었다면 5월 발매한 ‘그렇게’는 온전한 전병준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별 후 느끼는 감정과 장면이 생생하게 다가오는 곡이다.

“‘그렇게’는 이별 후 1년 정도 후에 쓴 곡이에요. 지키지 못한 약속이라던가, 남겨진 물건을 보며 흔들리는 감정을 솔직하게 담아내려 했어요. 제 이야기지만 지질하더라고요. 하지만 그런 노래를 듣다보면 내 이야기 같아질 때가 있잖아요.”

전병준에게 ‘그렇게’는 조금 특별한 곡이기도 하다. 처음 써본 곡이자, 밴드 멤버들이 음원 발매에 동의해준 곡이기 때문이다. 세 명의 멤버들이 없었다면 전병준의 음악 또한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전병준은 최근 자신의 유튜브 채널 OurRecords Corp를 통해 커버곡을 공개하기 시작했다. >

“아직은 저희만의 콘텐츠가 불확실하기 때문에, 더 명확해지면 자연스럽게 흘러갈 것으로 생각해요. 요즘은 콘텐츠의 싸움이잖아요. 노래 실력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걸 잘 알기 때문에, 곡 작업도 계속하고 있고, 유튜브 채널을 통해 커버 곡도 공개하고 있는데 지속해서 이어가고 싶어요.”

새로운 선택에는 그만큼의 책임감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정신 차려 보니 뮤지션이 돼 있었지만, 그 과정에는 ‘전병준이 진짜 하고 싶은 일’이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음악을 할 때마다 끊임없이 무너지는 자신을 발견하기도 했다.

“작년까지 저를 괴롭혔던 건 박효신 님 때문이었어요. ‘왜 나는 그만큼 못할까.’하는 자괴감이 들기도 했어요. ‘노력 해야지’ 생각하며 나만의 이야기와 색깔에 더 집중하자 마음먹었어요. 무너질 때면 또 자존감을 찾고, 자존감이 과잉되면 잘하는 뮤지션을 보며 바퀴벌레가 돼요. 스스로 믿지 않으면 나아갈 수 없다고 생각해요.”

“언젠가 만화가 이현세 선생님의 칼럼 ‘천재와 싸워 이기는 방법’을 읽었는데 살다가 천재를 만나게 되면, 대다수는 천재와 경쟁하다 상처투성이가 되거나 포기한대요. 하지만 작가님은 천재를 만나면 정면승부하지 말고 그냥 보내라고 하셨어요. 먼저 보내면 상처 입을 필요가 없다고요. 자신이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걷다 보면 어느 날 멈춘 천재를 추월해 지나가는 나를 볼 수 있다고요. 참 인상적이었어요. 언젠가는 천재를 추월한다는 그 말을 믿고 살고 있어요.”

그렇다면 앞으로 전병준은 어떤 뮤지션, 그리고 어떤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을까. 한 번도 막힘없이 대답하던 그가 처음으로 고민에 빠졌다.

“이승환 선생님처럼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어요. 위대한 보컬리스트고, 비겁하려 하지 않고 정의롭게 음악하는 그런 자세를 본받고 싶습니다. 저만의 정서, 제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음악에 담고 싶어요. 또, 제 음악을 듣는 리스너들이 어디서 듣건, 저와 같은 감정이 드는 음악을 하고 싶어요.”

출처: http://www.etnews.com/20180813000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