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인터넷방송 규제, 가능하지도 실익도 없다 / 신홍균(법학부) 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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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하면 규제로 다스려야 한다는 '이데올로기'가 기성 세대의 뇌에 박혀 있는 것 같다. 규제라는 망치를 휘둘렀던 사례가 전광판방송이다. 현행 방송법을 제정했던 2000년대 초, 광화문 사거리에 나서 보면, 건물위 전광판에서 방송 뉴스가 나오고 있었다. 늦은 저녁무렵에는 다음 날 조간신문을 미리 사려고 줄을 선 공무원들도 보였다. 미리 신문을 봐서 대응을 해야하니 그럴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뉴스가 나오는 전광판이 그들에게 어떻게 보였었을까? 신문보다 더 강해 보였나보다. 입법부는 그런 전광판을 전광판방송이라고 방송법에서 규정했다. '마음에 안들으면 규제해야지' 혹시 이런 발상이 아니었을까? 그런 법을 만들 당시에 학자들은 도대체 뭘하고 있었을까? 당시에는 몰랐겠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것은 이데올로기에 가까웠다. 필자는 이를 규제제일주의라고 부르고 싶다. 요즈음 그 망령이 되살아나고 있다. 인터넷방송을 방송법상 방송으로 포함시키겠다는 논의가 그것이다. 필자는 반대한다. 반대의 논거를 좀더 큰 시각에서 말하고자 한다. 1998년에 폐지된 공보처를 상기해 보자. 당시에는 방송과 통신의 융합이라는 쟁점을 두고, 구 체신부와 구 공보처가 사사건건 대립하고 있었다. 공보처 모 국장이 당시 신문에 기고한 글에서 이런 주장을 한 적이 있었다. 수륙양용차가 아무리 새로워 보여도, 결국에는 배 아니면 자동차 둘 중의 하나에 불과하다고. 즉, 방송과 통신의 융합을 무시하고, 통신을 기존의 틀안에서 방송으로 보려는 입장이었다. 그 뒤를 이어서 위성과 지상파DMB가 등장했고, IPTV, 인터넷 포털 등이 득세했다. 이제는 넷플릭스와 같은 OTT의 시장점유율도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반면에, 기존의 틀안에 있었던 지상파 방송은 '절대절명의 위기'에 처해있다고 한다. 이런 상황을 두고 보니, 인터넷방송을 방송으로 보자는 주장이 수륙양용차를 자동차로만 보자는 주장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규제가 무슨 결과를 가져오고 있는가를 따져봐야 할 시점이다. 지상파 방송사는 처음에는 대단한 특권을 가진 사업자이므로 각종 의무가 따른다. 광고도 마음대로 못하는데, 방송발전기금도 내야한다. 방송에서 술먹는 장면도 없어야 한다. 방송내용에 대해서 심의도 받아야 한다. 지금은 어떤가? 그런 의무를 부과하고 돈도 받아가는 정부가 지상파 방송사를 보호하지 못하고 있다. 지상파방송사에게는 이제 재송신료 수입이 매우 소중한 재원이 되었다. 이 대목에서 규제제일주의의 면모가 드러난다. 지상파방송을 보호하지 못하는 규제의 틀안에 인터넷방송을 가져온다는 발상을 다른 발상과 비교하여 보자. 즉, 지상파방송의 규제를 풀어서, 오히려 지상파 방송을 활성화하자는 발상이 그것이다. 어느 쪽이 더 바람직한가? 필자는 이제 성장하는 어린이의 발목을 잡기보다는 큰 형님의 발목에 채워진 족쇄를 풀어주는 것이 상책이라고 생각한다. 인터넷방송이 먹방에, 욕설에, 온갖 19금 내용에, 심지어는 가짜 뉴스까지 담고 있어서 문제가 아닐 수는 없다. 하지만, 인류 역사에 도색잡지가 없던 시절이 있었을까? 어차피 규제로서도 막을 수 없다면, 차라리 규제를 풀어서 양화가 악화를 구축하도록 하는 방법이 더 낫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몇 달전, 정부는 수 조권의 경매금을 받으면서 5G용 주파수를 사업자들에게 넘겨주었다. 그만큼 좋은 서비스라는 뜻이다. 어쩌면 5G 서비스가 차세대 서비스로 넘어가기도 전에, 거실에 있던 텔레비전이 없어질지도 모른다. 규제제일주의는 구 공보처의 추억을 되살려준다. 출처: http://www.dt.co.kr/contents.html?article_no=2018102302102369660001&ref=nave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