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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속의 국민
낚시는 ‘월척’ 골프는 ‘홀인원’… 중독을 부르는 취미 / 최우열(체육학부) 겸임교수

‘낚시꾼 스윙’ 최호성 플레이로 본 골프와 낚시

 앉아서 하는 최고 재미는 낚시, 서서 하는 것 중엔 골프가 1등 

 낚시찌 띄워 물에서 고기 낚고, 골프볼 날려 풀밭서 버디 낚아 

 잡은 고기 안주로 술 한잔하고, 그날 플레이 안주 삼아 잔 비워 

 선장이 월척포인트 알려준다면, 캐디가 버디 잡을 라인 읽어줘

 

올 시즌 한국 남자 골프계 최대 화제는 생애 처음으로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코리안 제네시스 대상을 수상한 이형준이나, 2007년 김경태와 강경남 이후 11년 만에 KPGA 시즌 3승을 거두고 한 시즌 최다 상금 기록을 경신한 박상현이나, 제대 후 부진을 거듭하다 시즌 막판 웹닷컴 투어 우승으로 내년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출전권을 극적으로 확보한 배상문이 아니다.

그 주인공은 다름 아닌 한국오픈에서 막판에 아깝게 우승을 놓친 마흔다섯 살의 노장 최호성이다. 프로 선수로는 매우 늦은 26세에 처음 골프채를 잡은 최호성은 32세인 2004년 코리안투어에 데뷔해 지금까지 한국과 일본에서 각각 2승씩을 거두며 그다지 화려하지 않은 선수 생활을 보냈다. 

그랬던 그가 예선까지 거치며 가까스로 출전한 올해 한국오픈에서 2라운드까지 단독 선두로 나서며 선전을 펼쳤다. 그러나 정작 최호성이 많은 골프 팬과 언론의 관심을 끈 것은 그의 성적보다는 독특한 스윙 때문이었다. 공을 치고 난 뒤 쓰러질 듯 클럽을 쥐고 한 발로 아슬아슬하게 서 있는 피니시 자세가 마치 월척을 낚은 낚시꾼이 낚시 채를 낚아채는 동작과 닮았다고 해서 ‘낚시꾼 스윙’이란 별명까지 붙었다.

국내는 물론 세계적인 골프 매체들이 앞다투어 소개하고, 세계랭킹 1위였던 미국의 저스틴 토머스까지 한번 따라 해 봐야겠다는 글을 트위터에 남기면서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았다. 

최근 최호성이 일본프로골프(JGTO) 투어 카시오월드오픈에서 특유의 낚시꾼 스윙으로 통산 2승을 거두자 해외 유력 언론을 중심으로 그를 메이저대회에 초청선수로 출전시켜야 한다는 여론까지 형성되고 있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줄어드는 비거리를 늘리기 위한 고육책이자, 젊은 선수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눈물겨운 생존의 몸부림이 그에게 생각지도 못한 뜻밖의 행운을 가져다준 셈이다.

굳이 최호성의 스윙이 아니더라도 낚시와 골프는 유난히 공통점이 많다. 먼저 낚시는 전통적으로 골프, 바둑 등과 더불어 가정의 불화를 초래하는 남편들의 대표적인 취미 활동으로 악명높다. 한번 빠지면 헤어나기 힘든 재미와 중독성 때문이다. ‘골프 과부’만큼 ‘낚시 과부’도 흔하다. 

서서 하는 것 중 가장 재미있는 것은 골프요, 앉아서 하는 것 중 제일 재밌는 것은 낚시라는 둘 다 해본 꾼들의 주장도 있다. 둘 다 자연을 벗 삼아 즐기는 스포츠로 새벽같이 일어나서 집을 나서야 한다. 오늘은 놀라운 일이 벌어질 것만 같은 큰 기대로 시작하지만, 끝날 무렵이면 좌절과 함께 특별한 날을 제외하고는 항상 아쉬움을 남긴다. 그러면서도 매번 다음번엔 더 잘할 수 있으리라는 덧없는 희망을 기약한다.

하기 전에 많은 준비가 필요한 것도 골프와 낚시의 공통점이다. 골프를 치려면 먼저 골프장을 부킹한 후 시간이 되고 맘이 맞는 동반자부터 모아야 한다. 골프클럽과 공, 그리고 날씨와 기온을 확인하고 옷가지도 맞추어 잘 싸두어야 한다.

낚시도 먼저 출조를 하기 전 배 시간을 예약하고 일기예보를 통해 썰물 때와 파고를 확인해야 한다. 또 잡고자 하는 어종에 맞게 먹이나 바늘을 준비하고 낚시 중에 먹을 음식과 물을 충분히 준비해야 한다. 하는 동안에는 모든 것을 잊고 오로지 낚시찌와 골프볼에 집중한다. 조사는 물에서 고기를 낚지만, 골퍼는 풀밭에서 버디를 낚는다. 낚는 순간 최고의 희열을 느끼게 되지만, 그러나 둘 다 오랜 기다림과 뼈를 깎는 인내가 필요하다.

캐디가 버디를 잡을 수 있는 퍼트 라인을 읽어준다면, 선장은 월척이 가능한 포인트를 짚어준다. 낚시가 끝나면 그날 잡은 고기를 안주 삼아 술잔을 기울이지만, 골프가 끝나면 동반자들과 각자 그날의 플레이를 안주 삼아 술잔을 비운다. 낚시와 골프가 장비가 좋다고 잘하는 것이 결코 아님에도 불구하고 하면 할수록 장비에 대한 욕심이 생긴다. 틈만 나면 인터넷사이트를 뒤지며 정보를 검색하고 수시로 장비를 교체한다.

골프의 그래파이트 샤프트는 낚싯대와 같은 카본 소재로 제작된다. 그래서 실제로 낚싯대를 만드는 회사에서 샤프트도 함께 제작하는 경우도 많다. 일본의 다이와가 대표적인 경우다. 물론 다른 점도 있다. 골프는 반드시 동반자가 있어야 할 수 있지만, 낚시는 혼자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또 골프는 잘만 하면 부부가 같이 즐길 수 있지만, 낚시는 웬만해선 부부가 함께하기 어렵다.

마지막으로 행여 최호성의 스윙에 혹해 ‘낚이는’ 주말골퍼들이 있을까 하여 당부드린다. 최호성처럼 프로 테스트를 통과하고 우승을 할 정도의 실력이 아니라면 어설픈 흉내나 실전에 써먹을 생각은 아예 마시라고. 

국민대 골프과학산업대학원 교수 
스포츠심리학 박사

출처: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8120301032833000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