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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종이에 혼이 스며 작품이 된다(신장식 국민대 교수, 9월4~18일 정릉 국민대 예술관 갤러리)
2001년 8월 29일 - 한겨레신문 -


닥종이는 가죽보다 질기다. '비단은 오백년을 가고 종이는 천년을 간다'는 말은 여기서 나왔다.

흔히 한지라 부르는 전통 닥종이를 소재로 작업하는 작가들은 서양 캔버스가 따라올 수 없는 한지의 미덕을 강조한다. 그 은근과 끈기가 작품에 잘 배어들면 우리만이 보여줄 수 있는 한국화가 된다는 것이다. 최근 한지를 쓰는 작가들이 해외 미술시장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그 한 증거다.

1983년부터 닥종이 작업을 해 온 정창섭(74)씨는 9월4일부터 25일까지 신사동 표갤러리(02-543-7337)에서 여는 개인전에 재료와 작가가 한 몸이 된듯한 <묵고> 연작을 내놓는다. 닥종이를 물에 풀어 반죽하고 주물러 희고 푸른 공간을 창조하는 그는 “종이의 재질 속에 나의 입김, 혼과 체취가 녹아 들어가 드디어는 하나가 되게 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9월7~16일 청담동 박영덕화랑(02-544-8481)에서 열리는 '종이의 혁명'전에서는 한지작가 함섭(59)씨가 황토빛 <한낮의 꿈> 연작을 선보인다. 최근 샌프란시스코와 시카고 아트페어 등에서 출품작 전부가 팔려나가 화제를 모았던 그는 “종이는 보는 이 시선을 내뱉지 않고 품어안기 때문에 마음에 안정을 주는 푸근함이 으뜸”이라고 자랑했다. “종이에 간을 잘 해서 두들기고 던지고 매만지는 과정은 된 노동이지만 그렇게 자연과 하나가 되는 순간에 느끼는 기쁨은 말로 다 할 수 없다”는 것이다.

평면작업을 해온 신장식(42)씨는 9월4~18일 정릉 국민대 예술관 갤러리에서 열 '명상―금강산'전에 한지를 재료로 쓴 조각 설치물을 내놓았다. 생각에 잠긴 사람들 11명이 등장하는 <명상>은 한지가 지닌 생명력에 힘입어 한민족의 숨결을 토해낸다.


정재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