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옥 칼럼] 빗나간 북미 정상회담과 앞으로의 과제 / 유영옥(정치대학원) 특임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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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말 전 세계의 이목(耳目)은 베트남의 ‘하노이’로 집중됐다. 각 매체에 출연한 자칭 ‘전문가’들은 “스몰딜, 빅딜” 운운하면서 나름대로의 소신과 장담(?)을 쏟아내느라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러나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속담처럼 이들의 전망과 예측은 보기 좋게 빗나가고 말았으니 제 정신을 가진 사람이라면 한번쯤 자중(自重)하고 반성해야 할 결정적 계기를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모든 관영매체들은 김정은의 ‘하노이 행각(行脚)’을 “인민을 위한 애국헌신의 대장정, 불면불휴의 정력적인 대외활동”으로 포장했으나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귀국하는 김정은을 포함한 북한대표단의 행색은 초라하기 이를 데 없었다. 물론 김정은의 제2차 북미정상회담의 진행과정에서는 한동안 ‘폐쇄국가’로 자처해 왔던 북한정권의 속성을 ‘정상국가’로 바꾸어 놓고 전 세계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음으로써 “미국과 대등한 국가”임을 과시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하였으나 결론적으로는 “득(得)보다 실(失)이 훨씬 큰 외유(外遊)”라는 평가를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이번 하노이회담이 수차례의 실무회담과정을 거쳐 성사되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북한에서는 향후 그 책임을 둘러싸고 김영철과 김혁철 등의 문책(問責)도 잇따를 것으로 보이며 앞으로 당분간은 제3차 정상회담의 의제나 날짜조차도 잡기가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회담 결렬이유를 항간에서는 회담 진행과정에서 열린 미국 내 ‘코핸 청문회’와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의 역할을 거론하기도 하나 보다 근원적인 문제는 마치 오월동주(吳越同舟)와 같이 미국과 북한 최고지도자의 생각과 이에 따른 요구가 크게 달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 회담 당시 북한과 미국 간에는 ‘합의수준의 초안’이 준비되어 있었지만 ‘탑다운’ 방식의 특성상 ‘추가 합의’를 위한 정상간 담판의 여지가 남아 있었던 것으로 유추할 수 있다. 즉 트럼프대통령의 입장에서는 김정은위원장의 ‘완전한 비핵화 약속’을 거론하면서 영변 이외의 규모가 큰 핵시설과 미사일, 핵탄두 등의 목록작성과 신고문제, 핵과 탄도미사일, 생화학무기에 이르는 광범위한 비핵화 등 이른바 ‘영변 플러스 알파’를 요구했던 것으로 짐작된다. 이에 비해 김정은위원장은 북한의 핵능력이 차지하는 영변핵시설의 중요성과 비중을 설명하면서 영변핵시설을 “미국 내 핵전문가들을 초청해서 명백하고 투명하게 폐기”하는 대신 2016년부터 취해진 유엔 안보리의 결의들 중 “민생과 민수(民需)에 관련된 제재 완화”를 요구했으나 미국측의 견지에서는 이런 요구가 양적으로는 11건 중 5건에 불과하지만 대북제재의 전부나 마찬가지이므로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했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트럼프대통령은 이 회담과정에서 ‘코헨’ 변호사가 하원 청문회에 나와 자신에게 불리한 증언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런 정치적 어려움을 반전(反轉)시킬 카드로 ‘스몰딜’보다는 ‘빅딜’을 이뤄내야 한다는 절박감을 느꼈을 것으로 보이며 이와 동시에 그 이면에는 제재가 유지되는 한 시간은 ‘미국 편’이므로 이번 “정상회담의 결렬 = 노딜”이 비핵화 달성에 유리할 것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었을 것이라는 추론도 가능하다. 북한측 입장에서는 외무성 부상 최선희가 기자회견을 통해 김정은위원장이 “미국의 계산법에 대해 굉장히 의아심을 느끼고 조미거래에 대해 의욕을 잃은 것 같다”는 점을 감안해 볼 때 김위원장의 심리적 충격이 매우 컸다는 점을 짐작할 수 있다. 왜냐하면 제2차 ‘전국 당 초급선전일꾼대회’와 3월 10일에 개최된 최고인민회에서의 대의원선거에서 북미정상회담의 성과를 과시하려던 계획이 수포(水泡)로 돌아갔고 국제사회의 일부 제재 완화를 바탕으로 경제건설에 속도를 내려던 나름대로의 속셈도 좌절되었기 때문이다. 결국 미국과 북한의 서로 다른 ‘셈법’ 때문에 결렬된 이번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미치는 영향은 미국보다는 북한이 훨씬 클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우리는 북한이 더 이상 과거와 같이 “무모한 행동”을 하지 않도록 중재하려는 노력을 배가해야 한다. 이는 문재인대통령이 강변해 온 “운전론 내지 중재자 역할”의 중요성이 다른 어떤 때보다 더 중요하고 필요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출처: http://www.kyeonggi.com/news/articleView.html?idxno=2064131 ※ 이 기사는 '뉴스콘텐츠 저작권 계약'으로 저작권을 확보하여 게재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