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25년前‘개·여성 출입금지’였는데… ‘女골프헌장’까지 발표 / 최우열(체육학부) 겸임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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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 바꾸는 골프의 풍경 여성들 참여·문호 확대위해 美클럽 80년만에 첫 女회원 韓, 女골퍼 10년새 14→45% 골프의류 매출 女가 男의 2배 요즘 골프장에 가보면 여성 골퍼의 수가 과거에 비해 눈에 띄게 많아졌다는 점을 느낄 수 있다. 실제로 대한골프협회(KGA)가 발표한 2017 한국골프지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여성 골퍼는 총 290만 명으로 전체 골프 활동인구의 45.4%를 차지하고 있다. 14.2%에 불과했던 10년 전 조사 결과와 비교하면 엄청난 변화다. 여성 골퍼의 증가요인은 여럿 있다. 먼저 사회경제적 요인으로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확대와 이에 따른 여성의 사회경제적 지위 향상을 들 수 있다. 미혼의 30∼40대 고소득 전문직 여성이 늘어나면서, 가사와 육아 부담에서 벗어난 여성들이 골프와 같은 생활체육에 점점 더 많이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스포츠 활동에 대한 인식 변화도 여성 골퍼 증가의 요인으로 꼽을 수 있다. 그동안 남성과 비교해 여성의 체육 활동 참가율은 낮았지만, 양성평등 의식이 높아져 과거보다 스포츠 활동에 관한 여성의 관심과 참여가 높아졌다. 최근 프로야구 여성 관중의 비율이 40%가 훌쩍 넘는다는 사실은 이를 잘 보여준다. 스크린골프의 높은 인기도 여성 골퍼 증가에 한몫하고 있다. 별도의 장비 없이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남 눈치 보지 않고 언제 어디서나 골프를 즐길 수 있는 스크린골프의 장점이 여성의 골프 참여 문턱을 대폭 낮췄고 일종의 ‘관문 효과’로 여성 골퍼 증가에 일조하고 있다. 사회 심리적 차원에서 골프에 대한 인식 변화 역시 최근 여성 골퍼의 증가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한국사회에서 골프는 오랫동안 귀족 스포츠, 사치 스포츠란 인식이 있었다. 하지만 골프장 수가 늘고 골프 관련 비용도 꾸준히 감소하면서 골프가 대중화됨에 따라 사치 이미지는 가고 귀족 이미지는 남았다. 이 때문에 다른 스포츠와 비교해 골프는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운동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문화체육관광부의 국민 생활체육 참여실태조사에서 향후 금전적 여유가 있을 시 하고 싶은 운동 1위에 골프가 선정된 것도 이 때문이다. 여성들 역시 골프를 수영, 요가, 필라테스 등과 함께 향후 가장 하고 싶은 운동 중 하나로 꼽았다. 신지애, 박인비, 유소연, 박성현 등 세계 무대를 휩쓸고 있는 한국 여자프로선수들의 선전도 여성 골프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여자 선수들의 활약을 자주 접하면서 대리 만족과 함께 일종의 모델링 효과로 자신들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여성의 골프에 관한 관심과 참여 동기가 전체적으로 높아졌다고 할 수 있다. 여성 골퍼의 증가는 성숙기에 접어든 국내 골프 시장에서 20∼30대 젊은 골퍼와 함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남성 중심으로 형성된 기존 골프 시장에서 전체 골퍼의 45%를 넘어가는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골프 시장의 향후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할 수 있다. 당장 국내 골프의류 시장 규모가 최근 들어 클럽 시장 규모의 4배가 넘는 수준으로 빠르게 성장한 배경에는 이러한 여성 골퍼의 증가에 힘입은 바가 크다. 신세계몰의 2018년 발표 자료에 따르면 골프의류 매출에서 남녀 골퍼의 비중은 2015년 58대 42에서 2018년 32대 68로 역전됐다. 객단가 역시 여성이 평균 30만 원으로 남성의 평균 10만 원을 추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남성 골퍼들이 주말에 주로 골프를 치는 것과는 달리 여성 골퍼는 평일에 주로 몰려 골프장의 수요 취약 시간대인 평일 낮의 회전율 제고로 골프장 경영 개선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여성 골퍼의 증가는 향후 여성 전용 골프클럽과 용품, 의류, 액세서리 등 다양한 부가산업의 활성화로 전체 골프 산업 성장에 이바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기업들도 여성 골퍼에 대한 보다 심층적인 연구와 분석을 통해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골프장 역시 더욱 여성 친화적인 라운드 환경과 마케팅을 강화해 스크린골프연습장을 찾는 많은 여성 골퍼를 코스로 이끌어야 할 것이다.
여성 골퍼의 증가는 비단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라 전 세계적인 추세다. 미국골프재단(NGF)의 발표에 따르면 미국에서 골프에 처음 입문하는 인구가 2011년 150만 명에서 2017년 260만 명으로 크게 늘었는데 이들의 35%가 여성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골프 시장에서 여성은 전통적으로 골프 무관심층으로 분류되던 집단이었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의 4대 메이저대회 중 하나인 마스터스 개최지로 유명한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은 지난 2012년 80년 만에 처음으로 여성을 회원으로 받아들인 데 이어, 올해부터 마스터스 바로 직전에 오거스타 내셔널 여자 아마추어 챔피언십을 개최한다. 미국골프협회(USGA)와 함께 세계 골프계를 관장하는 영국왕실골프협회(R&A)에서도 여성 골퍼의 중요성을 인식해 지난해 ‘여성 골프 헌장’을 발표하고, 여성의 골프 참여와 문호 확대를 위해 향후 10년간 약 1100억 원이 넘는 돈을 투자하기로 했다. 불과 25년 전 골프의 발상지인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 골프 클럽의 클럽하우스 정문에 ‘개와 여성은 출입 금지(No dogs or women allowed)’란 경고문이 버젓이 내걸렸던 것에 비교하면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출처: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9031101032839000003 ※ 이 기사는 '뉴스콘텐츠 저작권 계약'으로 저작권을 확보하여 게재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