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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시론] 레이와(令和) 시대의 일본 / 박창건(일본학과) 교수
지난 5월 1일 일본은 새로운 국왕이 즉위하면서 아키히토(明仁)의 ‘헤이세이(平成)’ 시대가 막을 내리고 나루히토(德仁)의 ‘레이와’ 시대를 맞이했다. 열두 살 때 일본의 패전을 경험한 아키히토는 아버지인 히로히토(裕仁)의 장남으로 태어나 왕위를 계승 받고 전쟁에 대한 강한 저항과 함께 평화의 중요성을 인식했다. 이러한 인식은 ‘전쟁의 참혹함을 잊으면 안 된다’고 강조한 퇴위연설에서 뚜렷하게 엿볼 수 있다. 아키히토의 평화 사상을 이어받은 나루히토는 즉위식에서 ‘세계 평화를 간절히 희망’하며 ‘아름답게 마음을 모으는 가운데 문화가 태어나고 자라는 시대’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사회 전반에 퍼져 있는 새 시대에 대한 기대를 활용하여 과거와의 단절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예컨대 아베 정권은 6월 오사카 G20 정상회의, 10월 나루히토 국왕 즉위 관련 해외 국빈 초청 행사 등 정치·외교 행사를 ‘국운’을 바꾸는 전기로 마련하겠다는 정치적 구상을 표명했다. 이를 축적해 2020년 도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로 국제사회에서 일본의 위상을 한 단계 격상시키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드러내고 있다. 여기에 2004년부터 사용한 지폐 속 초상화 인물을 모두 교체하여 새 지폐 발행을 통한 경기 부양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레이와 시대의 일본에 대한 기대와는 달리, 저출산·고령화 문제는 심각한 사회적 쟁점-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주지할 사실은 저출산·고령화 문제는 일자리와 주거, 보육, 교육, 소득 등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복합적인 문제라 그 우려와 원인을 알면서도 쉽사리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는 점이다. 4월 12일에 발표한 총무성의 통계 자료에 따르면, 일본 총인구는 1년 전보다 0.21%(26만3천 명) 감소한 1억2천644만3천 명으로 정부가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50년 이후 최대치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고령화·저출산 문제는 막대한 공공 부분의 재정적자, 사회보장비용의 증가, 국가적 재난의 주기적 발생 등 다양하고 심각한 시대적 상황인 ‘과제선진국 일본’으로 치닫고 있다.

질서·평화·조화를 뜻하는 ‘레이와’라는 연호에 열광하는 일본 국민에게 국왕은 권력이 아닌 권위의 표상으로써 역사를 만든다기보다는 시대를 상징한다고 믿고 있다. 하지만 새로운 ‘레이와’ 시대를 맞아 ‘강한 일본을 만들겠다’라는 아베 총리는 전쟁 가능 국가로의 변신, 미·일 동맹 강화, 국제사회에서 리더십의 회복, 정부 주도 경제성장 등을 골자로 거품 경제 붕괴와 장기 불황, 후쿠시마의 재난으로 얼룩진 ‘헤이세이’ 시대와 작별하고 일본의 위상을 되찾겠다는 정치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레이와 시대의 새로운 일본을 그리는 국민과 정치지도자 간의 인식적 갭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레이와 시대의 일본은 주변 국가들과의 관계를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 트럼프의 일방주의적 보호무역과 중국이 동북아 패권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현시점에서 한일 양국의 파트너십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일본은 과거를 잊으려 하고, 한국은 과거만 파헤쳐서 반문하는 상황에서는 새롭게 관계를 정립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동아시아에서 일본이 리더십과 역할을 발휘하려면 더 깊어진 책임의식과 겸허함을 보여야 한다. 반면 한국은 과거사에 사로잡혀 일본과의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등한시해서는 안 된다. 레이와 시대 개막이 평등하고 호혜적이며 서로의 분발을 바라는 새로운 한일관계 설정의 출발점이 되기를 희망한다. 이처럼 일본 열도에 몰아치고 있는 레이와 시대의 일본은 어떤 길을 걸을지 우려 섞인 기대와 관심의 시험대에 올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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