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하는 뮤지엄 마케팅 (루브르 박물관! 자존심을 버리다) ① / 김연희(행정대학원 미술관·박물관학전공) 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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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희_국민대학교 행정대학원 미술관박물관학 전공 주임교수
# 2018년 루브르 박물관 관람객 천만 명을 돌파하다. 유럽에서 가장 긴 역사를 가진 프랑스의 수도 파리에는 130여 개의 크고 작은 박물관이 존재한다. 루브르 박물관에서 세계 각국의 유물들과 미술작품을 감상한 관광객들은 센(Seine) 강을 따라 오르세 미술관과 퐁피두센터로 향한다. 프랑스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Louvre Museum)은 작년 한 해(2018년) 사상 처음으로 관람객 1,020만 명을 돌파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통계는 전년도 대비(810만 명) 25%가 증가한 수치이며 하루 평균 3만 명 넘게 루브르를 방문했고, 그중 65%가 외국인이다. 2018년 한국을 방문한 전체 외국인 수가 1천 534만 명 정도라고 하니 루브르가 가진 브랜드 파워가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다. 박물관 하나로 벌어들인 입장료 수입이 대략 1억7천340만 유로 정도이고, 출판물, 레스토랑, 박물관 문화상품(Museum Goods) 등의 판매 수익까지 합한다면 어림잡아 2천 230억 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루브르 박물관의 관람객은 2015년 11월 파리 연쇄 테러와 2016년 7월 니스의 트럭 테러 등으로 급감했다가 프랑스 관광경기가 다시 회복세를 타면서 작년에 비약적으로 증가했다. 물론 테러위험이 줄어든 점도 있지만 2018년 루브르 박물관을 배경으로 뮤직비디오를 제작하며 대단한 성공을 거둔 미국의 세계적인 팝스타 비욘세의 역할이 매우 크다고 한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 나폴레옹의 대관식 등 명화들을 배경으로 촬영된 비욘세와 제이지 커플의 ‘Apeshit’의 뮤직비디오는‘더 카터스(The Carters)’라는 이름의 합동 앨범으로 발표하였고, 유튜브에서 1억4천700만 회의 조회 수를 기록하였다. 루브르 박물관이 촬영을 허가해 준 것만으로도 쟁점이 되고, 가히 ‘기념비적이다’라는 표현이 언론에서 나올 정도로 서양미술의 요새인 루브르에 입성한 힙합의 위상을 보여주었다. 장뤼크 마르티네스 루브르 박물관 관장은 프랑스 앵포 라디오에 출연해 “비욘세의 뮤직비디오와 루브르 아부다비 관의 개관으로 사람들이 루브르를 화제에 올리게 됐고, 작년 한 해 놀라운 관람객 증가로 이어졌다”라고 말했다.
# 비욘세에게 모나리자를? 뉴욕타임스(New York Times)에 따르면 매년 약 500편의 영상물이 루브르에서 촬영된다고 한다. 하지만, 팝 음악계의 거물인 카터 가의 선택을 받았다는 점은 대중들에게 또 다른 의미를 지닌다. 프랑스의 자존심이자 유럽미술의 요새인 루브르 박물관에서 흑인 대중가수의 뮤직비디오 촬영은 흑인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이라는 의미부여와 위상을 보여주며 유럽문화의 자존심인 루브르 박물관이 이젠 자존심보다는 세대의 흐름에 맞춰 발전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 할 수 있다. 뮤직비디오의 장면에 흑인 부부가 드러나는 모습들은 과거의 인종갈등을 극복하고‘평등’을 말하려는 신선한 시도이다. 서양 미의 상징인 모나리자 앞에서 흑인의 머리를 자르는 장면이 나오고, 1863년 사모트라케(Samothrake) 섬에서 발견된 「사모트라케의 니케」 라 불리는 작품 앞에서 비욘세가 춤을 춘다. 니케 조각상의 날개 형상을 그대로 본떠 제작한 옷을 입은 채 날개를 펼치는 동작을 통해 여신의 아름다움을 보여주었다. 백인문화의 상징인 루브르의 계단 한가운데서 유색인종 댄서들이 몸으로‘V’자를 만들며 몸으로 날갯짓을 표현하고‘승리의 여신! 우리가 중심에 있다’라고 외치고 있다. 프랑스 신고전주의 화가 자크 루이 다비드(JACQUES-LOUIS DAVID)의 대표 초상화 작품 「레카미에 부인의 초상화(Madame Récamier)」앞에서 레카미에 부인의 자리만 비워 놓고 앉아있는 흑인 여성, 레카미에 부인이 입은 옷과 같은 색의 터번으로 흑인 여성의 머리를 이어놓음으로서 이들이 레카미에 부인에게 종속됨을 은유적으로 표현하였고, 아름다움의 이면에 숨겨진 흑인 노예들의 아픔을 잘 표현하고 있다. 레카미에 부인은 프랑스 사교계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부유층 여성이며 패션의 아이콘이다. 초상화가 그려지는 동안 고고하게 앉아있는 레카미에와는 달리, 그를 수발하기 위해 겪은 흑인 노예들의 고통과 힘든 상황들을 표현하였다. 한편 다비드는 나폴레옹의 열렬한 추종자였고 그의 대표작 「나폴레옹의 대관식」은 스스로 황제를 칭한 나폴레옹이 그의 아내 조제핀에게 직접 왕관을 씌워주는 모습을 묘사한 작품이다. 그림 앞에서 유색인종 댄서들이 타이즈를 신고 춤을 추고 있고, 한가운데 영국을 상징하는 버버리 패턴 타이즈를 입고 춤을 추는 비욘세가 있다. 조세핀 왕비 황후는 크리올(Creole) 지역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났고 크리올은 프랑스의 식민지였던 미국 루이지애나를 지칭하며 원주민 흑인 노예가 유럽인들이 섞여 살던 곳이다. 우연인지 악연인지 모르겠지만 비욘세의 외가도 이곳 출신이다. 그림 속 조제핀이 앉아있는 그 자리에서 앞에서 춤을 추는 비욘세는‘내가 조제핀 왕의 혈통을 이어받은 여왕이다. I am a Queen’이라 말하고 있다. 이처럼 비욘세의 뮤직비디오는 고전 미술이 대중과 만나는 새로운 방법을 찾은 것이며 루브르 박물관에 대한 이미지쇄신은 물론, 관광객 유치에 상당히 이바지할 것이라는 분석과 함께 미술품의 확산을 기대하게 한다. 또한, 충분한 홍보 효과가 있다고 언론들은 극찬하였다.
# 공격적인 마케팅을 해라! 영국의 대영 박물관, 바티칸시티의 바티칸 박물관과 함께 세계 3대 박물관으로 꼽히는 루브르 박물관은 중세 때부터 지금까지의 모든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한 번이라도 루브르를 방문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많은 인파 속을 헤쳐 가며 모나리자 작품 앞에서 사진을 찍은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런 유명세가 단지 모나리자 때문일까? 그렇지 않다. 박물관 내부의 역피라미드(The Inverted Pyramids)는 이미 댄 브라운의 소설 「다빈치 코드」를 통해 많은 유명세를 치렀고, 이를 보기 위해 많이 이들이 박물관을 찾았다. 또한, 윌 아이 엠(Will.i.am)이 제작한 다큐멘터리에서 영감을 받은‘Will.i.am at the Louvre 투어’를 공개해 관람객들의 뜨거운 반응을 끌어낸 적이 있다. 아니나 다를까 최근 루브르 측은 이러한 영향력에 편승하고자 ‘Apeshit’ 의 뮤직비디오 속 등장하는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Jay-Z and Beyonce at the Louvre 투어’를 공개했다. 약 90분간 진행되는 이 투어는 비욘세의 뮤직비디오에 카터 가의 취향을 반영하였는데 피오렌티노 로소(Rosso Fiorentino)의 ‘피에타 (Pieta)’와 레오나르도 다빈치(Leonardo da Vinci)의 ‘모나리자 (Mona Lisa)’, 다비드 (David)의 ‘나폴레옹 대관식(Couronnement de Napoleon)’ 등 뮤직비디오에 등장했던 주요 작품들을 관람하며 설명을 듣는 투어이다. 또한, 오디오 투어는 각 전시실의 일정에 맞추어 수요일, 목요일, 토요일, 일요일까지 4일간 진행되며, 아쉽지만 현재까지는 프랑스어로만 진행된다. 이처럼 루브르는 비욘세의 뮤직비디오 촬영 이전부터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하였으며 루브르의 입장수익에도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루브르는 관광회사와도 협업했다. 초호화 가족여행을 전문으로 하는 여행사와 함께 4인 가족 기준 3만 유로(원화로 3,800만 원)의 프라이빗 상품을 선보였다. 고객들을 위해 호텔 입구로 픽업 서비스를 제공하고 전문 가이드와 함께 비욘세 뮤직비디오의 배경인 된 주요 작품 앞에서 작품을 감상하고 사진을 찍는 ‘프라이빗 90분 투어’, 프라이빗 보트에서 샴페인, 치즈, 캐비어 등 선상 애프터파티를 준비하는 등 다양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또한, 유리 피라미드 개관 30주년을 기념하여 숙박 공유 서비스 업체인 에어비앤비(Airbnb)와 함께 루브르에서 하룻밤을 보낼 수 있는 특별이벤트를 마련했다. 행운의 당첨자와 동반자는 모나리자와 함께 칵테일을 마시고 밀로의 비너스상 앞에서 만찬을 즐긴 후 유리 피라미드 안에 마련된 2인용 침실에서 하룻밤을 보낸다. 그 외에도 박물관 투어 시작 전 유명그림의 일부분이 들어있는 봉투를 받아 해당 그림을 찾는 미션의 ‘스캐빈저 헌트(Scavenger Hunt)’라는 이 게임은 예술사학자와 함께하는 가이드 투어로 10대의 아이들에게 매우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다음호에 계속 이어집니다.)
원문보기: http://www.museumnews.kr/235column/ ※ 이 기사는 별도의 저작권 요청을 통해 게재 허락을 받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