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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서울대 독점’ 강화할 셈인가 / 김동훈(법대학장)

2003. 4. 10 - 경향신문 -



서울대가 입학생의 지역별 불균형 현상을 개선한다며 ‘지역균형 선발방안’을 2005학년도 입시안으로 확정 발표했다. 직접적인 지역할당 대신에 입학 정원의 20%를 내신성적 위주로 평가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지역적 불균형이 해소될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언뜻 보기에 서울대의 지역균형 선발은 최근에 지방의 균형발전을 위하여 도입이 거론되고 있는 ‘지역인재 할당제’와 맥을 같이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제로 이 두 가지는 전혀 그 방향을 달리하여 상호 충돌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지역인재 할당제가 공무원 선발 등에서 일정 비율을 지역에 할당함으로써 인재의 외부유출을 막겠다는 취지에서 출발한 것인 데 비해, 서울대의 안은 거꾸로 지방고교의 성적우수자들을 싹쓸이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기 때문이다. 서울대의 안에 대해 특히 지방대학들이 그나마 지방에 남을 인재를 저인망 식으로 끌어갈 것이라며 극력 반대의 의사를 표시하는 것을 보아서도 알 수 있다.


서울대 안에 대한 평가는 먼저 국립대학 체제와 관련시키지 않고는 이루어질 수 없다. 즉 서울대는 특수한 유일의 국립대학이 아니라 전국에 지역적으로 고르게 흩어져 있는 24개의 일반 국립대학의 하나라는 점이다. 이러한 국립대학 체제는 지역적으로 고르게 일정한 수준의 고등교육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국가 의지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국가의 정책 방향은 국립대학의 고른 발전을 통하여 어느 지역에 거주하든 수준있는 고등교육 이수 기회를 누릴 수 있도록 보장하는 방향이어야 한다. 이것이 자연적으로 지방의 균형발전에 기여하게 됨은 물론이다. 그런데 지금처럼 하나의 국립대학인 서울대가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하여, 예컨대 부산이나 광주 지역의 고등학생이 부산대나 전남대를 외면하고 오로지 서울대에만 몰려드는 현상은 국가의 고등교육 정책의 실패를 보여주는 것이다.


그렇다면 국가기관의 일부인 서울대가 취할 방향은 전국 단위의 학생모집 정책이 아니라 서울이라는 지역과 연계된 정책이어야 하며 이것이 작동할 선결조건으로서 서울대에 쏠려 있는 인위적인 경쟁우위 조건들을 지방으로 분산시키는 것이어야 한다. 흔히 서울대에 대해 선두주자론이니 불균형 성장론이니 하며 세계적으로 경쟁력있는 대학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논리를 펴기도 하는데, 이것은 국립대학 체제의 존재의미를 망각한 주장이다.


나아가 국립대학 체제의 운용은 동시에 우리 대학의 80%를 차지하고 있는 사립대학들과의 역할분담 문제와 맞물리지 않고는 역시 국가의 실패를 의미할 것이다. 결론만 말하면 오늘날 특수목적이나 또는 사립대학이 존재하지 않는 지역을 제외하고는 국립대학의 독자적 존재의의를 찾기가 매우 힘들어진 상황이다. 오히려 국가와 민간간의 불공정 경쟁으로 고등교육 전체의 효율성을 저해하고 있을 뿐이다.


이제 서울대는 수능 위주로 강화된 정시모집, 내신 위주로 평가하는 지역할당제, 경시대회 입상자 등을 뽑는 특기자 전형 등으로 우수학생들을 더욱 완벽하게 싹쓸이하게 될 것이며 서울대의 독점적 지위는 더욱 공고해질 것이다. 또한 이와 맞물려 입학생 성적 위주의 대학 서열화는 더욱 견고해지고 중등교육의 파행은 계속될 것이다. 이것이 재벌개혁에 대한 주장을 통해 개혁적 성향이라는 평가를 받아온 서울대 정운찬 총장의 야심찬 작품이라는 점에서 더욱 실망스럽다. 독점, 불공정 경쟁, 국가권력과의 유착 등의 비판적 관점이 왜 서울대 개혁에서는 적용되지 않는 것인지 되묻고 싶다.


요컨대 이번 서울대의 지역균형 선발안은 서울대가 사회의 소외계층에 대해 배려하는 듯한 인상을 주면서 정작 서울대 개혁론의 핵심인 대학서열 고착 및 중등교육 파행의 원인자라는 비난을 피해가는 면피용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지역 불균형의 해소라는 허울좋은 구호 속에서 오히려 국가 후견 하의 서울대 일극체제라는 억압적 교육체제가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을 떨칠 수 없다.


〈김동훈/국민대 교수·법대 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