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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속의 국민
<나의 월드컵>훈련소에 울려퍼진 “대~한민국” / 김상욱(경제4)
2003. 6. 2(월) - 문화일보 -



‘설마, 한국전은 보여주겠지?’ 스페인과의 8강전을 하루 앞둔 지난해 6월21일. 전국적인 월드컵 열기를 뒤로 한 채 성남에 있는 문무대(文武臺)에 입소했다. RO TC 과정을 밟고 있던 필자로선 월드컵을 보기 위해 방학 중 훈련 을 미룰 수는 없는 노릇. 문무대에선 훈련기간에 TV시청은 물론 신문조차 볼 수 없어 입소하면서 모두 ‘불안’할 수밖에 없었??“그래도 우리나라에서 개최하는 월드컵인데 보여주겠지”, “ 최소한 한국전은 보여주겠지” 하는 희망들을 가지고 있었다. 역 시 한국전은 볼 수 있었다.
“16강, 아니 단 1승만이라도 바랐던 우리나라가 8강전에 진출하 다니” ROTC 체육복과 모자를 쓴 우리 3,4학년 후보생 2000여명 은 강당에 모였다. 프로젝터 화면으로 비쳐지는 시청과 광화문의 붉은 물결을 보면서 ‘아, 나도 저 곳에 있었으면…’하는 아쉬 움도 없지 않았다. 당시 분위기는 우리가 일본에 가서 결승을 치 르고도 남을 것 같았다. “만약 우승이라도 해버리면 어떡하지? 우승의 순간을 훈련소 안에서 맞아야 하다니”하는 ‘조바심’마 저 들었다.

훈련소 특유의 경직되고 낯선 분위기에서 느껴진 어색함도 잠시, ‘대~한민국!’ 응원과 함께 강당은 뜨겁게 하나로 달아올랐다. 시청 앞의 열기가 바로 문무대 강당으로 전파돼왔다. 모두가 모 자를 흔들며 ‘오~필승 코레아’를 불렀고, 파도타기 응원도 이 루어졌다. 호루라기를 불면서 응원을 주도하는 선배도 있었다.

‘정말 훈련 들어온 게 맞아?’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열기는 시 청 앞 못지않게 뜨겁기만 했다. 단지 차이가 있다면 모두가 남자 들뿐이었다는 점. 목이 쉬도록 응원을 하고서 떨리는 마음으로 바라본 마지막 승부차기.

홍명보의 골이 네트를 가른 순간 강당은 떠나갈 듯했다. 처음 보 는 다른 대학 동기와 얼싸 안으면서 기쁨을 함께했다. 훈육관과 선배들의 매서운 눈총은 까맣게 잊은 채 모두 무대에 뛰어올라가 열기를 발산했다.(사실 이런 행동은 문무대에선 전무했고 상상 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지금도 홍명보 선수가 두 팔을 쭉 펴고 달리는 월드컵 골 장면을 보면 너무 감동에 겨워 나도 몰래 눈물이 흐르곤 한다. 꽉 막힌 줄만 알았던 문무대에서 봤던 8강전 그날의 열기가 1년이 다 돼 가는 지금도 떠오른다.

김상욱(국민대) feminist46@freech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