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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주 5일제` 정치권이 나서라 / 유지수(경영)교수

2003년 7월 23일(수) - 문화 -


금속산업 노사가 기존 임금의 저하없는 주 5일 근무제 도입에 합의함으로써 주5일제를 둘러싼 노사간 갈등이 전 사업장으로 확산 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당장 현대차 노조가 주5일제 관철을 위해 파업수위를 높이고 있고 기아차 노조도 연대투쟁을 선언한 상 태이다.
주5일제는 노사정위원회에서 2년여에 걸친 협상이 최종 결렬되고 공익위원안을 토대로 한 정부입법안이 지난해 10월 국회에 제출 되어 있는 상태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5월부터 민주노총까지 참여하여 협상을 중재하고 있으나 노사의 입장차이로 인해 협상이 진척되지 못하고 있다.

노사정(勞使政) 합의가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주5일 근무제는 일종의 대세처럼 인식돼가고 있고, 이미 상당수 업체가 토요 휴무제를 실시하고 있다. 문제는 주5일제가 이번 금속노사의 합의처럼 시행될 경우 기존 주44시간을 법정근로시간으로 하는 근로기 준법 체계 속에서 기업경쟁력에 크나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특히 4~5년내 제조업 공동화 우려까지 나오고 있는 마당에 중소기업과 제조업 분야가 소정근로시간 단축으로 감내 하게 될 경쟁력 저하는 심각히 숙고해야 할 문제다.

이번 금속산업 노사의 주5일제 합의는 노사합의 없이 기존임금을 저하하지 않는다는 기본 원칙과 시행일정에 대해서만 합의한 것 으로, 연월차 휴가일수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고 근로시간의 운용 방안 등에 대해서는 대기업의 시행방안을 참조하기로 하여 완전한 의미의 주5일제 도입으로 보기 어렵다. 주5일제 문제가 산업 현장의 노사갈등으로 더 확산되기 전에 지금이라도 정치권이 나서 야 한다. 21일 전국경제인연합회와 한국경영자총협회, 대한상공회의소 등 재계에서는 정부의 주5일제 법안을 원칙적으로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는, 기업에 너무 많은 부담을 안겨준다며 그동안 수용에 난색을 표명해 오던 재계가 기업이 경영에만 전념키 위해서는 수용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제 정부와 정치권은 정치적인 부담을 의식, 노사 양측의 갈등을 수수방관만 할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해결에 나서야 할 것이다. 주5일 근무제는 노사합의를 통해 가급적 원활하게 정착되어야 하 겠지만, 실제 산업현장에서 주5일제를 둘러싸고 노사간에 힘겨루기 양상까지 빚어지고 있는 판국에 정치권이 한가하게 노사합의만 주문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보기 어렵다.

특히 국회가 내년 총선을 의식해 이 문제를 적당히 넘어가려고 해서는 결코 안된다. 산업현장에서 힘의 논리가 기승을 부리지 못하도록 합리적인 수준에서 주5일 근무제를 조속히 입법화하여 제조업과 중소기업이 무너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

노조도 기업과 산업의 경쟁력은 도외시한 채 무리한 근로조건을 힘으로 쟁취하는 것이 과연 근로자들에게 이익이 되는 것인지 대승적인 차원에서 돌아볼 필요가 있다. 근로자의 삶의 질을 높이 자는 것은 좋지만 삶의 터전까지 위협해서는 안 될 것이다.

/ 유지수 국민대 경영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