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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비평] “정치권 막말 논란, 미디어소비자 감수성에 미달” / 조수진(교양대학) 겸임교수

[열린라디오 YTN]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20:20~21:00)
■ 방송일 : 2019년 7월 20일 (토요일)
■ 진행 : 김양원 PD
■ 대담 : 조수진 국민대 겸임교수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미디어비평] “정치권 막말 논란, 미디어소비자 감수성에 미달”


<김양원 PD>
1) 한주간 뉴스를 꼭꼭 씹어보는 미디어비평, 오늘은 조수진 국민대 겸임교수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조수진 교수>
안녕하세요.

<김양원 PD>
2) 최근 자유한국당 정미경 최고위원이 문재인 대통령의 대일외교를 ‘세월호’에 빗대 비판하면서 한 말이 막말 논란으로 불거졌죠. 잊을 만하면 터져나오는 이 정치인들의 막말에 대해 짚어보겠습니다. 

<조수진 교수>
네, 정미경 의원이 문대통령의 대일외교를 비판하는 과정에서 댓글을 인용하면서 문제가 됐습니다. 문대통령이 지난 12일 블루 이코노미 경제비전 선포식 연설에서 이순신 장군을 언급했고, 이에 대해 비꼬는 내용의 누리꾼 댓글을 인용한 겁니다. ‘문 대통령이 이순신 장군보다 낫다더라, 세월호 한 척을 갖고 이긴’이라는 내용입니다. 그러한 발언도 문제였지만, 당시 현장에 있던 다른 의원들이 또 그 이야기를 듣고 웃음을 터뜨렸다고 하죠. 이런 분위기가 알려지면서 당 안팎은 물론 비판의 여론이 많았습니다. 아주 적절하지 못한 비유였고 반응이었죠. 세월호 유가족도 유감을 표했고요, 그러자 정 최고위원이 세월호 아이들의 죽음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건 아니었다고 입을 열었고요, 그런데 언론이 막말이라고 지적하는 것에 대해 자신의 발언이 막말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한국당이 쓴 소리만하면 다 막말인가 라고 반박했습니다. 

<김양원 PD>
3) 은유나 비유를 써서 정치적 의견을 표현할 수는 있죠..그런데 왜 하필 ‘세월호’를 인용했느냐... 그게 문제된 게 아닙니까? 

<조수진 교수>
네, ‘세월호 한 척으로 이긴 문 대통령이 배 12척으로 이긴 이순신 장군보다 낫다’는 반어적 표현이고, 일부 언론이 막말이라고 공격하기 시작했지만, 어떤 부분이 막말인지 제대로 명시해준 기사가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댓글을 인용한 것이어서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고요. 이어 자유한국당 미디어국은 해당 발언은 막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 자유한국당의 입장이라고 밝히면서 관련 보도 30여 건에 대해 언론중재위원회에 반론보도를 신청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자신이 이야기 한 것이 어느 부분이 막말인지 막말이 아닌 ‘막말 프레임’을 문제 삼기 시작한 겁니다. 

<김양원 PD>
4)누리꾼이 댓글에 쓴 내용을 인용했으니 막말이 아니다?

<조수진 교수>
네, 비유가 적절하지 못한 것, 그 자체로 막말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아무리 인용이라고 해도 인용한 사람의 책임(또는 배포자 책임)이라는 것이 있으니까요,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일단 청구는 할 수 있겠으나, 반론보도청구를 해도 기각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말합니다. 언어학자가 최근 막말 감수성에 대해 쓴 글에 보면 막말을 먼저 정의하는데요. 이렇습니다. ‘막말은 조심하거나 깊이 생각하지 않고 마음이 내키는 대로, 몹시 세차게 또는 아주 심하게 하거나 고상하지 못하고 천하게 말하거나 그렇게 하는 말’이라고요, 즉 듣는 사람을 배려하지 않고 조심성 없이 함부로 내뱉은 말이라는 의미인데요. 이번 발언에서 ‘세월호’ 가 또 명시되면서 가족들의 아픔, 그리고 우리 국민들의 마음속에 아픔으로 기억되는 사건인데, 듣는 사람(국민)을 배려하지 못한 발언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막말인지 아닌지는 듣는 사람의 입장도 중요한 겁니다. 이런 관점에서 언론이 이번 발언을 막말로 규정해 보도한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김양원 PD>
5) 네, 정 의원의 해명을 이해한다해도, 제 생각엔 이건 감수성의 문제인 것 같아요. 본인이 아무리 폄훼할 의도가 없다고 해도 상대방이 배려받지 못했다, 불쾌하다...라고 느낀다면 문제가 있는 것 아닐까요?

<조수진 교수>
그렇습니다. 최근 일주일동안 뉴스 중 빅카인즈에서 ‘막말’ 키워드로 검색해보면 262건의 기사가 나옵니다. 이를 연관어 분석을 해보면 가장 많은 단어가 세월호입니다. 한국당 측에서는 막말이 아닌 막말 프레임을 문제 삼지만 정서는 그렇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김양원 PD>
6) 네, 또 최근에는 5.18 망언으로 물의를 빚은 또 다른 의원이 최고위원으로 복귀한다는 소식도 들리는데요. 막말에 대해 너무 관대하지 않은지, 심각성을 잘 모른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런데 이게 먹히니까 이런 일들이 반복되는 거겠죠? 

<조수진 교수>
네, 정치인들의 막말이 사실 어제 오늘 일이 아니고요, 오랜 시간 계속되어 왔는데요, 그런 이유는 이목을 끌기 쉽다는 겁니다. 우리가 보통 설득력 있는 내용을 잘 정리해서 전달하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더구나 이목을 끌기는 쉽지 않죠. 그런데 막말을 하나 던짐으로써 빠른 시간 안에 이목을 끌 수 있게 되는 겁니다. 뉴스 생산 관행에서 보면 ‘막말’은 아주 좋은 뉴스거리가 되고요, 정치인들은 이런 뉴스 관행을 잘 알기 때문에 막말을 전략적으로 이용하게 되는 겁니다. 그리고 요즘은 포털을 통해 뉴스를 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더 자극적 선정적 제목의 뉴스를 생산하게 되는데요, 막말이 아주 좋은 소재가 되는 거죠. 막말의 강도, 비난의 대상이 크고 셀수록 더 언론의 관심 정도가 커지기 때문에 그 악순환이 계속된다고 봅니다. 웬만한 걸 던져 이목을 끌기 힘드니 더 센 걸로 발언하게 되는 거고요. 언론도 더 자극적인 것들을 찾게 되는 거지요, 악순환입니다. 

<김양원 PD>
7) 이제 다시 선거철이 다가오죠. 내년 총선 얘기가 공공연히 나오고 있어요. 선거철만 되면 네거티브 공세가 이어지는데, 이런 과정에서 정치권의 막말이 더 심해 질 것 같은데요. 

<조수진 교수>
네, 보통 이런 막말 논란은 선거 때 많이 나타나죠. 치열한 선거전에서 자신의 공약을 설득하기보다는 상대방을 깎아내리는 네거티브 전략을 많이 사용하게 되는데요, 그런 이유가 이론을 가지고 설명해보면요. ‘점화이론’이라고 있습니다. 아주 고전적인 커뮤니케이션 이론인데요. 사람의 머리는 실타래처럼 엉켜 있어서 뭔가 자극을 주면 그 얽혀있는 것들에 불이 붙는 점화, 불을 붙으면 타들어가는 것처럼 말입니다. 즉, 네거티브 전략으로 어떤 사람, 어떤 사안에 대해 지속적으로 안 좋은 말들을 듣게 되면 그 사실을 믿지 않더라도, 그 내용들이 머리속에 엉켜 있다가. 선택의 순간에 떠올라 영향을 주게 된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선거전에서 상대방에 대한 지속적인 네거티브 발언을 하는 거지요 선택의 순간에 그 이슈가 떠오르게 말입니다. 막말도 그런 전략인거죠, 지금부터 지속적으로 상대편에 대한 안 좋은 말들, 가짜뉴스를 퍼트리면 그게 가짜일지라도 사람들의 머릿속에 있다가 결정적 순간에 떠오르게 된다는 겁니다. 정치인들의 전략적 커뮤니케이션 활용이라고 보시면 될 거 같습니다. 말씀하신대로 총선을 앞두고 더 심해지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김양원 PD>
8) 그런데요, 이제는 시대가 바뀌고요, 미디어소비자의 눈높이도 달라져 그런 정치적인 전략이 잘 통하지 않을 수도 있을 거 같은데요? 

<조수진 교수>
네, 조금 전에 막말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고 오래전부터 지속되어 왔다고 했었는데요, 지속되면서 늘어나는 형태를 보입니다. 한 연구에 보면, 1946년부터 2014년 사이의 동아일보 코퍼스를 검색해서 ‘막말’의 사용빈도를 분석했는데요, 2000년 이후 급격히 증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연구에서는 이런 분석을 합니다. 2000년 이후 우리사회에 말이 거칠고 언어사용자들의 수준이 떨어져 그런 것이라기보다는 대중들의 감수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해석합니다. 그러니까 과거에는 막말로 여기지 않았던 것들도 이제는 막말로 생각하게 되고,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 아까 막말이 듣는 사람의 입장도 중요하다고 말씀드렸었는데요, 그 말하는 사람 듣는 사람의 관계도 수직적에서 수평적으로 변화되고, 언어에 대한, 막말에 대한 감수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그래서 이제는 정치인들도 예전에 점화이론처럼 무조건 내뱉고 보는, 네커티브 전략을 펼치면 효과가 있다고 생각하기 보다는 국민들의 수준이 막말에 대한 감수성이 이렇게 높아졌다는 점들을 기억하고 더 신중한 태도를 보여야 할 겁니다.

<김양원 PD>
9) 이런 막말, 네거티브를 보도하는 언론도 바뀌어야 하겠죠?

<조수진 교수>
네, 언론도 마찬가집니다. 매체가 많아지면서 정확성보다는 신속성에 무게를 두는 경우가 많은데요, 다른 매체보다 더 빨리 보도해야한다는 압박감으로 무조건 정치인들의 막말을 받아쓰고 보는 보도 행태도 바뀌어야 합니다. 한 언론학자는 이런 말을 합니다. 기자가 권력자 취재원의 입장을 단순히 매개하는 ‘프레임 전달자’로 전락하지 말고 정치인의 프레임을 해석, 평가하는 적극적인 ‘프레임 설정자’가 돼야 한다고 말입니다. 이 말은 막말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닐 겁니다. 정치인이 이목을 집중시키기 위해 전략적으로 막말을 하고, 이를 받아쓰는 악순환이 아니라 건강한 커뮤니케이션으로 선순환구조를 만들어가는 데 언론이 역할을 담당해야 할 것으로 봅니다. 

<김양원 PD>
10) 네, 오늘은 정치권의 막말과 이를 보도하는 언론들의 자세에 대해 짚어봤는데요.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교수님 감사합니다.

<조수진 교수>
네, 감사합니다.

<김양원 PD>
11) 지금까지 조수진 국민대 겸임교수였습니다.

 

원문보기: https://www.ytn.co.kr/_ln/0101_201907221414403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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