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력도 체력처럼 쓸수록 줄어들어 4~5시간 잘 배분해 써야/최우열(스포츠교육학과) 겸임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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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후반에 잘 무너지나 인간 정신력 용량은 제한적 샷하는 30 ~ 40초간 집중하고 이동하거나·동반자 플레이땐 ‘멍 때려야’ 집중력 소모 줄여 뇌의 에너지원인 포도당은 충분한 식사·수면으로 활성화 운동중 과일·견과 섭취 도움
다른 스포츠와 마찬가지로 골프에서도 정신력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런데 체력에는 한계가 있지만, 정신력은 맘만 먹으면 무한정 생기는 것으로 오해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정신력도 체력과 마찬가지로 쓰면 쓸수록 줄어드는 일종의 자원으로 분명 한계가 있다. 1998년 미국 플로리다주립대의 심리학자 바우마이스터 교수는 미각실험을 핑계로 한 끼 식사를 거르게 한 실험 참가자들을 초콜릿 쿠키 굽는 냄새가 진동하는 실험실에 모이게 했다. 실험실 테이블 위에는 갓 구워낸 초콜릿 쿠키와 무가 담긴 접시가 각각 놓여 있었다. 바우마이스터 교수는 참가자들을 두 집단으로 나눈 뒤 한 집단에는 갓 구운 초콜릿 쿠키만을, 다른 한 집단에는 무만 먹으라고 지시한 뒤 5분 동안 자리를 비웠다. 초콜릿 쿠키를 먹도록 지시받은 참가자들은 쿠키를 맘껏 먹을 수 있었지만, 무를 먹도록 지시받은 참가자들은 초콜릿 쿠키를 먹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며 맛없는 무를 억지로 먹을 수밖에 없었다. 20분 후 다시 이들에게 고도의 집중력을 요구하는 어려운 퍼즐 문제를 풀도록 하고 참가자들이 얼마나 오랫동안 포기하지 않고 이 퍼즐을 붙잡고 있는지 시간을 측정했다. 측정 결과 초콜릿 쿠키를 먹은 참가자들은 평균 19분 동안 퍼즐을 풀었으나 무만 먹은 이들은 겨우 8분 동안만 퍼즐을 풀다 포기했다.
바우마이스터 교수는 배고픈 상태에서 맛있는 초콜릿 쿠키를 눈앞에 두고 먹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며 무만 먹은 한 집단이 극도의 자제력을 발휘하느라 정신적인 에너지를 다 소모했기 때문으로 실험 결과를 설명했다. 그는 이 현상을 ‘자아 고갈’이라 불렀는데, 이 결과에 따르면 인간의 정신력은 한정돼 있고 그 양은 쓰면 쓸수록 줄어드는 것을 알 수 있다. 2004년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의 심리학 교수인 닐리 라비 역시 주의력, 집중력과 같은 인간의 자기조절 능력이 생리적 기제에 기반을 두고 있어 쓰면 쓸수록 줄어드는 자원이라는 ‘주의 부하이론’을 실험을 통해 입증한 바 있다. 인간의 정신적 능력의 사용 가능한 용량이 제한돼 있다는 것은 일상생활에서도 쉽게 경험할 수 있다. 높은 수준의 주의를 요구하지 않는 TV 방송은 온종일 봐도 별로 지치지 않지만, 고도의 집중을 요구하는 수학시험은 단 한 시간만으로도 극도의 피곤함을 느낀다. 골프는 스포츠 중에서 경기 시간이 가장 긴 종목으로 보통 한 라운드에 4∼5시간 정도 걸린다. 인간의 정신력이 제한돼 있다는 자아 고갈 현상이나 주의 부하이론에 따르면 이렇게 긴 시간 동안 높은 집중력을 줄곧 유지하기란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라운드 내내 잘 치던 골퍼가 후반 몇 홀을 남기고 갑자기 어이없는 실수를 하거나 급격히 페이스가 떨어지는 이유도 남은 집중력을 다 소진한 탓일 가능성이 크다. 필요한 때 집중력을 잘 발휘하기 위해서는 제한된 집중력을 라운드 내내 적절히 잘 배분해 쓰는 요령이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어디에 집중해야 하느냐다. 골프 라운드에 걸리는 총시간은 4∼5시간. 하지만 실제로 자신의 플레이에 걸리는 순수한 시간은 한 시간이 채 넘지 않는다. 나머지 시간의 대부분은 다음 샷 위치로 이동하거나 다른 사람의 플레이를 위해 기다리는 데 걸리는 시간이다. 따라서 될 수 있으면 샷을 위해 ‘프리 샷 루틴’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샷이 끝나는 순간까지 30∼40초에만 집중하고, 나머지 이동하거나 다른 사람의 플레이 때는 시쳇말로 ‘멍 때리는’ 상태로 있는 것이 집중력 소모를 최소화하는 방법이다. 많은 정신적 에너지를 소모하는 부정적인 생각보다는 긍정적인 생각에 집중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어드레스에 들어가기 전 모든 선택과 판단을 끝낸 뒤 지금 선택이 최선의 결정이라고 확신하고 일단 공 앞에 선 뒤에는 아무 의심 없이 단호하게 샷을 한다. 정신력 역시 생리 현상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서 집중력 유지에 적절한 에너지 섭취도 중요하다. 우리 뇌는 무게로는 신체의 2%에 불과하지만, 에너지 소모량은 2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뇌는 포도당만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데, 피로와 수면 부족은 포도당 활성화 과정을 방해하므로 라운드 전날에는 충분한 휴식과 수면을 취해야 한다. 또 라운드 한 시간 전에 만족한 식사를 하고, 라운드 중간중간 포도당 공급을 위해 과일이나 견과류를 섭취해준다. 국민대 골프과학산업대학원 교수 스포츠심리학 박사
원문보기: https://sports.news.naver.com/news.nhn?oid=021&aid=0002407471 ※ 게재한 콘텐츠(기사)는 언론사에 기고한 개인의 저작물로 국민대학교의 견해가 아님을 안내합니다. ※ 이 기사는 '문화일보 저작권 계약'으로 저작권을 확보하여 게재하였습니다. 출처 : 문화일보|2019-11-06 10:5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