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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속의 국민
공유경제공화국/장기민(디자인대학원 19 석사) 학생

최근 유럽의 주요 도시에서는 내 집 장만이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려워졌다. 세계 최대 숙박공유 업체인 에어비앤비(Airbnb)를 통해 집 주인들이 너도나도 자가 주택을 통한 숙박영업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에어비앤비는 내가 거주하는 집에 남는 빈방을 일정기간동안 손님에게 빌려주고 그를 통한 경제적 이득을 취할 수 있게 해주는 주택공유 서비스 플랫폼이다. 치솟는 집값에도 불구하고 주택매물이 없다는 건 매매하는 것 보다 에어비앤비로 영업을 하는 게 훨씬 더 남는 장사라는 이치이다. 에어비앤비는 이미 한국을 찾는 많은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머무를 곳을 제공하고 있으며, 집을 제공하는 주인은 적지 않은 수익을 얻고 있다.

이런 현상 덕분인지 집을 소유해야만 내가 존재할 수 있다는 인식도 점점 변화하고 있다. 국내에 상륙한 공유경제문화는 공유자전거, 공유자동차를 넘어 이제는 공유주택으로 범위를 넓히며 생활 속 깊은 곳 까지 뿌리내리려 하고 있다. 1인 가구 증가를 통한 소비형태 변화는 이 같은 현상을 더욱 가속화하며 주거환경을 변화시키고 있다.

최근 혼수품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는 의류관리기는 혼자 사는 좁은 집에 사놓기에는 다소 부담스러운 부피와 가격의 제품이다. 서울 강남의 한 편의점은 매장 내에 이런 의류관리기가 설치되어 있어 굳이 이를 구매하지 않아도 고객이 필요할 때마다 편의점에 와서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집에 가족이 있어야만 수령할 수 있는 신규발급된 신용카드나 중요 택배물품도 요즘은 편의점을 통해 편리하게 수령하고 또 맡길 수 있다. 편의점이 말 그대로 시민의 편의를 극도로 증진 시켜주는 역할을 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편의점이라는 개념이 국내에 첫 선을 보였던 1990년대에는 마트가 문을 닫은 심야시간에도 이용가능한 상점이라는 개념이 강했다. 그래서 편의점 앞에 24시간을 붙여 ‘24시간 편의점’이라는 표현을 하곤 했다. 2000년대 들어오면서 많은 편의점 브랜드가 국내에 론칭 하며 경쟁구도가 심화되었고, 경쟁의 시대를 거쳐 내년을 눈앞에 두고 있는 지금은 편의점 앞에 굳이 24시간을 붙여 표현하지 않는다. 편의점에서 취급하는 서비스품목은 기존 산업을 위협할 정도로 확장해나가고 있다. 세탁물 접수는 물론이며 공과금도 편의점에서 납부가 가능하니 이제 시민들은 은행이나 세탁소까지 먼 걸음을 할 필요가 없어졌다. 퇴근하고 집에 오면 문을 닫아버리는 우체국의 운영시간 때문에 골치 아파할 필요도 없고, 대형마트가 근처에 없다고 신선한 과일을 먹지 못하는 것도 아니다. 주문해 놓고 퇴근길에 집 앞 편의점에서 수령해 가면 된다. 공유차량 서비스도 편의점에서 이용이 가능해졌다.

이제는 남는 시간도 공유하는 긱 이코노미(Gig economy) 현상이 보편화 되고 있다. 퇴근하는 길에 남는 2시간을 쪼개서 우리 동네에 필요한 음식배달을 하고 갈 수도 있으며, 집에 도착해서는 다른 회사의 일을 재택근무로 처리할 수도 있다. 워라밸을 중시하는 풍조가 더해져 유연한 근무형태를 자랑하는 긱 이코노미는 미래의 채용형태마저 새롭게 디자인하고 있는 중이다.

올해 초에는 120년 역사를 가진 동화약품이 사옥을 버리고 공유오피스에 입주하면서 업계의 새로운 역사를 쓰기 시작했다. 가장 오래된 회사이니 가장 보수적일 것 같다는 편견을 과감히깨고 가장 빠르고 유연하게 시대의 변화에 앞장선 것이다. 2008년 미국 발 금융위기에 대한 대안으로 하버드 법대에서 나온 공유경제 개념은 대량생산과 대량소비를 막고 자원을 유용하게 사용하는 것으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글로벌 트렌드이자 사회적 통념으로 자리 잡아 가는 중이다. 이렇게 변해가는 경제체제 속에서 앞으로 우리는 어떠한 전략으로 삶을 디자인해나가야 할지 곰곰이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장기민 디자인경제연구소 소장, 칼럼니스트

 

원문보기: http://www.joongboo.com/news/articleView.html?idxno=3633732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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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중부일보|2019-11-06 2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