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작가의 생각이 궁금해 직접 창작” / 김재준(경제)교수 전시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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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2004-05-30 19:21] 미술작품을 모으는 컬렉터들은 스스로도 작품을 창작해보고 싶은 유혹에 빠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조선시대의 컬렉터 층이었던 양반들 대부분의 취미가 사군자 등 문인화였다는 데서도 알 수 있다. 근래에 와서도 국립중앙박물관장을 지낸 삼불 김원룡 박사, 국립현대미술관장을 역임한 이경성 씨가 자신의 작품으로 전시회를 연 바 있다. 이런 맥락에서 컬렉터로 이름난 김재준 교수와 천안 아라리오 갤러리 사장 김창일 씨는 컬렉터에서 작가로 활동영역을 넓히고 있어서 관심을 모은다. -김재준 “그리다보면 작품 이해도 쉬워”- 지난 1997년 ‘그림과 그림값’이라는 베스트 셀러를 펴내 화제를 모았던 김재준 교수(46·국민대 경제학부)는 내달 16일부터 22일까지 인사동 갤러리 라메르에서 개인전 ‘전쟁의 재구성’을 연다. 지극히 개인주의적인 현대인의 결핍된 감성을 ‘전쟁과 스포츠’의 상관관계를 통해 풍자한 작품들로, 이라크 전쟁의 사상자들을 스포츠 경기의 스코어로 수치화한 작품들을 비롯한 시사적인 내용이다. “작가가 창작을 할 때 어떤 생각을 하는지가 궁금해서 직접 작품 창작을 하고 있어요.” 중·고교 시절 미술이 가장 싫어하는 과목이었던 김교수는 미국 유학시절 미술관에 다니면서 그림감상을 시작했다. 그때는 ‘미술관에서 봐도 되는데, 왜 그림을 비싼 돈을 주고 살까?’가 궁금해져서 컬렉팅에 뛰어 들었다. 그렇게 모은 작품들이 400여점. “그런데 어느 순간 ‘작가들이 그림을 그릴 때는 어떤 생각을 하는지’가 궁금해지더군요. 그래서 직접 해보기로 했습니다. 현대미술은 손재주보다는 아이디어가 더 중요하잖아요? 예전에는 손으로 그리고 눈으로 감상했지만, 현대미술은 눈이 아닌 머리로 이해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스스로 작가가 되어 보는 것이 가장 좋을 것 같았습니다. 미술이론서 100권을 읽는 것보다 직접 종이를 수백장 쌓아놓고 드로잉을 해보는 것이 더 현대미술을 잘 이해할 수 있는 길입니다.” 3년전 약 한달간 유화 그리는 법을 배운 것이 전부인 그는 2002년 가을 ‘회화의 창작과정에 대한 연구’라는 논문같은 제목으로 평면회화를 중심으로 한 작은 개인전을 열었다. 이번에는 비디오·평면·설치 등을 모은 제법 큰 규모의 전시회를 준비중이다. “독일의 현대미술가 요셉 보이스가 ‘모든 사람은 예술가’라고 한 것은 선불교에서 ‘모든 사람은 부처’라고 한 것과 통하는 것 같습니다. 한번 직접 예술가의 입장이 되어서 그림을 보세요. 그러면 현대미술이 그렇게 어렵게 느껴지지 않을 겁니다.” 잡지에 ‘문화적 관점의 요리 평론’을 연재하고 있기도 한 김교수는 올 가을 ‘그림과 그림값’ 개정판도 낼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