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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속의 국민
스타 웹디자이너 설은아씨 (동문, 시디)
[경향신문 2005-01-13 16:15]


젊음과 자유가 살아 숨쉬는 곳. 홍익대 앞. 그곳에 웹디자인의 새로운 젊음과 자유를 선보이는 설은아 대표(30)의 아지트 ‘포스트비주얼’이 있다. 설대표는 ‘엽기적인 그녀’ ‘4인용 식탁’ 등 영화와 나이키, DOHC 등 패션 홈페이지를 구축, 칸광고제 황금사자상, 뉴욕광고제 금상, 런던광고제 파이널리스트 등 세계 유수의 수상제에서 상을 받은 스타 디자이너이다.



#스물, 미술을 꿈꾸다


설대표의 전공은 한국사학이었다. 미술을 접한 것은 대학 2학년이던 스무살. 늦었다고 생각할 수 있는 나이였다. 친구와 쇼핑을 나가던 길에 우연히 보게 된 미술학원 간판. 당겼다. 그 길로 친구와 함께 동네의 조그만 미술학원에 등록했다. 그러나 이때까지만 해도 미술은 그저 취미로 배워볼 생각이었다.


“미술을 할 거라는 생각은 정말 한번도 해본 적이 없어요. 학생 때 미술을 좋아하기는 했지만 평범한 저와는 다른 세상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어쩌면 더욱 무모하게 시작한 것일지도 모르겠어요.”


재미있는 공부였기에 전공으로 역사를 선택했지만 미술에 빠져들면 빠져들수록 자신에게는 맞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옛날을 돌아보고 책을 더 중시하는 사학은 발랄한 그의 성격에 너무 ‘정적’으로 여겨졌다. 반면 미술은 흰 도화지에 자신의 느낌대로 새로운 것을 창조할 수 있음에 매력이 생겼다. 새로운 시도를 할수록 몸 안의 에너지가 살아숨쉬는 것을 느끼게 된 것이다. 부모님이 전공을 바꾸는 데 반대를 하지 않은 것도 힘이 됐다. 그렇게 1년 동안 미술과 공부를 병행, ‘국민대학교 시각디자인과 97학번’의 이름표를 달 수 있었다. 평소 예술적인 감각이 있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그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웃었지만, 문외한이 1년 만에 입학했다. 보통은 아닌 듯싶다.




#스물다섯, 인터넷을 꿈꾸다


대학에 입학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IMF 외환위기가 닥치면서 인터넷, 벤처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설대표 역시 1999년 웹 디자인의 세계에 뛰어들게 됐다. 그의 개인 홈페이지인 ‘설은아닷컴(www.seoleuna.com)’을 만들면서부터다. 당시 대부분의 사이트는 텍스트 중심의 다소 평면적인 구성이었다. 설대표는 더욱더 차별화되는 사이트를 만들기 위해 그래픽과 플래시, 페이지 링크를 다양하게 활용했다. 세계적인 웹디자이너인 나가후지, 힐만 커티스 등 작가에게 받은 영감을 더욱 발전시켰다.


99년 7월에 개설한 설은아닷컴은 가나아트가 주관한 제1회 국제디지털아트 페스티벌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그의 홈페이지는 ‘인터넷을 이용한 웹 아트(Web Art)’라는 새로운 영역을 창조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설은아닷컴의 성공으로 자신감이 붙은 설대표는 2000년 ‘포스트비주얼’을 세운다.


“설은아닷컴 덕분에 같이 작업해보자는 기업이 나타나더라고요. 회사를 다니면 제가 하고 싶은 것보다는 회사에 맞춰 한계를 드러낼 것 같아 고민하던 참이었어요. 일단 집에 있는 컴퓨터로 친구와 함께 회사를 차린 거죠.”




#서른, 최고를 꿈꾸다


포스트비주얼의 첫 작업은 영화 ‘엽기적인 그녀’의 홈페이지. 기획사 측에서 먼저 그에게 관심을 보이며 접근했다. 처음 들어온 일이니 잘 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몸에 힘이 들어간 탓일까. 시안을 본 기획사 측은 “설은아씨, 최고를 보여주셔야죠” 한마디만을 남겼다.


“솔직히 떨어진줄 알았는데 함께 해보자고 하더라고요. 제가 한 인터랙션에 대한 이야기가 마음에 들었대요. 단순히 정보를 보고 가는 홈페이지가 아니라 방문자들과 대화를 하고, 게임을 하는 등 즐길 수 있는 홈페이지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었죠. 3개월의 작업 이후 보여진 결과물은 국내 최초의 쌍방향 웹사이트라는 평가를 얻게 됐어요.”


‘엽기적인 그녀’ 이후 ‘와니와 준하’ ‘4인용 식탁’ 등 영화, DOHC·미스식스티 등 패션 브랜드, 파란과 큐리텔의 사이트 등을 작업하며 웹에이전시로서의 자리를 잡아나가고 있다. 지난해에는 ‘4인용 식탁’ 홈페이지로 뉴욕과 칸 광고제에서 수상,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다. 설대표는 앞으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싶다고 했다.


“다른 업체들도 모두 장단점이 있겠지만 포스트비주얼의 강점은 시장에 없던 분야를 개척한 힘이라고 생각해요. 브랜드와 연계된 엔터테인먼트로 즐기고 노는 사이에 자연스럽게 홍보효과를 누리는 거죠. 앞으로는 온라인의 홍보 캠페인을 오프라인까지 연결시켜 온·오프 홍보의 선두주자로 서고 싶어요.”


미술을 만나고, 웹아트를 접한 것은 우연이었는지 몰라도 그가 지금까지 이룬 성과, 이제부터 이룰 성공은 절대 우연이 아닐 것이다.


〈글 박지희기자 violet@kyunghyang.com〉


〈사진 김영민기자 viola@kyunghyang.com〉


-독특한 구성, 감각적 화면 세계유수 광고상 휩쓸어-


◇설은아씨의 패션 홈페이지


설은아 대표는 지금까지 50여개의 홈페이지 작업을 진행했다. 영화 ‘동갑내기 과외하기’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 패션브랜드 ‘나이키 러닝’ ‘나이키 우먼’ ‘ASK’, 삼성미술관 ‘리움’ 등의 홈페이지가 그의 손을 거쳐갔다. 그가 만든 홈페이지는 독특한 구성과 감각적인 화면, 새로운 시도로 각종 수상제를 휩쓸었고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영화 ‘4인용 식탁’ 사이트(postvisual.com/theUninvited)


지난해 ‘4인용 식탁’은 설대표에게 엄청난 상복을 불러왔다. 칸광고제 사이버부문 황금사자상을 비롯해 뉴욕광고제 디자인어워드 금상, 커뮤니케이션 아트 인터랙티브 디자인 애뉴얼 10, 샌프란시스코 플래시 필름 페스티벌 모션그래픽 파이널리스트에 선정됐다.


▲팬택앤큐리텔 ‘So Cool’ 사이트(socool.curitel.com)


언뜻 보면 휴대폰과 전혀 상관없는 가벼운 게임 사이트처럼 보인다. 여자가 주인공인 게임에서는 하늘에서 내려온 우산을 타거나 트램펄린을 이용해 다른 세상으로 여행을 떠난다. 남자 주인공의 게임은 의문의 죽음을 당한 박사가 남긴 암호를 풀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휴대폰을 이용하면서 자연스럽게 ‘큐리텔=쿨하다’는 이미지를 전달하게 되는 것.


▲파란닷컴 티저 사이트(box.paran.com)


2004년 뉴욕광고제 인터랙티브 어워드에서 은상을 수상했다. 12개의 상자를 열면 각각 ‘파란’을 나타내는 게임·동영상을 즐길 수 있다.


〈박지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