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틀랜드가 최초 현대적 코스·규칙 만든 ‘골프의 발상지’ / 최우열(스포츠교육학과) 겸임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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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원 둘러싼 논쟁 中학자 “‘추이완’이 원형” 주장 규칙 제정·전국 경기단체 설립이 지난 2004년 중국 베이징에서 개최된 세계축구박람회 때의 일이다. 당시 제프 블라터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이 중국을 축구의 발상지로 인정하는 취지의 연설을 해 국제 축구계에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그때까지만 해도 축구의 발상지는 1863년 세계 최초로 축구협회를 설립한 잉글랜드라는 것이 정설이었다. 블라터는 스위스 취리히대 동양미술학과의 헬무트 브링커 교수가 발표한 연구 결과를 근거로 기원전 2∼3세기쯤 중국 한나라에서 성행했던 추쥐가 오늘날 축구의 기원이라고 주장했다. 추쥐는 두 팀으로 나누어 머리카락과 깃털을 채운 직경 30∼40㎝의 공을 발로 차거나 가슴, 등, 어깨 등을 이용해 대나무 바구니에 집어넣는 놀이였다. 골프에서도 이와 비슷한 논란이 있었다. 1991년 중국 란저우사범대 체육교육과의 링홍링 교수가 호주스포츠역사학회에 골프가 스코틀랜드가 아니라 고대 중국에서 행해지던 한 놀이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한 것이다. 그에 따르면 서기 943년 중국 남당 때 발간된 사서에 기록된 ‘추이완’이 오늘날 골프의 원형이라는 것이다. 추이완은 중국어로 ‘작은 공을 때린다’는 뜻이다. 기록에 따르면 경기 참가자들은 오늘날 드라이버에 해당하는 추안방과 3번 우드에 해당하는 샤오방 등 총 10개의 클럽을 사용했다. 또 왕족들은 클럽에 옥으로 무늬를 새기고 금테를 둘렀으며, 샤프트 역시 정교하게 장식했다. 링홍링은 송나라(960∼1279) 때 기록된 동헌록에도 한 관리가 자신의 딸에게 클럽으로 공을 쳐서 집어넣을 수 있게 땅바닥에 구멍을 파라고 지시하는 내용이 나온다며 골프의 중국 기원설을 강력하게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중국의 추이완이 몽골족을 통해 유럽에 전해져 오늘날의 골프가 됐다는 것이다. 이밖에 원나라(1271∼1368) 때의 ‘추환도벽화’나 명나라(1368∼1644) 때의 ‘선종행락도’ 등 여러 그림에서도 골프와 유사한 놀이를 즐기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면 중국의 골프 발상지 주장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네덜란드의 문화이론가인 하위징아에 따르면 놀이는 실리적인 결과나 목적을 추구하지 않고 즐거움을 추구하는 자발적인 활동을 말한다. 노동과 더불어 인간의 가장 본능적인 활동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오늘날 스포츠의 원형이 되는 다양한 놀이의 기원은 인류의 역사만큼이나 까마득하다. 인류학자들은 초기의 놀이가 수렵이나 전쟁의 준비과정에서 기원하였으며, 신체적인 능력의 능동적인 사용이 주는 쾌감과 만족감으로 인해 점차 발전했을 것으로 추측한다. 즉 사냥감을 쫓아 달리고, 활을 쏘거나 창을 던지며, 짐승과 뒤엉켜 싸우는 등 생존을 위해 시작된 인간의 다양한 신체 활동이 오늘날 스포츠의 원형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유사한 형태의 놀이가 다양한 문화권마다 있었을 가능성이 커 특정 스포츠 종목의 기원을 정확히 특정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실제로 골프만 해도 서기 1세기 스코틀랜드를 정복했던 로마 군인들이 주둔지에서 심심풀이로 했던 ‘파가니카’란 놀이에서부터 13세기 네덜란드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콜프’ 혹은 ‘콜벤’, 14세기 프랑스와 벨기에 지역에서 시작된 ‘크로스’, 15세기 프랑스 전역에서 유행했던 ‘주드메일’ 혹은 ‘팔말’까지 오래전부터 전 세계 곳곳에서는 막대기로 공을 쳐서 목표물을 맞히거나 구멍에 집어넣는 유사한 형태의 놀이가 다양하게 존재했었다. 스포츠 전문가들은 근대 스포츠에서는 특정 종목의 발상지를 인정하는 대표적인 기준으로 공식적인 경기규칙의 제정과 전국적 규모의 경기단체 설립을 들고 있다. 골프에서 명문화된 규칙이 등장한 것은 1744년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의 리스 링크스에서 골프대회를 열기 위해 모인 리스 젠틀맨 골프동호회(The Gentlemen Golfers of Leith) 회원들이 13개 항목으로 정리한 ‘골프 경기의 합의 조항 및 규칙(Articles & Laws in Playing at Golf)’이 처음이다. 전국적인 골프 경기단체 역시 1897년 영국 왕실에 의해 골프를 대표하는 공식 기구로 인정받은 스코틀랜드의 로열 앤드 에인션트 골프클럽 오브 세인트 앤드루스(현재의 R&A)가 최초다. 따라서 다른 스포츠와 마찬가지로 골프 역시 정확한 기원은 알 수 없지만, 중국보다는 오늘날과 유사한 골프 코스와 경기규칙이 최초로 만들어진 스코틀랜드를 골프의 발상지로 인정하는 것이 여러모로 타당하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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