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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속의 국민
“특권층 200만명만 있으면 ‘공화국’ 끄떡없다는 김정은과 자기 편만 챙기는 문재인 다를 바 없어” / 이호선(법학부) 교수

“3·15 부정선거 다시 하라. 대통령은 즉시 물러가라.”
 
  1960년 4월 25일 서울대에 27개 대학 300여 명의 교수가 모여 시국선언문을 낭독하고 거리로 나섰다. 이승만 대통령은 다음 날 하야했다.
 
  1987년 6월 민주항쟁도 지식인들의 시국선언이 큰 역할을 했다. 1986년 3월 고려대 교수 28명이 ‘현 시국에 대한 우리의 견해’라는 제목으로 직선제 개헌과 언론 자유 등을 요구했다. 두 달 만에 29개 대학, 785명의 교수가 동참했다. 바른말 하려면 용기가 필요했던 시절 지식인들은 실명으로 불의에 저항했다.

 ‘민주화 이후 지식인의 역할에 관한 문제의식이 실종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배부르고 등 따뜻하니 호흡의 통찰이나 치열한 담론 생산이 거의 사라졌다는 것이다. 잠자던 지식인들의 정의, 역할, 책무는 2016년 11월 최순실 사태 당시 깨어났다. 전국 3130명의 교수·연구자가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는 시국선언에 참여했다. 다시는 이런 대규모의 시국선언은 없을 줄 알았지만 섣부른 판단은 금물. 2019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논란은 최순실 사태 때보다 거의 두 배 많은 교수를 청와대로 행진하게 했다. 지난 1월 15일 ‘사회정의를 바라는 전국 교수 모임(정교모)’ 소속 6094명의 전국 대학교수들은 2차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그러고 나서 청와대 앞까지 줄을 지어 나아갔다. 자신을 둘러싼 논란으로 우리 사회에 온갖 기록을 남기거나 남기는 중인 조 전 장관이 또 다른 신기록을 세우는 순간이었다.

'정교모’ 공동대표 이호선 국민대 법대 교수를 그의 교수실에서 만났다. 이 교수는 “이렇게 많은 교수를 뭉치게 한 제일 큰 동인(動因)은 무엇보다도 자유 헌정질서 파괴라는 위기감과 이에 대한 국민적 각성이 필요하다는 절박함 때문”이라고 했다.
 
‘정교모’는 여당을 비판하는 칼럼을 썼다는 이유로 임미리 고려대 연구교수를 고발한 민주당에 대해 “민주당이 양심적 지식인과 시민들이 섣불리 나설 수 없는 자기 검열의 분위기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했다. 이어 “입만 막으면 된다는 반민주적 선거전략이 아니라면 이번 사건에 대하여 당사자와 국민 앞에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다짐해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은 결국 임 교수에 대한 고발을 취하했지만 소셜미디어에선 ‘#민주당만_빼고’ ‘나도 임미리다’ 등의 해시태그(게시물이 잘 검색되도록 추가하는 문구)와 댓글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유사 전체주의가 문재인 정부의 종착역

2019년 10월 7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조국의 검찰개혁, 무엇이 문제인가?’ 학술 토론회가 열려, (왼쪽부터) 이영란 숙명여대 법과대학 명예교수,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학성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종민 변호사, 이호선 국민대 법과대학 교수가 토론회를 진행하고 있다.

― 정권의 거짓 행태 때문에 다수의 교수가 모였단 이야기죠.
 
  “처음 문재인 정권이 하는 일을 보면서 ‘단순하다’ ‘뜻은 좋은데 부작용을 생각하지 못하는구나’ ‘상상력이 부족하다’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계속 겪다 보니까 철저하게 의도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습니다. 무능이 아니라 헌법을 무력화(無力化)하고 공동체를 해체하려고 하는 속셈을 알아차린 것이죠.”
 
  ― 문재인 정부가 도달할 종착역은 어딥니까.
 
  “역사적 경험에 비춰보면 자명하죠. 전체주의입니다. 저는 문재인 정부가 ‘유사(類似) 전체주의’로 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 유사 전체주의요?
 
  “전체주의에서는 권력을 독점하는 정파가 존재하고, 광적인 국가 공식 이데올로기가 제시되고, 이를 강요하기 위한 폭력과 선전 수단을 국가와 당이 독점하고, 경제 체제는 국가의 직접 통제 속에 놓입니다. 문재인 정권이 하는 것을 보면 철저하게 편을 가릅니다. 국가를 봐야 하는데, 자기들 편만 보지요. 전체주의와 비슷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유사 전체주의라고 하는 겁니다.”
 
  ― 나치, 소비에트, 중국 공산당, 북한 김일성 왕조에서 볼 수 있는 게 전체주의인데 너무 과한 해석 아닙니까.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북한 김정은이 ‘평양 핵심 계층 200만명만 있으면 우리 공화국은 끄떡없다. 나머지는 소모품이다’라는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까. ‘똘똘 뭉친 콘크리트 지지층만 있으면 우리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진 문재인 정권과 뭐가 다른가요. 과거 정부는 비판을 받으면 움츠러들었는데, 현 정부는 아주 노골적이잖아요. 입법부, 사법부 장악하고. 자기 사람 심고.”

  기생충 같은 奸民
 
  ― 전체주의 국가를 만들려는 지도자를 지지하는 핵심 계층도 문제 있는 것 아닙니까.
 
  “기생충 같은 존재… 간민(奸民)이죠. 간신(奸臣)이 있다면 그 밑에는 토양이 되는 그룹과 정서가 있는 것이지요. 예전 나라 팔아먹는 백성을 이렇게 불렀습니다.”
 
  ― 사실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도 콘크리트 지지층이 있었는데, 이렇게 하진 않았죠.
 
  “박근혜 전 대통령을 비롯한 과거 대통령들은 본인을 지지하지 않는 쪽을 ‘적’으로까진 안 봤습니다. 본인을 지지하지 않는 ‘국민’으로 봤죠. 그런데 지금은 뭡니까. 본인을 지지하지 않는 세력은 완전 통제하고 압제해야 할 ‘적’으로 보지 않습니까. 이런 게 전체주의적 발상이란 겁니다.”
 
  ―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임명 철회를 요구하는 시국선언을 주도한 ‘정교모’는 어떻게 창단한 겁니까.
 
  “학회 활동을 통해 아는 교수분이 ‘조국 전 장관 임명 철회 요구하는 시국선언에 서명하는데 동참할 의사가 없느냐’고 묻기에 동참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조 전 장관 임명을 강행하는 것을 보고 심한 ‘모멸감’을 느꼈습니다. 저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분들이 모여 사실상 정교모가 만들어진 것이죠. 놀라울 정도로 급속하게 전국 각 대학에서 서명에 참여했습니다. 저는 그때 제가 있던 국민대의 연락 간사를 맡아달라고 해서 서명 교수 확인 등의 일을 했었고요.”

  “문재인 대통령의 무시에 모멸감 느껴”

지난 1월 15일 사회정의를 바라는 전국 교수 모임 회원들이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지고 있다.
  ― 문재인 대통령의 독단과 무시가 모멸감을 줬군요.
 
  “인간 실존에 대한 모멸감이었습니다. 누가 지나가다가 아무 이유 없이 저에게 침을 뱉고 까닭 없이 뺨을 때리면 어떡해야 합니까. 저보다 덩치가 커서 제가 맞는다고 해도 붙어야 하지 않습니까. 물론 그러지 않는 분도 계시겠지만요. 저는 분노할 때는 분노해야 한다고 봅니다. 국민의 목소리는 아랑곳하지 않고 조국 임명을 강행한 문재인 대통령, 조국 사태 이후 조국 수호집회와 ‘정경심 교수님 사랑해요’라는 목소리를 보거나 들으면서 분노해야겠다고 생각했죠. 저와 함께하는 6000명 넘는 교수님들도 다들 같은 생각일 겁니다.”
 
  그는 이 내용을 기사로 꼭 써달라며 뼈 있는 농담을 던졌다.
 
  “정교모 회원들이 농담 삼아 이야기하는 게 ‘정교모 설립자는 조국 전 장관이다’입니다. 조 전 장관 아니었으면 교수들이 이렇게 모일 수도 없죠.”
 
  ― 조국 임명 철회 요구 시국선언문에 동참한 대학교수가 1만명을 넘겼다고 했는데, 공식 집계는 6094명이네요.
 
  “정확히 설명해드릴게요. 사실 동참한 교수님들이 1만명에 육박했는데 사이버 공격을 당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는 뒤에 설명하겠습니다. 처음 조국 전 장관을 임명하기 전 동참하겠다고 공식 확인한 교수님만 6400여 명이었습니다. 이분들 중에 서명만 하고 실명 공개는 안 하면 좋겠다는 분들이 1300명이었습니다. 서명과 실명을 공개한 분들이 5100명 정도 된 것이죠. 이후 문재인 대통령이 조 전 장관을 임명하는 과정에서 1200~1300명의 교수님이 동참하셨습니다. 다시 6400여 명 정도가 모였는데, 우리가 ‘계속 목소리를 낼 것인지’ 의견을 물었습니다. 그때 200분 정도가 나가셨죠. 그래서 6200명이 됐고, 여기서 늘었다 줄었다 하다가 현재 6094명으로 최종 집계된 것입니다. 서명하고 실명도 공개한 분들이죠.”

  신뢰성을 떨어뜨리기 위한 사이버 공격
 
  ― 실명 공개 안 하는 분들까지 계산하면 1만명에 육박하겠네요.
 
  “그렇죠. 아까 사이버 공격을 당했다는 것에 대해 설명을 하겠습니다. A대학 B학과 C교수가 시국선언에 참여하겠다고 우리 홈페이지에 신청합니다. 그런데 검증해보면 사실이 아닌 가상의 인물이죠. 대학이 가짜인 경우도 많았습니다. 이런 신청을 해놓고, ‘저 시국선언에 참여한 교수 중에는 가상의 인물이 있다. 재직 중인 대학도 가짜다’라고 우리를 공격했죠. 우리의 신뢰성을 떨어뜨리려는 것이었겠죠. 제가 이야기한 6094명은 모두 검증한 분들입니다. 아직 검증 못 한 분들이 많은데, 이분들의 검증까지 끝나면 수는 당연히 증가하겠죠.”
 
  ― 일부 극렬 ‘친문(親文)’ 세력이 한 건가요.
 
  “전 그렇게 보지만, 증거를 찾기가 쉽지 않죠.”
 
  ― ‘정교모’ 공동대표직을 수행하면서 학교 측으로부터 불이익을 받진 않았나요.
 
  “여기(국민대)가 제 모교입니다. 불이익은 없었습니다.”
 
  ― 같이 활동하는 교수님들은요?
 
  “제가 알기엔 초기에 지방대학 교수님 한두 분 정도가 ‘왜 서명했느냐’고 학교 측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는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사실 지방대학의 경우 정부의 재정 지원에 목을 매는 경우도 있어서 어느 정도 이해는 갑니다만…. 수도권 대학의 교수님들로부터는 불이익에 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습니다.”
 
  ― 정경심씨의 표창장 위조 의혹을 폭로한 최성해 동양대 총장은 사실상 교육부의 압력으로 사퇴했죠.
 
  “굉장히 안 좋은 선례를 남긴 겁니다. 자꾸 전체주의를 이야기해서 죄송한데요, 전체주의가 통치할 때 자주 사용하는 방법이 공포와 불이익입니다. 협박이죠. 나치를 보면 사람을 잡아다가 고문을 하고 그 사람을 내보냅니다. 계속 가둬두는 게 아니라요. 이 사람이 나가서 고문의 공포에 대해 소문을 내겠죠? 소문을 많이 냈다 싶으면 이와 병행해서 사회생활에 불이익을 줍니다. 아무것도 못 하게요. 이런 공포 내지 불이익을 줄 것 같은 분위기가 싫어서 서명 안 한 교수님들도 많을 겁니다.”
 
  교육부는 2019년 12월 19일 “허위 학력이 확인됐다”며 동양대에 최 총장 면직을 요구했다. 또 부친인 고(故) 최현우 이사장에 대해서도 임원 취임 승인 취소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했다. 최 총장이 재직 중이던 2010년 최 전 이사장이 취임했는데, 최 총장이 당시 재선임 절차를 밟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최 전 총장은 교육부가 면직을 요구한 지 7일 만에 사퇴했다.
 
 자발적으로 모인 8000만원
 
  ― 반대 진영에서는 ‘정교모’ 교수님의 편향성을 지적하기도 합니다.
 
  “‘헌법적인 가치와 상식을 지켜라’ ‘제발 국민을 기만하지 말아달라’는 말을 하는 사람들을 보수라고 하면 보수고, 진보라고 하면 진보입니다. 나라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시국선언문 내용에 공감해 모인 겁니다.”
 
  ― ‘정교모’에 후원금은 좀 들어옵니까.
 
  “후원금은 없습니다. 교수님들이 자발적으로 운영비 조로 내는데 지금까지 8000만원가량이 모였습니다.”
 
  ― 8000만원이면 한 분이 1만원 좀 넘게 내도 모일 수 있는 금액이네요.

“그건 ‘교수’들의 생리를 몰라서 하는 말씀이시고요. 매우 큰 액수입니다. 솔직히 교수들은 어디 가서 대접받는 직업 아닙니까. 자발적으로 돈을 내는 경우가 많지 않죠. 1년에 몇만원 하는 학회비 안 내는 분들도 많아요. 그런 정서를 알기에 액수를 정해준 것도 아닌데 교수들이 수천만원을 모았다는 것은 엄청난 사건입니다. 그만큼 분노하고, 교수들이 진심으로 ‘정교모’ 활동을 지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 교수가 조국 전 장관에게 보낸 15개 질문

2019년 12월 26일 오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기 위해 법정으로 가고 있다.

이 교수는 조국 일가의 의혹이 나라를 덮기 시작한 2019년 8월 17일 조 전 장관에게 공개질의를 했다. 질문은 15개. ‘조국의 말로, 조국에게 묻다’란 제목의 공개질의서는 조 전 장관이 2011년 출간한 《조국, 대한민국에 고한다》의 내용을 패러디하면서 그의 이중성을 꼬집었다.
 
  이 교수는 “조 전 장관이 2011년 출간한 《조국, 대한민국에 고한다》에 쓴 내용과 현실에서 조 전 장관이 보여준 삶이 너무 다르다 생각됐다”며 “질의 형식을 취해 조 전 장관이 학자 시절 했던 발언과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민정수석으로서의 모습 간 괴리를 조목조목 따져봤다”고 했다. 이 교수는 이 질의서를 우편으로 조 전 장관의 서울대 법대 연구실로 보냈다.
 
  ― 답은 당연히 없었죠?
 
  “그렇죠.”
 
  ― 조국 전 장관을 알고 있었습니까.
 
  “몰랐습니다. 그래서 질의서를 쓸 때도 ‘경칭을 쓰지 않겠습니다. 어디서 봤는데 조 교수가 1965년 1월생이라고 해요. 제가 1964년 10월생이니 인간적으로 봐도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이해해주기 바랍니다’라고 적었습니다.”

 ― 저는 개인적으로 새 대통령이 선출되면 그를 위한 ‘용비어천가’가 울려 퍼진다는 내용이 인상 깊더군요.
 
  “그런가요. 조 전 장관의 《조국, 대한민국에 고한다》 31페이지와 136페이지를 보면, 〈새 대통령이 선출되면 그를 위한 ‘용비어천가’가 울려 퍼진다. 새 권력은 옛 권력의 영향력을 지우려고 검찰과 경찰을 동원하여 물러간 대통령을 부관참시하거나 살려두더라도 사회적으로 죽여버리는 팽형(烹刑)에 처한다. 공직자 임기제고 뭐고 간에 옛 권력 시기 임명된 사람은 먼지 털기와 모욕 주기로 쫓아낸다. 어떻게 증오의 정치를 그만두고 사회 통합을 이룰 것인지는 좌와 우, 진보와 보수 양쪽 모두가 똑같이 고민해야 할 과제다〉라는 내용이 있더군요. 그래서 ‘조국 당신은 문재인 정부하에서 조국의 말과 달라지고, 개선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민정수석 조국은 문재인 정부 아래에서 부관참시, 먼지 털기, 모욕 주기, 임기제 무시, 증오의 정치를 보지 못하였는가? 봤다면 조국은 무엇을 했는가? 조국의 말대로 직언극간(直言極諫)을 하여 선비의 양심과 체모를 지켰는가?’라고 물었지요.”


  “본인이 괴물이면서 괴물이 되지 말라고 훈계하는 건…”

2019년 10월 23일 오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아내 정경심씨가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들어서고 있다.

 ― 15개 질문 중 딱 한 가지만 조 전 장관에게 하신다면.
 
  “열 번째 질문입니다. 조 전 장관은 책(146~148쪽)에서 드라마 〈추노〉의 등장인물을 인용하면서 이렇게 썼습니다.
 
  〈혹시 우리는 ‘입가에 사람 기름을 번드레하게 발랐을 뿐만 아니라 온통 사람 잡아먹는 생각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닌가. 권력의 살수(殺手)가 되어서라도 승자의 반열에 오르려는 황철웅, 어쭙잖은 완장을 차고서 윗사람에게 아부를 행하고 아랫사람에게는 몽둥이를 휘두르는 오 포교…. 모두 우리의 안과 밖에 존재한다. 배우 오지혜씨의 겸허한 자백처럼, 우리는 ‘자신이 손가락질하던 그 손가락 끝에 자신이 와 있음’을, 그리고 자신이 ‘하나도 당당할 것 없고 부끄러운 것투성이’임을 눈치채고 있다.〉
 
  그래서 조 전 장관에게 이렇게 물었죠. 위 글의 제목은 ‘사람 되기 어려워도 괴물은 되지 말자’이다. 조국에게 솔직히 묻는다. 당신이 괴물 아닌가? 당신이 황철웅, 오 포교가 아닌가? 이 글을 통해 당신이 괴물이고, 황철웅이며 오 포교라는 입증이 되었고, 반증(反證)의 책임은 조국에게 있다고 보는데, 법학자로서 조국의 생각은 어떤가? 조국이 인용한 배우 오지혜의 겸허한 자백은 조국에게는 해당 없고, 조국 외의 모든 사람에게 해당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은가?”
 
  이 교수는 “본인이 괴물이면서 괴물이 되지 말라고 훈계하는 건 아니다”고 했다.
 
  “제가 질의서 다 쓰고 마지막에 조 전 장관을 중국 역사상 최고의 간신인 진회(秦檜)와 비교를 했습니다. 그런데 조 전 장관 부인께 미안하더군요. 진회는 부부가 모두 욕을 먹었거든요. 조 전 장관 부인은 아무 잘못 없는데, 심한 거 아닐까 생각했는데 공개질의를 한 2~ 3일 후부터 정경심씨 의혹이 터지더군요.”
 
 “때 되면 김어준에게 형사책임 물을 것”
 
  ― 소위 ‘조국 수호대’에게 공격당하지 않았습니까.
 
  “이번에는 없었어요. 과거엔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비롯하여 몇 군데서 공격을 받았지요.”
 
  ― 〈나꼼수〉 진행했던 김어준씨 말씀하시는 거지요.
 
  “네. 김씨가 2017년 라디오에서 제가 김관진 전 국가안보실장을 석방한 신광렬 판사에 대해 낸 성명을 트집 잡더군요.”
 
  ― 어떻게요.
 
“제가 당시 전국법과대학교수회 회장이었습니다. 신광렬 판사에 대해 소위 ‘문빠’(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의 공격이 도를 넘었어요.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법관 파면 청원을 하고. 시민으로서 비판할 수 있겠지만 이건 아니라고 봤죠. 그래서 법관의 독립은 지켜져야 한다는 성명을 냈습니다. 전국법과대학교수회 명의로요. 그런데 ‘전국법과대학교수회의 회원 명단이 공개되지 않았다’ ‘유령단체다’ ‘사단법인 주소지가 제 연구실이다’ 등 말도 안 되는 트집을 잡았습니다.”
 
  당시 김어준씨의 방송 내용이다.


  〈보통 이런 성명을 내면 참여교수들 이름을 기재하는데, 없다. 홈페이지에는 작년 11월에 올린 것이 첫 게시물이다. 공지와 게시물 합쳐 6개 정도 있다. 텅 빈 수준이다. 회원 수 400여 명의 명단도 공개되지 않았다. 사단법인 주소지가 ‘국민대 법과대학 법학관 몇 호’이다. 회장 이호선 교수의 개인연구실로 추정된다. 이 교수 혼자서 하는 일이 마치 전국 법대 교수들이 단체로 성명을 내고 집단행동을 하는 것처럼 포털에 하루종일 걸려 있다. 확인도 안 된 여론 호도용 기사가 어떻게 메인에 하루 종일 걸려 있는가. 굉장히 이상하다.〉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 2017년 11월 28일)
 
  이 교수의 이야기다.
“사실 김어준씨한테 기회가 되면 형사 책임을 묻겠다는 생각은 아직도 갖고 있어요. 우선 전국법과대학교수회는 2009년 3월 24일, 로스쿨 잔존 법학부를 제외한 전국의 법과대학(58개 대학)들이 주축이 돼 결성된 전국법과대학학장협의회가 전신입니다. 2015년 4월 지금의 이름으로 명칭을 바꿨지요. 현재 비(非)로스쿨 법과대학 및 법학과, 그리고 학부에서 법학을 가르치는 교수들로 구성돼 있으며, 법과대학들은 학교 차원에서 회원교로 가입돼 있습니다. 사단법인 등기도 돼 있고요.”
 
  그가 말을 이었다.
 
  “그리고 주소지가 제 교수 사무실로 돼 있는 건 한국 교수들의 학회를 보세요. 모두 회장 연구실이 주소로 돼 있습니다. 정말 재정이 튼튼해서 별도 사무실을 갖고 있지 않는 한 규모가 큰 학회도 마찬가지입니다.”
 
  ― 형사 책임 이야기를 하셨는데, 왜 참는 겁니까.
 
 “지금 같은 분위기에서 제대로 된 수사나 판결이 나겠습니까. 아직 공소시효가 많이 남았습니다. 때가 되면 경종을 울리기 위해서라도 책임을 물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선거 개입 의혹 사실이면 문재인 탄핵


 
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10월 14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 참석해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겨 있다.

교수는 ‘청와대의 울산 선거 공작 사건’ 관련 의혹자 13명 중 4명이 이번 총선 출마를 준비하면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출범하기만을 기도하는 모습에도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검찰 공소장에서 드러난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에 관해 대통령은 아직 국민에게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고 침묵을 지키고 있습니다. 만약 대통령의 간여(干與)가 사실로 드러나면 대통령직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밝힙니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문재인 정권은 히틀러가 수권법(授權法) 만들어 나치 돌격대를 제도화한 것과 마찬가지인 공수처의 출범에만 목매달고 있습니다.”
 
  ― ‘청와대의 울산 선거 공작 사건’ 때문에 시끄럽습니다. 만약 사실이라면 문재인 대통령은 탄핵당해야 합니까.
 
  “대법관, 헌법재판관, 법무부 장관, 검찰총장,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등을 지낸 법조인들을 포함한 변호사들이 지난 울산 지방선거 과정에서의 문재인 대통령의 역할이 무엇이었는지 공개적으로 질의하면서, 대통령의 선거 개입 의혹이 사실이라면 탄핵해야 한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습니다.”
 
  보수 성향 변호사단체인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한변)은 “문 대통령이 울산시장 선거에 개입한 것이 확인될 경우 대통령이 선거에서의 중립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직권남용 및 공직선거법 위반죄에 해당함은 물론 탄핵 사유에 해당한다”고 했다.

  ― 대통령도 조사해야 합니까.
 
  “공소장에 따르면 민정수석, 민정비서관, 반부패비서관, 행정관 등 청와대 비서실이 일사불란하게 경찰까지 동원하여 특정인을 위하여 불법적으로 선거에 개입하고, 매관매직까지 시도하였다는 정황이 있습니다. 총선 후에는 전직 비서실장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될 예정입니다. 비서실은 대통령의 수족입니다. 수족을 넘어 목까지 이상이 있다면, 당연히 머리 검사까지 해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추미애, 판사 출신이라는 것 의심스러워

 ― 울산 선거 공작 공소장의 공개를 온몸으로 막아선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어떻게 생각합니까.
 
  “법무부 장관직에 있어선 안 될 사람입니다. 추 장관이 공소장이 공개되면 수사 처분이 아직 안 된 분들의 피의사실이 공개된다며 공소장 비공개를 주장했던데, 어떤 공소장이든 피고인만 등장하는 게 아닙니다. 피해자도 나옵니다. 공소장 공개가 무죄 추정의 원칙과 상반된다고 할 수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 추미애 장관의 탄핵 이야기도 나오던데요.
 
  “추 장관의 인사권을 이용한 수사 방해 행위는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해 형법 제123조 위반일 뿐만 아니라 검찰 인사 절차를 무시한 검찰청법 제34조 위반이 명백합니다.”
 
  ― 추미애 장관이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자는 안까지 내놓은 걸로 아는데요.
 
  “추미애 장관이 판사 출신이라는 것이 의심스러워요. 기소가 무리하다면, 그걸 견제하는 것이 법관입니다. 영장실질심사, 구속적부심, 보석, 심리재판, 3심 제도가 다 그런 것들입니다. 검찰 본연의 업무는 실체적 진실 발견을 통한 ‘악(惡)’의 척결입니다.

실체적 진실 파악에는 관련자들을 직접 대면하는 것 이상으로 좋은 방법이 없습니다. 공판중심주의가 그런 겁니다. 판사가 피고인을 보고 물어보고, 거기에서 말과 행동과 표정, 주변 정황까지 종합적으로 판단합니다. 검찰 단계에서도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피의자를 직접 수사하면서 느낀 것은 기록으로 대체 불가능합니다.
 
그리고 인권과 무슨 관계가 있습니까. 권력형 비리, 사기와 횡령 등 화이트칼라 범죄에서 검찰의 거악척결 기능만 저해하고, 사회악의 창궐이라는 점에서 일반 국민의 인권은 더 나빠질 겁니다.”
 
  ― 추 장관은 그런 걸 금지하는 규정이 없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합니다만.
 
  “너무나 당연하기에 명문화할 필요가 없습니다. 사람을 죽여서는 안 된다는 것은 법에 규정이 없습니다. 둘 필요가 없지요. 죽였을 때 처벌하는 규정만 두는 겁니다. 헌법 파괴를 금지하는 규정도 없습니다. 상식을 법으로 정해놓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주장을 궤변이라고 합니다. 헌법 질서를 농단한 것은 일종의 반역이기 때문에 소급적으로 얼마든지 처벌도 가능하다는 점을 추 장관이 알아야 합니다. 반민족행위자를 처벌하는 것처럼 악의적으로 헌정 질서를 마비시키고 농단하는 행위는 비록 형식적인 법치의 껍데기를 가졌다고 해도 역사적·정치적 심판뿐만 아니라 법의 심판도 받아야 합니다. 헌법의 자기방어, 정당방위라고나 할까요.”
 
 추 장관이 검찰 고위간부 인사를 통해 청와대의 감찰 무마 의혹이나 울산시장 하명수사·선거 개입 의혹 등 중요 사건의 수사 지휘 라인을 교체해 수사를 방해했을 뿐만 아니라 검찰총장의 인사 관련 의견 제시 절차를 무시하는 등 형법과 검찰청법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헌법상 국회는 국무위원 등이 직무 집행에 있어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했다고 판단할 경우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 발의와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탄핵소추를 의결할 수 있다. 탄핵소추에 대한 최종 심판은 헌법재판소가 담당한다. 헌법재판관 6명 이상의 찬성이 있으면 탄핵이 결정되고, 해당 공직자는 파면된다. 탄핵소추가 의결된 해당 공직자는 헌재의 최종 심판이 있을 때까지 권한 행사가 정지된다.

박근혜와 문재인의 차이
 
  ―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당한 잣대로 문재인 대통령을 본다면 어떻습니까.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 때 전국법과대학교수회 차원에서 설문 조사를 해보니 75%가 비선의 존재가 탄핵 사유에 해당한다고 답했습니다. 참모가 잘못하면 대통령이 책임을 지는데, 비선이면 책임지지 않아도 되지 않습니까. 견제의 유효사거리를 벗어났다고 표현할 수 있는데 이게 탄핵 사유라는 것이죠.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은 ‘견제’란 말 자체를 용납하지 않습니다. 누가 더 나쁜 것 같습니까. 헌재는 견제의 유효사거리를 벗어난 것을 탄핵 사유로 봤습니다. 그렇다면 ‘견제’ 자체를 없앤 것은 어떻게 판단하겠습니까.”
 
  ― 문재인 대통령이 ‘견제’를 없앴다는 근거가 있습니까.
 
  “공수처 설치가 대표적이죠. 고위 공직자들의 모든 의사 결정과 집행을 문제 삼을 수 있는 법을 본인이 앞장서서 만들고 검찰 개혁이라고 자축했습니다. 히틀러가 수권법을 만들고 민간 추종자들로 이뤄졌던 나치 돌격대를 나중에 경찰 조직으로 끌어들였던 것과 별반 다를 게 없죠.”
 
  4월 총선 관권 개입 선거 될까?


 
지난 2월 10일 오전 한반도인권과통일을위한변호사모임(한변) 김태훈 상임대표 등 변호사들이 국회 정론관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규명을 촉구하는 시국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문재인 정부가 하는 것을 보면 사실 울산에서의 부정선거 의혹은 관권선거의 임상실험이자 베타 버전에 불과한 것 같습니다. 진짜 관권 개입 선거 본방송은 4월 총선이 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국민이 많은데요.
 
  “문재인 정권은 정권 유지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봅니다. 사전투표의 허술한 점을 주목하는 것도 이런 까닭에서죠. 한국의 사전투표는 구멍이 숭숭 뚫려 있습니다. 누구든 전국 어디서나 3000~4000개 장소에서 투표할 수 있게 해놓았기 때문에 사전투표를 관리하고 감시한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지요. 게다가 법에는 ‘봉인이 가능한 투표함’을 사용하게 돼 있는데 선관위는 ‘사실상 봉인이 불가능한 자루’를 사용합니다. 나쁘게 생각하면 투표지를 바꿔치기할 가능성도 있죠. 이는 합리적인 의심입니다.”
 
  이 교수는 제31회 사법시험에 합격, 사법연수원(제21기)을 수료한 뒤 법무법인에서 변호사 생활을 하다가 영국 리즈대학(University of Leeds)에서 EU 및 국제비즈니스 법을 공부하고 2005년부터 국민대 법과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 원래 변호사가 목표였습니까.
 
  “집사람과 대학 동기인데, 그때는 남자도 서른 넘으면 노총각이라고 인식되던 때라 마음이 좀 급했어요. 가정 형편이 어려워 공직보다는 변호사를 해야 좀 여유 있게 결혼하고 사회생활을 할 수 있겠다 싶어서 사법시험 준비할 때부터 변호사를 하려고 했습니다. 결국 사법연수원 들어가던 해 만 스물여섯에 결혼에 성공했죠.”
 
   현실정치에 전혀 관심 없어

  ― 정치에 관심 있나요.
 
  “저는 현실정치에는 전혀 관심이 없습니다.”
 
  ― 정교모 공동대표라 러브콜이 많을 것 같습니다.
 
  “제가 활동을 하면 할수록 느끼는 것이 있습니다. 우리 사회의 시민적 역량이 커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어떻게 보면 우리 스스로 진짜 민주적 시민의식, 책임을 갖고 공동체를 형성해온 경험이 없지 않은가 싶어요. 시민의 저항은 있었지만, 미래에 대한 비전이 부족했지요. 선동에 휘둘린 점도 많고요.
 
  그래서 교수만이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일이 뭔가를 늘 생각하게 됩니다. 특히 특정 이념에 잠식된 젊은이들이 바른 생각을 할 수 있도록 하지 않으면 개인이나 사회, 모두 불행합니다. 정교모의 많은 교수님이 이 부분을 같이 고민하면서 대안을 내놓기 위해 많은 이야기를 합니다. 저는 이런 일을 계속할 생각입니다. 젊은이들의 토양이 좋지 않으면 아무리 제도가 좋아도 국가는 발전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과의 대립이 불가피하겠습니다.
 
  “그렇잖아도 정교모 집행부에서 많은 준비를 해서 오는 2월 19일 정교모 차원에서 전교조와의 전쟁을 선포할 예정입니다. 대학교수들이 교사들의 조직을 상대하는 것이 ‘격’에 맞느냐고 의문을 제기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그건 한가한 소리입니다. 전교조의 힘과 영향을 몰라서 하는 소리죠. 저는 전공이 법학이라 전교조의 실체를 잘 모르지만, 교육학을 전공하시는 교수들의 말을 들어보면 전교조는 우리나라에서 거의 성역입니다. 전교조와 달리 생각하는 교사들은 위축되어 있고, 학부모는 파편화되어 있으며, 교육감 등 학교 상위 감독 기관들은 이미 이념과 인간관계로 전교조 편이 되어 있습니다. 편향된 이념의 악이란 잡초의 뿌리가 깊이 내려 있는데, 그 땅속에서는 어찌할 수가 없죠. 교수들이 나서야 하는 이유입니다. 고등학교를 거쳐 대학으로 오는 젊은 세대를 맡는데, 당연히 교사들에 대하여 제대로 기본을 가르쳐서 보내라, 아이들의 역사관·인생관·가치관을 망가뜨리지 마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고요.”⊙


원문보기: http://m.monthly.chosun.com/client/news/viw.asp?ctcd=E&nNewsNumb=20200310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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