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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 '코로나19' 이후 북한 정상화의 길 / 조영기(정치대학원) 초빙교수


북한에서 4월은 정치의 계절이다. 4월15일 김일성의 생일(태양절)을 전후해서 중요한 정치적 메시지가 나오고 대내외의 정책적 결정을 뒷받침하는 최고인민회의도 개최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2020년 4월의 북한 정치의 모습은 예년과 다른 이례적 모습이다. 4월의 정치행사는 자취를 감추고 오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몰고 올 파장을 최소화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한마디로 코로나19로 인해 전개된 위기상황을 관리하려는 방어적 모습으로 일관하고 있다.

4월 정치행사는 노동당정치국회의(4ㆍ11), 다음 날 최고인민회의(4ㆍ12), 그리고 조용한 태양절 행사(4ㆍ15)로 이어졌다. 당정치국회의-최고인민회의의 절차는 국정운영시스템이 당이 결정하고 최고인민회의가 추인하며 국무위원회와 내각이 이를 집행하는 당 중심 운영시스템이 제도적으로 정착되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편 이번 양대 회의의 결정이 코로나19가 촉발할 대내외 리스크를 최소화하려는 현실 대응의 모습이 다분하다. 특히 당 중앙위원회, 국무위원회, 내각의 '공동결정서'를 주목해야 한다. 공동결정서는 지난해 말 계획했던 각종 경제계획 목표를 연기ㆍ축소ㆍ하향조정 등의 조치를 단행해 우선순위를 조정했다. 이 결정서는 최우선 과제로 '국가적 비상방역사업의 계속 강화'를 선택했다는 점도 주목거리다.

이처럼 북한이 국정운영의 최우선순위로 코로나19 방역사업을 전면에 내세운 배경은 다의적 포석 때문이다. 우선 코로나19 방역이 '김정은'의 리더십과 직결되는 문제로 보았다. 바로 역병(疫病)의 확산은 김정은에 대한 민심이반의 신호탄으로 작동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코로나19로 인한 세계 경제의 위기, 중국 경제의 추락, 대북경제제재의 지속성, 북ㆍ중 국경봉쇄 등으로 북한 경제 활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현실적 판단도 작동했다. 이는 북한이 코로나19 이전에 계획된 대형 국책건설사업을 '정면 돌파'할 경우 맞게 될 역풍을 우려한 계산의 산물이다. 김일성 생일에 맞춘 '원산ㆍ갈마 관광지구' 준공식 연기도 같은 맥락이다.

그렇다고 코로나19 이후에도 현재 북한 경제의 위기상황을 감안할 때 쉽사리 회생될 것 같지 않다. 코로나19가 취약한 북한 경제에 심대한 타격을 주었을 뿐만 아니라 대북경제제재 조치가 해제ㆍ완화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 왜냐하면 북한 경제 위기의 근원은 경제체제의 비효율성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이런 경제체제의 비효율성이 구조적ㆍ누증적ㆍ장기적 경제위기를 촉발했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북한은 이번 4월 정치행사를 통해 경제위기의 근원적 처방보다는 미온적 대처에 머물렀다.

최고인민회의에서 궁여지책으로 '재(再)자원화법'을 제정해 주민의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 '재 자원화법' 제정은 대북경제제재로 노동자 파견과 석탄 수출 등 외화벌이 출구가 거의 막히고, 이로 인해 수입도 어려운 상황에서 현상유지를 위한 불가피한 산물이다. 이번 재자원화는 허리띠를 졸라매고서라도 자력으로 경제성장을 이루겠다는 노선 실현의 일환으로 보인다. 하지만 1984년 '부산품과 폐산물을 이용하여 생활필수품을 생산ㆍ공급하라'는 '8ㆍ3인민소비품 운동'의 데자뷔인 것 같아 씁쓸하다. 따라서 체제의 문제를 외면하고 '재자원화'를 앞세운다고 해서 민생문제도, 경제발전의 문제도 해결될 수 없다는 점은 명백해 보인다.

이처럼 북한에서 민생문제 해결은 오래된 숙제이다. 코로나19 이후에도 근원적 변환이 있기 전에는 민생문제는 계속될 것이다. 따라서 코로나19 위기를 북한의 근원적 변화를 위한 계기로 만드는 것이 당면과제이다. 그래야 북한 정상화의 길을 찾고 평화통일의 길로도 한발 더 다가설 수 있다.

<조영기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초빙교수·한선재단 선진통일연구회 회장>


원문보기: https://view.asiae.co.kr/article/2020041819045113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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