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규 건축이 삶을 묻다] 한 곳에만 살 수 있나? 언제 어디로든 떠난다 / 장윤규(건축학부) 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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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요타 자동차가 추진 중인 미래형 도시. 도시와 자동차, 이동형 주택이 첨단 정보기술로 연결된다.
스마트 모빌리티 시대, 집도 이동하는 세상이 다가왔다. 단순한 공상이 아니다. 자율주행차 시대를 맞아 집도 움직일 수 있다는 상상이 점차 현실로 되고 있다. 사실 움직이는 집은 새롭지 않을 수 있다. 몽골 유목민의 전통가옥 게르는 요즘에도 꽤 매력적이다. 인공지능·사물인터넷 기술 결합 나무로 만든 집은 말뿐 아니라 철도로도 쉽게 옮길 수 있었다. 주택·건물이 대지에 고정된 것이 아니라 어디든 필요한 곳으로 이동해왔다는 역사를 입증한다. 실제로 사람들은 현재에도 말을 대신해 승용차·트럭 등에 집을 달고 옮겨 다니고 있다. 농막 같은 소규모 이동주택도 인기를 끌고 있다. 건축이 특정 장소에 고정된 것이 아니라 언제든 원하는 장소에 갈 수 있다는 역사적 사실이 건축가들의 상상력을 지속적으로 자극해왔다. 이 상상력이 개별 주택을 넘어 도시적 스케일로 확장되기도 했다. 중국이 꿈꾸는 ‘모바일 차이나타운’ 2008년 베네치아비엔날레 건축전에서 중국 건축가 그룹 매드(MAD)가 제시한 ‘수퍼스타: 모바일 차이나타운’은 더욱 전위적이다. 별 모양의 이동도시를 구상했다. 지구촌 곳곳의 낡고 침침한 차이나타운을 디지털 세상에 맞게 바꿔보자는 취지에서다. 일단 도시 자체가 전 세계 여기저기로 돌아다닐 수 있다. 모든 에너지를 자체 생산하고, 폐기물 또한 100% 재활용하는, 자율진화형 시스템으로 설계됐다. 디지털 노마드 시대, 움직이는 자동차 또한 집이 되는 세상이 도래했다. 도시의 개념 자체가 달라지게 된 것이다. 벌써 60여 년 전 일이다. 1956년 미국 전력회사가 전기 자율주행차 광고를 내보냈다. 사람 대신 전기가 운전자가 되는 내용이다. 고속도로·일반도로 가릴 것 없이 전자기술에 의해서 자동차의 속도와 방향이 자동 조절된다. 스스로 달리는 승용차 안에서 게임을 즐기는 가족들의 행복한 모습을 담은 광고 내용이 마치 2020년 오늘을 예견하는 것 같다. 일본 도요타 자동차의 미래형 도시 이 야심 찬 프로젝트는 탄소 중립 사회를 목표한다. 차량과 사람, 사람과 자연 사이에 새로운 균형을 찾는 도시를 제안한다. 도로를 빠른 차량, 느린 차량, 보행자 전용으로 구분하고, 도로에는 도요타가 개발한 자율주행 전기차가 운행한다. 자율주행차는 사람·물건을 수송하는 것 외에도 광장 등에서 이동형 점포로도 활용된다. 자율주행차 내부도 일본 전통 주거 형식인 다다미 공간으로 꾸밀 수 있다. 도요타 시티는 올해 폐쇄되는 후지산 기슭의 도요타 공장 부지에 지어질 예정이며, 내년에 착공할 것으로 알려졌다. 건축가 장윤규가 고안한 ‘자율주행 주택’. 바퀴가 달린 개별 공간이 하나의 집을 구성한다.
자율주행차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면 인간은 운전대로부터 완전한 자유를 누리게 될 것이다. 자동차 자체가 이동하는 공간, 혹은 주택·건축으로 변모할 수 있다. 필자 또한 미래형 자율주행 주택집을 생각해본다. 자동차가 집이 되는 것을 넘어 집 자체가 자동차가 되는 가능성을 주목해봤다.
구체적으로 자율주행 집 가운데에 자체 충전 기능을 갖춘 허브(Hub) 공간을 마련한다. 그 둘레에 바퀴가 달린 각각의 방을 배치한다. 개별 공간인 거실·주방·침실·서재 등은 필요에 따라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다. 예컨대 회사에 출근하거나 여행을 할 때, 용도에 맞게 방을 선택할 수 있으며, 이동 중에도 집에서 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즐길 수 있다. 도시의 기초 단위인 집이 달라지면 도시구조 또한 변화할 수밖에 없다. 집 자체가 주차공간이 될 것이다. 자동차가 드론 항공 기술과 만나면 날아다니는 자동차도 탄생할 수 있다. 지금 우리가 도로라고 불리는 공간이 줄어들고, 결국엔 사라질지도 모른다. 혼잡한 도로 자리에 쾌적한 공공공원이 들어설 수도 있다. 자율주행 주택과 움직이는 도시, 머나먼 SF영화처럼 들릴 수 있다. 하지만 60년 전 상상한 자율주행차가 도시를 누빌 날이 머지않았다. 4차 산업혁명으로 불리는 대변환은 인류가 그간 쌓아온 이동성 욕망을 더욱 증폭시킬 게 분명하다. 새롭게 등장한 과학기술은 우리의 삶과 일, 인간관계 방식을 근본적으로 뒤흔들 것이다. 우리는 지금 그런 혁명의 문 앞에 서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건축 실험
1961년 설립된 영국의 전위적 디자인 그룹 아키그램(Archigram)은 60~70년대 세계 건축계에 새로운 충격을 주었다. 그들은 콜라주와 그래픽·만화 등의 팝 문화적 기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표출한 드로잉으로 미래형 건축(사진)을 시도했다.
장윤규 국민대 건축대학 교수·운생동건축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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