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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속의 국민
‘포스트 비주얼’ 설은아 대표 / 시각 97학번

사진 제공 설은아 씨
‘당신도 혹시 어긋난 사랑 때문에 누군가에게 상처를 준 경험이 있습니까? 또는 누군가에게 가슴 아픈 상처를 받은 경험이 있습니까?’

‘예, 있습니다’를 ‘클릭’하면 ‘지금 그 사람에게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이냐?’는 문구가 뜬다. “그때는 미안했다”고 입력하는 순간 상처받고, 상처입은 사람들이 내뱉은 수많은 말이 허공을 가로지른다.

어긋난 사랑에 관한 영화 ‘주홍글씨’ 웹사이트의 마지막 장면이다. 이런 쌍방향 장치들은 이른바 ‘설은아’식 웹사이트의 특징이다. ‘포스트 비주얼’의 설은아(32·사진) 대표는 그 특별한 노하우를 지니고 있는 스타급 디자이너다.

그는 1999년 개인 웹사이트 ‘설은아 닷컴(www.seoleuna.com)’으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당시 한 편의 영화처럼 꾸민 이 사이트는 텍스트 중심의 평면적인 사이트들 사이에서 돋보일 수밖에 없었고 여러 디자이너 업체에서 함께 작업하자는 의뢰가 밀려왔다. 그래서 그는 일찌감치 디자인회사를 차렸다. 집에서 쓰던 컴퓨터 한 대 달랑 들고.

이 회사의 첫 작업은 영화 ‘엽기적인 그녀’. 그는 첫 타석에서 ‘홈런’을 날렸다. 네티즌이 직접 게임을 통해 스토리를 찾아가는 ‘10단계 줄거리’ 등 쌍방향 아이템을 선보여 인기몰이에 성공했다. 쌍방향 방식은 영화 스토리 소개에 그치는 이전 방식에 비하면 일대 혁신이었다. 영화 ‘스캔들-조선남녀 상열지사’와 ‘동갑내기 과외하기’ 웹사이트도 그의 작품.

그는 2004년 세계적인 광고회사들을 제치고 영화 ‘4인용 식탁’으로 칸 광고제 사이버부문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다. 안타까운 일은 시상식 전날 소식을 들어 비행기표를 못 구하는 바람에 일생에 한 번 밟을까 말까한 레드 카펫을 밟지 못한 것이다.

이후 그는 ‘뉴욕광고제 디자인 어워드’ 금상, ‘커뮤니케이션 아트 인터랙티브 디자인 애뉴얼 10’에 선정돼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디자이너로 주목받았다. 영화 웹사이트로 역량을 과시했지만 최근에는 팬택앤큐리텔, 삼성 DMB, 기아자동차, 파란닷컴 등 기업이나 브랜드의 웹사이트도 다수 제작했다. 지난해에는 산업자원부가 선정한 차세대 디자인리더에 선정됐다.

전은경 월간 ‘디자인’ 기자 lilith@desig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