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화와 모순적 정책 / 김환석 (국민대 교수·과학사회학)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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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양극화’ 논의가 한창이다. 최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빈곤과 불평등의 동향 및 요인 분해’란 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 중위소득 40% 미만을 빈곤층으로 볼 때 이 빈곤층이 전체 가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999년 7.09%, 2000년 11.29%, 2003년 15.06%로 지속적인 증가추세를 보였다고 한다.(<한겨레> 4월17일치) 또 경제성장의 몫이 빈곤층과 비빈곤층에게 어떻게 분배되었나를 가구 총소득 면에서 보면, 1996~2000년에 비빈곤층의 몫은 105.96, 빈곤층의 몫은 -5.96이었고, 2000~2003년 역시 비빈곤층 몫은 104.20, 빈곤층 몫은 -4.20로서 소득계층 사이 격차가 심화되어 왔다는 걸 알 수 있다. 이런 양극화의 원인과 책임을 둘러싸고 여·야 공방도 치열하다. 청와대와 여당은 그것을 박정희 개발독재 시대의 불균형 성장전략과 1997년 외환위기에서 찾는 데 반해, 한나라당은 현정권의 무능함과 부실한 국정운영이 양극화 문제의 근간이라고 주장하며 맞서고 있다. 이처럼 서로 책임을 떠넘기지만, 정작 양극화는 이 양대 정치세력이 신주처럼 떠받드는 ‘성장 우선주의’의 논리와 배치되는 것이라는 인식은 없다. “경제가 성장하면 성장의 과실이 빈곤층에게도 자연스레 스며든다”는 믿음을 양극화의 현실이 부정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특히 정부의 정책 모순은 딱할 지경이다. 말로는 양극화 해소가 중요하다고 주장하면서, 행동으로는 그것을 한층 심화할 한-미 자유무역협정 체결 등 신자유주의 정책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적어도 양극화의 ‘뿌리’가 성장 우선주의 정책을 시작한 박정희 정권에게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는 데 나는 반대하지 않는다. 지난 2월21일 청와대 홈페이지의 양극화 기획시리즈 두 번째 글 “압축성장, 그 신화는 끝났다”에서 청와대는 1960~70년대 박정희 정권이 추진한 불균형 성장전략이 압축성장을 가져왔지만 이와 동시에 양극화 문제를 낳았다고 비판한 바 있다. 문제는 양극화를 초래하는 불균형 성장전략을 현정부가 지속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잘 보여주는 예가 바로 과학기술 정책이다. 현정부의 과학기술 정책은 황우석 교수 집중지원에서 단적으로 드러났듯이 소위 ‘선택과 집중’ 전략을 통해 특정 연구자들과 대형과제를 지원하는 데 집중하고 있으며, 이로써 과학기술계의 양극화가 점점 심화돼 왔다. 현정부에 들어서 소수의 과학기술자는 정치·경제계의 파워엘리트가 되었지만 대다수 과학기술 인력은 비정규직 노동자의 처지에서 신음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인연합의 실태조사를 보면, 우리나라 17개 정부출연 연구기관의 연구원 중 정규직은 52%에 불과하고 학연과정생을 포함한 비정규직이 48%나 된다. 특히 최근 3년 동안 신규채용은 비정규직이 86%로 압도적 비중을 차지하였다. 채용 당시의 급여수준을 보면 정규직이 연 4048만원인 데 반해, 비정규직은 2004만원에 불과하였다. 이공계 대학 역시 이와 비슷한 사정이었다. 양극화 현상에 사회적 주의를 환기시킨 것은 모처럼 현정부와 여당이 올바로 문제를 설정하고 제기한 것이라 생각된다. 그러나 이것이 여·야의 정략 차원 공방으로 또다시 끝나지 않으려면 정부와 여당은 자신의 정책부터 겸허하게 반성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양극화는 성장 우선으로 극복될 수 없다. 정부는 자신이 비판하는 불균형 성장전략을 스스로 실천하는 모순을 저지르고 있지는 않은지 자기점검부터 해보길 바란다. 김환석/국민대 교수·과학사회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