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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속의 국민
예상을 한 치도 벗어나지 않는 인사청문회 / 장승진(정치외교학과) 교수


주호영 청문위원장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에 관한 인사청문회에서 산회를 선포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를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인사청문회 시즌이 개막되었다. 그러나 우리 모두 앞으로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너무나도 익숙하게 알고 있다. 야당은 후보자의 이런저런 흠결과 의혹을 제기하며 사퇴를 요구할 것이고, 여당은 야당이 새 정부의 출범을 앞두고 발목잡기에 나서고 있다며 볼멘소리를 할 것이다. 특히 논란이 되는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는 고성과 파행이 오간 끝에 청문보고서 채택에 실패할 것이다.

 

물론 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아도 대통령은 결국 임명을 강행할 것이며, 이는 야당의 더 큰 반발로 이어질 것이다. 그 와중에 논란의 초점에서 벗어난 다른 후보자들은 언제 청문회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조용히 청문 절차를 마무리할 것이다. 언론은 여야 모두를 점잖게 꾸짖으며, 인사청문회 제도의 한계와 개선안을 두고 토론을 벌일 것이다. 그러나 머지않아 모든 논란은 새로운 쟁점의 등장과 함께 관심의 초점에서 멀어지고 정치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것이다. 그리고 딱 그만큼 정치와 정치인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과 혐오는 더 깊어질 것이다.


 

인사청문회가 필요 없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대통령의 자의적인 인사권 행사를 견제하고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도입된 인사청문제도는 지난 20여 년간 고위 공직자 임명과 관련한 한국의 정치문화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왔다. 다만 지금의 방식으로는 대통령의 인사권을 견제하기는커녕 오히려 정당화하고,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기는커녕 오히려 피로감과 자괴감만을 안겨주는 자리로 변질되고 있다는 점 또한 부정하기 어렵다. 그러나 우리는 제도가 원래의 취지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너무나도 잘 인식하고 있으면서도, 그 원인을 찾아 해결하기보다는 단순히 인사청문 대상을 확대하는 것으로만 스스로 위안을 삼아왔다.

 

안타깝지만 사전검증 강화나 인사청문회 이원화 정도로는 문제의 해결을 기대하기 어렵다. 사전검증을 강화해봐야 임명권자와 국민의 눈높이가 다르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으며, 청문회를 이원화하여 도덕성 검증을 비공개로 진행해 봐야 익명의 청문회 '핵심 관계자'들만 판을 치게 될 것이다.

 

오히려 문제 해결의 핵심은 인사청문회에 임하는 여야가 익숙한 행동 패턴에서 벗어나도록 제도적으로 강제하는 것에서 찾아야 한다. 야당에서 뭐라 하건 법에 정해진 잠깐의 시간만 버티면 임명을 강행할 수 있는 상황에서 여당에 신중한 후보 지명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아무리 조목조목 따져서 문제를 제기해봐야 결국 임명될 것이라면, 야당 입장에서는 흠집이라도 제대로 내서 정치적 이득을 얻으려고 하는 것이 당연하다. 어차피 시간이 흐르면 여야가 공수를 바꾸게 될 테니 굳이 나서서 문제를 복잡하게 만들 이유도 없다. 참으로 아름다운 역지사지의 자세가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인사청문 결과에 지금보다 훨씬 강한 구속력을 부여해야 한다. 임명이 다소 지체될 수 있겠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여당에는 신중함을 야당에는 책임감을 강제할 수 있다. 삼권분립 위반이라는 아우성이 벌써 들리는 듯하지만, 미국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대통령제의 속성에서 그리 벗어나는 것도 아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자질과 능력을 갖춘 후보자를 상대로 여야 의원이 날카로운 정책 검증을 하는 모습은 무망한 기대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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