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최측근 정진상이 곧 기소될 예정이다. 상식적인 국민들이라면 아무도 단군 이래 최대의 인ㆍ허가권이 개입된 부패 사건의 몸통이 최종 결재권자 아닌 그 아래 정책보좌관이라고 믿지 않을 것이다. 이재명 전 성남시장 스스로 자신이 대장동의 설계자로 대놓고 공언하지 않았던가.
검찰의 수사도 진술거부권을 행사하고 있는 정진상 전 실장과 성남시장 시절 이재명 대표와의 대장동 범죄 공모 내지 인지의 연결고리를 찾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이나,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설계자임을 자백한 이 전 시장의 역할이 과연 어떠했는가에 모아져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가 놓쳐서는 안 될 중요한 증거가 있다.
2014. 3. 20. 이재명 전 시장은 성남시 도시개발단(사업추진과)로부터 대장동 사업을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위탁하는 내용으로 된 협약서 초안을 보고받고, 그 자리에 “사업시행자를 도시개발공사 또는 동 공사가 출자하는 SPC로 지정할 것을 조건으로 위탁할 것”이라는 내용을 직접 손으로 써서 내려 보냈다. 여기에는 정진상의 서명도 있었다. 결과적으로 이 지시는 2014. 4. 1. 성남시와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이의 <대장동ㆍ제1공단 결합도시개발사업 업무대행을 위한 위ㆍ수탁협의서> 제3조 제3항에 “본 협약체결은 사업시행자 지정시 ‘성남도시개발공사 또는 동 공사가 출자하는 SPC로 지정할 것을 조건으로’ 한다.”고 명시됨으로써 시장님의 친필 지시는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그대로 반영되었다.
원래 성남시나 성남도시개발공사의 초안을 보면 두 곳 모두 실무진에서는 도시개발공사를 젖혀 두고 제3자가 사업시행을 한다는 것은 전혀 염두에 두지 않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초안에는 “ ‘갑(성남시)’은 개발사업과 관련된 추진업무를 ‘을(성남도개공)’에게 위탁하며, ‘을’은 협약에서 정한 사항으로 개발사업을 수행하기로 한다”라고만 되어 있을 뿐이었다.
이 초안을 받은 이재명 시장이 성남도시개발공사 외에 “또는 동 공사가 출자하는 SPC로 지정할 것을 조건으로 위탁”하라고 지시를 하였고, 두 번의 수정 끝에 이 시장의 지시는 그대로 반영되었다. 이 두 번의 수정 과정도 흥미롭다. 시장의 지시를 받은 성남시의 수정안은 “..또는 동 공사가 출자하는 조건”이었고, 성남도개공의 수정안은 “...또는 동 공사가 출자하는 법인”으로 시장 직속 부서보다도 성남도개공의 수정안이 시장의 지시사항을 정확히 반영하였다. 그러나 시장님은 자신이 써 준 SPC(특수목적법인)이라는 용어가 ‘법인’으로 표기되는 것 조차 용납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최종적으로 2014. 3. 26. ‘법인’은 ‘SPC’로 바뀌어 협약안이 확정되었고, 여기에 시장과 정진상도 결재를 하였다.
이로써 대장동에는 민간의 꾼들이 들어올 수 있도록 문이 활짝 열린 것이다.
위 과정에서 다음과 같은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이재명과 정진상은 민간이 들어올 수 있는 틈을 아주 집요하게, 심지어 문구 하나 틀리지 않도록 직접 챙겼다는 것, 이재명의 의중을 더 정확히 알고 있었던 측은 성남시가 아닌 성남도개공의 사람들이었다는 것이다.
특정한 범죄를 위하여 일체가 되어 서로 다른 사람의 행위를 이용하게 되면 ‘기능적 지배’가 인정되어 가담자들은 동일한 범죄로 처벌받게 된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의 입장이다. 2014. 3. 20.부터 3. 26. 사이에 있었던 이재명-정진상 라인이 직접 챙긴 행위들만큼 기능적 지배를 확실히 보여주는 것은 없을 것이다. ‘SPC’라는 용어에 대한 집착, 이를 관철하기 위한 수정과 재수정, 최종 확정 과정, 여기에 이재명 전 성남시장의 스모킹 건이 있다.
이호선 국민대 법대 교수(전 민선8기 성남시장인수위원회 정상화특별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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